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네 선교회가 합동으로 야유회를 가졌다.

1부 예배를 마치고 모두 부엌에 모여서 음식을 했다.

오이를 무치고 버섯을 볶고 고추조림을 하고

쌈장에 찍어먹을 상추와 고추와 실란트라를 씻고

수박을 쩍쩍 갈라서 예쁘게 자르고.

공원에서는 연기를 피우며 고기를 굽고

모두들 즐거운 식사를 했다.

 

해마다 해오는 이 행사가 올해로 10년이 되었고

우리가 만난 세월은 벌써 20년이 되었다.

30대에 출발했던 사람은 50대가 되었고

40대에 출발했던 사람은 60대가 되었고

50대에 출발했던 사람은 70대가 되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넓은 잔디 위에서 피구놀이도 하고

2인 1조 달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모두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2시간 내내 넌센스 퀴즈만 하고 헤어졌다.

사회를 보는 장로님은 70대 노인이 되어 등이 구부정하고

문제를 맞췄다며 신이 나서 뛰어나가는 권사님도 걸음 걸이가 느리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정든 얼굴이라 어떤 표정도 어떤 몸짓도 사랑스럽다.

주름 진 얼굴에서 아장거리는 첫 아기를 얼르던 얼굴도 떠올리고

윤기나는 긴 머리카락과 뽀얀 살결도 떠올린다.

세월이 할퀴고 간 선명한 자국들. 그러나 끝까지 빼앗아 가지는 못한 그 무엇은 있다.

함께 세월을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인지.

날줄로 씨줄로 엮어지는 서로간의 교감과 정을 어디에서 무엇으로 살 수 있을까.

이리로 봐도 저리로 봐도 그저 좋은 사람들 뿐이라

묵묵히 함께 흘린 세월이 보석처럼 귀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