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섬에서 쓸쓸한 결혼식을 보았다.
해안을 끼고 많은 배들은 닻을 올린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사람들은 모래톱에 누워 한가한 오후를 즐기고 있는데 바다를 배경으로 햇살을 가득 받는 작은 결혼식이 있었다.
주례자를 중심으로 신랑과 신부, 세 명의 신부 들러리, 한 명의 신랑 들러리. 그리고 카메라를 든 사진사가 전부였다. 신랑은 꽂을 꽂은 연하늘빛 남방에 하얀 바지를, 신부는 등을 드러낸 연보라빛 롱드레스를 입고 길게 늘어뜨린 금발은 작은핀으로 귀 뒤로 모았다.
주례는 검은 색 바탕에 큰 나뭇잎 무늬가 그려진 남방이 베이지색 바지를 덮었다.
신부 들러리 세 명은 소녀인 듯 갸날프고 신랑과 같은 색 남방과 바지를 입은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이 신랑 들러리였다.
무슨 사연일까. 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서약 (a pledge of the bride)을 하는 신부 얼굴을 들여다보는 신랑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