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잃은 고양이>
가방과   쓰레기 봉다리를  양손에 들고  문을열고 나가려는 순간 초조한 표정의 고양이  한마리가  집안으로 들어 오려고  은근 슬적 고개를 디민다. 
어 ,이녀석 봐라. 생김새는 그렇게 무섭지 않게 생겼고  흰바탕에 약간의 노랑 무늬가 있어  좀 순해 보였다.   야박하게  할수가 없어 살살 달래서 일단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살짝 닫았다.  동물 이지만  찿아온 손님을 냉대 하는것  같아  좀 미안한 감도 들어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잠시 엉거 주즘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방문하신 누님과 매형을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면서 얼바인으로  갈  채비였다.  얼바인까지는  아침 시간이라  한시간 정도면 충분 할텐데 스마트폰은 2시간 10분이 소요된다고  알려준다. 아무리 출근 시간이라도  이건 거짓말 같다. 기계도 때로는 믿을수가  없다.   
아내는  투석한 다음 날이라   아침에  활짝핀  꽃송이 처럼 싱싱한 기분이다.  그런 아내를 보니  나도 좋고   운전도 해 주니  “ 감사 합니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그이상 바랄것이 없는것 같았다.  아내가 투석을  하지 않는 날은  새가 새장 안에 갇혀 있다   바깥 세상으로  나온 기분이다.   마음이 홀가분 하다.
이따금  친구들을  만나면 내몸을   만지며  “형제가 서로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라는 성경 말씀을 되새겨  본다.   산소를 마시고  음식을 먹으면  영양분과 산소가 만나 우리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든다.  혈액이 움직여 각 기관에 필요한 물질을 공급하며  쓸데없는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며,   몸속에 쌓인  노폐물을 아래로 내보내는 것을 보고  모든 오장육부가  서로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구나 하고 탄복을 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바로 그것이 건강이기  때문이다. 
내가 언제 동물을 사랑했나.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동물을 사랑 한적이  없다. 만지기도 싫었다 .허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주위 사람들이 병든 모습을   접하다 보니 동물과도  뭔가  통하는  것이 생기는지  찿아온 고양이를 팽개치고 발걸음이 돌아스지  않는다. 
이 고양이는  아무 꺼리낌  없이  우리집 으로  들어 가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었일가.고양이도 나이 탓일가,  아니면 감각 기관에 문제가 온 것일가.  참으로 난처한 상황 이다.
” 야, 여기는 너의 집이 아냐. 너, 집을 잘못 찾았서”. 분명 이층에  입주한 젊은 부부가  기르던 고양이는 흰색 바탕에 검은 무늬가 있었다.   얼마전 이사를 가버린 그 고양이는  계단을 오르 내릴적 마다    문밖에서  공격 자세로  처다 보고 있었다.   지나칠적  마다 미소를  띄우며 잘있었냐 하며  농담조로 손을 흔들어 주었더니 안도의 숨을 쉬며 마음을 놓은것 같다.  얼마후 내려가 보면  주인이 언제 문울 열어 주었는지  안으로 들어가  철문 뒤에서 밖에만 처다보며 하루를  보낸다.
주위의  어르신들도  나이가  들어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면 하루종일  침대나 밖에만 처다보며  하루를 보내야 하지 않는가.
사람과 동물이 다를것이 하나도 없다는것을 생각하니  집 잃은 이 고양이가 더욱 애처러워  주인을 찾아주고 싶었다.  분명히  이층에서 살고있던 그  고양이는 아니다.   ” 너집을  잃었구나 이리 따라와” 라고  말을 하니까  3층에서 2층까지  졸졸  계단을  따라 내려온다.  “이게 너의 집이 아니냐 “ 했더니  슬그머니 꽁무니를 돌리더니   다시 우리 집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아마 우리집이 자기집으로 착각을 하고 있으니 이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내말 한마디에  졸졸 따라 오는  모습을 보니  정말  그녀석을 두고 그냥 갈수가 없었다.   이놈아, 내가 재산세 낸 영수증도 있단 말이야. 허허.  야 ,떼쓰지 말고   어서 이층으로 내려가자. 이층으로 다시와서  한번더 “ 여기가 너의 집 아니냐 “고 물으니 멍청히  의하한 눈초리로  나만 처다보고 있다.  완전히 이녀석 혼이 나간 모양이다.   
30연년전  미국에 와서 집을 살때 고양이 한마리가 우리집을 제집으로 알고 악착같이 들어오는것을   부동산 업자한테 부탁해  멀리 보내도록    한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석은   다음날  또 찾아  왔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모든것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 나는것  같다. 세월따라 마음도 변하는 모양이다.  외로운 자만이 외로운 자를  안다고 했지.
  내가 살고 있는 콘도는 3층으로 서너동이  오밀조밀  붙어있어 처음 오는 사람은 찾기가 힘들다 . 입구의  대문도 같고 창문도 같고 모두가 같다. 고양이는 촉명한 동물이라 집을 잃을 일이 없을 텐데 이녀석도 잠시 머리가 복잡했던 모양이다.  
이녀석을 누구한테 인계하고 갔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주위에  나타나는 사람이 없다. 잠시 이 녀석하고 둘이 마주서서  망서리다가    “야 너 꼼작 말고 여기서 기다려라.  청소 관리 담당하는 남미 아저씨를 찾아 부탁하고  갈테니 꼼짝말고 있어. 너 로스앤젤레스에  살았으면  최소한  스페니쉬  몇마디 정도는 알아듣겠지. 그 아저씨 만나면  너의 집을 찾아 갈수 있을 거야 ” 하며  고양이에게 말을 건네고 청소부 아저씨를  찾아가 부탁했 다.  분명히 이 단지내에 사는 고양이 임은 틀림 없을 테니 청소하는 아저씨가  해결해 주리라 생각하고  나는 마음 놓고 떠날수 있었다. 
세상에 사람만 측은 한줄 알았드니 고양이도 측은한 놈이 있네. 처음 만난 녀석이  내말만 믿고  층층다리를 따라  내려 오는 것을 보니 꽤나 다급했던 것 같다.사람도 다급하면 뭐라도 붙들려 하는 마음이 있지 않는가. 역시 인간이나 동물이나 급하면  누군가를  믿으려는 심성은 다 있나보다.나는혼자 중얼거리는 동안   차는 어느듯 얼바인에  거의  다 온것 같다.
“ 물고기가 물과같이 살아 가는것  처럼  너는 항상 주인곁에 있어야지 어쩌다 주인을 잃어버리고 집도 찾지를 못하느냐…..  분명히 너를 돌보던  주인이  너을 기다리고 있을거야.  나는 난생 처음으로 아무도 없는 층계 난간 허공에서 너와 대화를 나누며 배운것이 많았단다.”
내 주위에도 집을  잃은 영혼이 많겠지.  주인 잃은 영혼은 얼마나  될가… . 집잃은 고양이  처럼 되지 말자.     주인 되시는 전능자를   경외하며   삶을,우리의 노년을  다시 한 번 숙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