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통신]아이오와 전함에 오르다
“미국 전몰자 추도 기념일 맞아어른부터 아이까지 관람객 북적현충일에도 역사 현장 둘러보자”
친지들이 LA를 방문하면 꼭 데리고 가는 곳이 있다.
바다의 황제라 불렸던 아이오와(USS IOWA BB- 61) 전함이다.
한인 타운에서 한 시간 정도 운전하고 남쪽으로 40km 떨어진 산 페드로시에 있다.
50년 넘게 세계 곳곳을 누비며 각종 전투에 참여했었는데 은퇴한 뒤 이곳에 정박하여 박물관으로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2차 대전과 한국전쟁에서의 혁혁한 전과로 미 해군력의 상징이었던 이 전함은 금방이라도 바다로 나갈 듯 당당하고 거대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는다.
길이는 미식 축구장 3개를 합친 것과 비슷하고 높이는 14층 건물과 같다니 멀리 떨어지지 않으면 카메라 앵글에 그 모습을 다 담을 수도 없다.
토요일이라 관람객이 많았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은 손에 지도를 들고 이리저리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나무로 된 갑판에 오르니 3문의 함포가 태평양 바다를 행해 있다.
16인치 대구경 주포인데 3문이 한 쌍으로 전면에 2문, 후면에 1문이 배치되어 있다.
포탄이 1t 정도의 무게다.
닻을 내리는 쇠고리의 굵기가 내 팔뚝의 두 배나 되는데 그 고리 하나가 57kg이고 한 줄 전체의 무게가 3만 파운드란다.
바닥에 그려진 화살표를 따라 관람을 했다.
그 표시가 없다면 배 안의 미로에 갇혀 버릴 것이다.
계단의 각도가 가팔라서 올라갈 때는 양쪽의 난간 연결선을 잡아야 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길게 연결된 통로는 한 사람이 지나가기에 좁았고 천장도 낮았다.
중간마다 문턱이 있어 앞을 잘 보고 걷지 않으면 넘어지기에 십상일 듯하다.
영화에서 해군들이 비상이 걸리면 이런 복도를 달려가던데 그 느낌이 너무 다르다.
일반 병들이 묵는 침실은 6명이 사용하게 양쪽으로 3층 침대가 있다.
침대라기보다는 선반처럼 생긴 맨 아래 칸에 누웠다.
단신인 나도 들어가 눕기도 힘들었지만 나오기는 더 어려운데 건강한 장정들이 이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간부들의 식당을 개조해서 전시실로 꾸며 놓았는데 벽에 커다란 지도가 걸려 있다.
그 지도에는 아이오와 전함이 격전을 펼쳤던 지역을 표시해 놓았다.
그 옆에는 한국전에 참전했을 때의 기록이 놓여 있다.
기록영화에서 1952년 4월부터 한국전에 참전해 함포 사격으로 북한군 보급라인을 차단했고, 청진 공업지역과 철도시설을 파괴했으며, 흥남 철수 작전에선 유엔군과 피난민을 지원했단다.
한국전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울렁거렸다.
두 번이나 참전했고, 더구나 피난민을 남한으로 안전하게 수송했다니 고마웠다.
선장이 머무는 조타실에 들어섰다.
길고 날렵한 몸체로 빠른 속도를 자랑하며 적을 포격시키는 것이 목적인 함선의 심장 부분이라 자세히 둘러봤다.
문의 두께가 70cm라 그것을 여닫는 데에는 여러 명이 힘을 합쳐야 할 정도로 튼튼했다.
선장의 의자에 새겨진 독수리 모양이 그 위상을 나타냈다.
온갖 계기와 혼잡할 정도로 연결된 전선과 통신선들이 천장에 매달려 당장에라도 선장이 지시 내리기를 기다리는듯했다.
각 포탑에 배치된 지름 41cm의 화기를 발사하려면 77명 이상이 동원되어야 한단다.
포탑에 들어가는 포가 지하에서 장착된 채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과정과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대, 팔랑스 대공방어 발컨포 등이 진열되어 있다.
식당 안에는 식사시간이 끝나고 방금 설거지를 마친 듯 정갈하게 정리된 식당 기기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피곤해 잠시 의자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묶었다는 ‘루스벨트의 방(FDR’s Cabin)’에는 그가 사용했던 나무로 만든 휠체어와 욕조가 잘 보존되어 있다.
미국 해군함정 가운데 유일하게 욕조를 설치했는데 몸이 불편한 그를 위한 최대의 배려였다.
한편 1989년 폭발사고가 발생해 병사 47명이 사망했는데 전시가 아닐 때, 가장 많은 사망자를 냈다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다.
그 위령 패 앞에서 잠시 묵념을 드렸다.
뒤편 갑판으로 나왔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종전의 기쁨을 상징하는 대표적 이미지였던 ‘수병과 간호사의 키스’ 동상이 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히스패닉 커플이 나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사진을 찍어 달라고 청했다.
그들은 동상과 같은 자세를 취하며 즐거워했다.
그 앞의 벤치에 앉은 두 아이가 열심히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있기에 궁금했다.
전함의 지도가 그려져 있고 중간의 주요 관람지역에 번호가 표시되어 있었다.
다 보았다는 확인표시를 해가면 기념품을 주고 또 학교에 제출하면 성적에 가산점을 받는단다.
가족 나들이 겸 역사 공부도 되고 성적도 올린다면 일석 삼조다.
미국은 5월 29일이 메모리얼 데이로 전몰자 추도 기념일이고 한국은 6월 6일이 현충일이다.
역사의 현장에 가서 그 발자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을 권한다.
역사 공부에 도움이 많이 ....
가까운 곳이라 Memorial Day는 놓쳤지만ㅡ필드 트립을 조만간.
재미수필 특파원 종군기자의 좋은 글과 사진,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