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햇살 담은 소쿠리

 

성민희

 

햇살 따사로운 한 낮.

무우를 총총 썬다. 대추를 씻어서, 감을 썰어서, 가재미에 소금도 솔솔 뿌려서

한 소쿠리 가득 허공에 매단다. 햇살과 바람이 스쳐가며 물기가 걷힌다.

꼬들꼬들 말라가는 것들.

 

내 삶도 때론 썰고 씻고 다듬고 싶을 때가 있다.

늦은 밤 책상 머리에 앉아 내 안 깊은 곳에서 안주하지 못하고 뒤척이는 것들을

소쿠리에 가득 부려 놓는다.

햇살과 바람으로 잘 말려진 생각들 하얀 종이 위에 펼친다.

 

한결 가벼워진

햇살 담은 소쿠리.

 

<재미수필 16집> 수필 아포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