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심은 나무 의 변>
“저 나무가  내가 심은 나무야”.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차창을 통해  한동안 그 집앞을  물그럼히 바라 보았다. 
이민온지 얼마 안되여  로스앤젤레스에  인접한 다우니라는  시에다 허름한  주택을  하나 마련했다.  누가 살다 나갔는지  텅 비어 있는채  집이 매물로 나와 있었다.  너무 허술하고 썰렁해서  아내는 뒷뜰에  레몬나무 고추  호박 등등  여러 종류의  야채를 심었다.   어떤 고추는  열려 꺼꾸로   달려있는 것도 있다.    재미도 있고  신기해서   한동안 바라 본적도  있다. 나는 앞 뜰이 넓고  허전해서  한복판에다 이름도 모르는   나무 한구루를    심었다 . 
프랑스의 작가  장 지오노(jean Giono) 의 단편소설 <나무를 심는 사람>의 주인공 <부피에>처럼 볼모의 땅을 우람한 나무와 울창한 숲으로 만들어 메말랐던 계곡에 물이 흐르게 하고 사람들이 모여 살수있는 자연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는 추호도 없었다 .  다만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면  누군가가  여기다 그네라도 매고  편히 쉴수  있을 만큼 웅장한 나무로 성장 하겠지 하는  소박한  마음으로 그냥  심었다.  
세월은 강물처럼  서서히 흘러 가지만    폭우가 내린후 개울 물처럼 빠르게 흘러 가기도 한다.  나무를 심은지가  어느덧 30여년이 훨신 지났고  그집을 떠난지도  20여년이 지났다. 나는 그동안   그 집앞을 한번도 지나간 적이 없다. 
삶이 바쁘다 보니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다. 사람이란 삶이라는 낱말과 앎이란 낱말이 합쳐서 생긴 말이니 삶이 무었인지 아는 존재라고 하였다.    흘러가는 세월은 나의  머얼리 가버린 과거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나를  이해하고 깨닫게 하고  복잡한 삶의 고비를  넘는 동안  세월은 어느덧 나의 반려자가 되여 나를 또한번  삶의 잠에서 깨워주는것  같다. 갑자기  아쉬웠던   지난날 옛추억을 더듬어 보고 싶어 내가 심은 나무의  단상에  빠저본다.  옛 사람들이 보고 싶어 지지만  볼수가  없다.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을 억누르며  나는   파란 만장한 그 집앞을 지나치다  정신없이  내가 심은 저나무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수십년 사이 그 집주인은  몇명이나 바뀌었을가, 아니면 한주인이 계속살고 있을까,   차고문은 말끔히  단장되었고  내가 만들어 놓은   화단은 별 변화가 없이  온갖 색색의  꽃들이 눈부시게  피어 있다. 아내가 심어 놓고 특별히 사랑 스러워 했던  풀루메리아 나무에는 꽃이 만발해   주변이 산뜻하게 잘 어우러저 있다.   담장도 말끔히 정리되고,  내가 심은 우람한 나무는 그집의  보초병 처럼  시퍼런 잎사귀가 무성하여  내키 세배만큼이나   우뚝선 우람한  청년의 나무로 변신해 있었다. 
정말 놀랐다. 나무를 보고 놀랐지만, 세월을 보고는  더 놀랐다  ‘ 아아,저것이 내가 심은 나무인데 잘 자라 주었구나”. 이집을 떠날때 서운한것 만큼이나   반가웠다. 우리집 아이들도 잘자라 주었는데, 너도 잘자라 주었구나 . 
늘 친절했던  앞집 백인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는다.  서투른 이민 생활의 초보자인    나에게 언제나 친절히 도와 주어  잊을수가  없다.  집안에 뭔가 고장만 났다하면  할아버지는  달려와 도움을  주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이집을 떠날 무렵  병원으로 들어 가더니 얼마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사온지 얼마 안된 어느새벽녁  느닺없이  지진으로 한바탕 놀랜적이 있었다. 지진이 나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넘어저 얼굴에 부상을 입은적이 있었는데 옆집  할아버지가  진절히 약을 발라주던 소동도 있었다. 모든것이  아름다운  삶의 연속이다.   앞집 옆집  할아버지가 나를 끔직히  생각하고 도와  주셨는데 나는 은혜의 보답을 하지 못하고 그 집을 떠났으니 늘 마음애  걸릴 뿐이다.  주위의 살던  이웃들도 모두 이사를 간 모양이다.  동네 주위는 적막이 흐르고  낯익은 얼굴은 보이질 않는다.   마음이 울적해 진다. 
고려말 추신 야은 길재의 시가운데  이런 시가 있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네.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나는 길재의 심정을 이해 할것 같다.세월이 우리를 이렇게 무정하게 갈라 놓을수가 있을가.   어려움을 이기는 자는   더 큰 어려움도 이길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이 온다해도 이겨낼수 있을 것이다.  
저 나무는  나의 슬픈일 어려운일 가슴 아팠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요  나의 겉 모습만 비춰주는 것이 아니고 나의  내면의 이민 생활의 희로애락을 비춰 주기도 할것이다.그리고 말 할것이다. “인생이란 놈이  덜렁 심어만 놓고 가버리면 어떡한단 말인가” . 원망의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 온다.  “  미안 하구나” . 원망 하지마.  불행하다고 한숨 짓지마.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우리  잘자라고 있지 않니. 태양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심어 놓은 나무를 잘 가꾸듯  사람도 잘 가꾸어야  밝은 사회가 오지 않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