하늘 공원에 올라 보니

이현숙

하늘 공원에 간다. 서울을 방문 중인데 언니가 억새풀 축제를 하는 멋진 장소로 안내한단다. 난지도(蘭芝島). ‘맑고도 높은 섬이라는 본래의 뜻과는 달리 쓰레기 매립장이라는 오명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하늘 공원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아 가는 내내 고개를 갸우뚱 했다. 재활용품을 주어서 생계를 이어가는 빈민촌이 주위에 있었는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모습부터 변했다는 것을 알린다.

'맹꽁이 전기차'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간다. 꼬불꼬불한 291개로 이루어진 '하늘 계단'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한다. 곱게 물든 단풍나무 들이 무리지어 있고,국화꽃으로 장식한 인형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억새풀들이 은빛 물결을 이룬다. 햇빛이 반사 되어 수정 가루를 뿌린 것 같이 반짝여서 눈이 부시다.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일렁이는 그들에게서 풋풋한 생동하는 향기가 춤춘다. 빼곡히 들어섰지만 여유롭게 흔드는 환영의 손길이 구름에 닿을 듯하다.

하늘을 담은 그릇이라는 반원 모양의 전망대에 올랐다. 서커스에서 모터사이클을 타는 장비같이 생긴 모양이 특이하다. 높이 올라보니 하늘을 머리 위에 얹고 있는 것 같다. 세 손가락의 거대한 풍차 발전기가 세게 부는 바람에 박자를 맞추며 돌아간다. 멀리 쓰레기를 매립하며 만든 메탄가스 발전소가 억새 풀 무리의 뒤편에서 멋쩍게 고개를 내밀며 여기가 어딘지 슬쩍 알려준다. 쓰레기가 95미터 높이로 두 개의 봉우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던 곳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억새숲 속으로 난 길을 따라 걷는다. 젊은 사람들은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사진 찍기에 바쁘다. 저들은 이곳에 어떻게 높아졌는지 알까. 과거를 묻어버린 곳이다. 플라스틱 봉투 하나가 썩어서 자연으로 녹아드는데 1000년 이상 걸린다니 어릴 적 내가 버린 과자봉투는 아직 그대로의 모습이겠지. 발아래에서 자신을 분해시키려 애쓰는 그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하다.

몇 년 전에 본 만화영화 WALL-E (WALL-E: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 지구 폐기물 수거-처리용 로봇)가 떠오른다. 무분별한 자원 체취와 쓰레기의 양이 한계를 넘어서자 인간들은 지구를 떠나 우주선 엑시엄을 타고 그 안에서 산다. 로봇들이 청소하는 동안 스마트 폰과 타블렛에 젖어든 생활에 움직임이 줄어들자 그들의 몸집은 점점 비대해진다. 몇 백년 동안 WALL-E가 압축한 정육각형의 쓰레기들이 탑을 이루는 모습이 나오는데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아닐까. 서울에서만 하루에 덤프트럭 23천대의 분량이 나온다니 그 엄청난 양을 어디에다 버릴 것인가.

지구를 살리자는 표어는 틀린 것이다. 인간이 자멸하지 않기 위해 지구를 보호해야 하리. 지금은 아니라도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기에. 온난화현상으로 기후가 변하고 북극의 얼음이 녹는 다지 않는가. 실생활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그나마 요즘은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재활용을 하며 환경에 대한 자각이 높으니 다행이다.

초록색의 새싹 하나만 있으면 지구로 돌아간다는 영화 속의 인간들. 이 난지도에도 버림 받은 설움이 씨앗을 불려 들여 보란 듯이 꽃밭을 만든 건 아닐까. 인공적인 힘이 가해져 생태공원으로 조성되기는 했지만 쓰레기 더미에서 피어난 많은 생명들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내려오는 길, 맹꽁이 전기차를 기다린다. 길가에 쓰레기통 세 개 있다. . 플라스틱, 페이퍼. 이름표를 달고 못난이 삼형제 인형처럼 나란히 서서 사람들을 바라본다.

들고 있던 빈 커피 컵을 페이퍼라고 쓰인 통에 넣는다. 무리들 속으로 묻히는 것을 바라보다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라고 돌려보내는 거야,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