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멸치를 사려고 기장으로 갔다. 차로 40분 가량만 달리면 된다. 지나는 길에 송정역을 보았다 허름한 시골 간이역이 산뜻한 콘크리트 현대식 역으로 변했다. 모든 변화가 이제는 더 이상 어떤 느낌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자꾸만 고개를 돌려 뒤돌아 보았다.
기장역은 마침 멸치축제가 열렸다. 요즈음이 멸치를 사다가 젓을 담는 시기라고 한다. 하얀 플라스틱 통이 줄줄이 가게 앞에 진열되었다. 그 행사에 맞추어 길은 온통 먹거리와 토산물, 기념품 부츠가 즐비하다.
커다란 확성기에는 유행가 가락이 울리고 여자들은 서너명씩 짝을 지어 가게를 기웃거리며 흥정을 한다.
멸치를 사고 미역 귀다리도 샀다. 미국에도 있긴 하지만 신선도가 떨어지니 들고 갈 수 있는 한 욕심을 부리며 사게 된다.
함께 간 친구가 단골 가자미 가게로 간다. 간장에 자작하게 지진 가자미를 남편이 좋아한단다.
둥그렇게 솟아오른 소쿠리에 가지런히 담긴 것이 4만원이라고 한다. 단골이라며 덤으로 서너개를 더 얹어준다. 친구가 말한다.
“오늘은 아저씨가 안 계시네예. 아저씨가 계시면 더 많이 주시는데...”
“ 야, 그 양반 오늘은 마 삐낏십니더”
“와 예?”
“ 어제 손님 앞에서는 내보고 더 주라꼬 인심을 써 노코는 집에가서는 그래 장시하몬 뭐가 남노 함시로 타박을 막 주는기라예. 인심은 지가 써넣고 와 내한테 보골을 내능교. 한바탕 했심미더”
“또 싸웠어예? “
친구랑 마주보며 하하 웃는다. 이런 류의 대화가 한 두번이 아닌 것 같다.
가자미를 신문지에 둘둘 싸다가 또 두마리를 턱 던져넣는다. 이 인심이 단골을 만들고 친구를 만드는 모양이다. 돌아나오며 친구가 말한다.
“저 아줌마 저래 보여도 아이들 셋 다 대학공부 시켰다 아이가. “
아, 그리운 한국의 시골 장터!
사주 봤어요? 이왕이면 궁합도 보시지....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