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을 뜨니 머리가 복잡하다.
운동하러 나간다는 남편의 뒤꼭지를 보며 오늘 아침은 뭘 먹지? 하는 생각이 든다.
손녀에게 붙잡힌 몇 주 동안 마켓을 못 봤더니 빵도 없고 오트밀도 없고 고구마도 달걀도... 아침으로 해 먹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채소는 잔뜩 쌓여 물러지고 뜯지도 않은 콩나물 보따리에서는 물이 질질 흘러나오고 있는데도
정작 오늘 아침에 먹을 것은 없다.
오늘 할 일을 생각해보니 복잡하다.
우선 11시에 점심 약속이 있고
새로 맞은 내니가 손녀랑 잘 지내는지 들여다 보아야 하고
집에 사람이 없어서 우체국으로 도로 돌아간 소포를 찾으러 가야하고
쌓여있는 우편물도 모두 뜯어봐야하고
자동차 타이어에 공기가 적다며 반짝이는 알림등도 오늘은 꺼야하고
렌트 준 집에 에어컨만 켜면 차고 천정에서 물이 떨어진다고 하니 그것도 가서 체크해 보고 사람을 불러야한다.
돌아보니 내 생활이 어지럽다.
꽉찬 냉장고에 정작 오늘 아침 먹을 것은 없는 것처럼
정신 없이 돌아다니는 분주한 시간 속에는 정작 내 영혼과 육체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없다.
'글쓰기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도 갈고 닦지 않으며 퇴색한다.
이 길은 지름길이 없으므로 문학성을 발휘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 피상적으로 번쩍이는 광채에 속지말고 예술의 광채로 번쩍일 때까지 몰입해야 한다.
독서와 명상을 꾸준히 해야 글을 쓰기 위한 근육을 키워갈 수 있다. '
<청색시대> 2017년 제23집에 실린 윤재천 교수님의 글이다.
굳이 글을 쓰지 않더라도 '나''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을 하루 속에 꼭 끼워넣는 계획을 세워야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