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있었다. 직업은 의사, 아내와 두 자녀를 가진 가장이다.
어느 날 그는 생각했다. ‘나’라는 존재는 과연 정신일까. 육체일까. 육체는 정신을 담고 있는 그릇일 뿐, 진정한 ‘나’는 생각하고 연구하는 정신이 아닐까. 이 답답한 물질의 세계에서 벗어나 형이상학적인 삶을 마음껏 누리는 길은 육체를 버리는 것이다.
그는 더 깊이 연구를 했다. 뇌는 일정한 영양 공급을 해주면 기능을 한다. 그러므로 뇌를 따로 분리하여 뇌가 필요로 하는 영양액에 담가두면 늙고 병드는 육체의 제약 없이 영원히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결심 했다. 아내의 동의와 친구 의사들의 도움으로 결국 육체를 버렸다. 어항처럼 투명한 표본병에 담긴 뇌는 집의 거실 복판에서 오가는 아이들의 ‘아빠, 안녕’ 소리를 들으며, 정신의 심층으로 잠수함으로써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묵상을 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아내와 자녀가 모두 죽었다. 대를 이어가며, ‘연구하는 할아버지’란 존경을 받던 뇌는 구석으로 밀려다니다 결국에는 개구쟁이 아이들의 손에 의해 영양액에서 끌려나온다. 그는 농구공처럼 허공에서 이리저리 던져지다가 결국은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중 ‘완전한 은둔자’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