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내 영혼의 풍수 인테리어
성민희/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17/02/15 미주판 8면
오늘 아침 신문을 뒤적이다 풍수 인테리어에 대한 글을 발견했다. 풍수 인테리어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주택의 기능을 최대로 활용한 집 꾸미는 지혜라고 한다. 가구를 간단히 재배치하거나 실내장식 등을 집 분위기에 맞춰서 잘 조화시키는 것이 시작이라는 설명과 함께 간단한 풍수 인테리어를 소개했다.
침실의 침대는 방문이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여 혹시 무슨 소리가 나더라도 즉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발 방향은 출입문과 일직선이 되지 않게 한다. 방문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이 바로 발에 닿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집안의 나쁜 기를 없애고 좋은 기를 살리는 것은 현관에서 결정된다. 현관이 잘 정리되어 있으면 식구들은 들어설 때부터 긴장과 피로가 풀리고, 방문하는 손님은 좋은 첫인상을 가질 수 있다.
집안이 정리정돈 되어야 하는 것은 필수다. 불필요한 물건이 무질서하게 쌓여있으면 실내의 좋은 기운이 통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어수선하여 불안한 느낌도 든다. 반면 정리정돈이 잘 되고 깨끗한 집은 기품이 있다. 신발도 함부로 벗을 수 없고 벗은 외투도 아무 데나 던질 수 없다. 마음을 세우고 예의를 갖추어서 행동해야 할 것 같다. 조용하지만 어디에선가는 고운 선율도 흐르는 것 같다.
결론을 내리자면 '풍수(風水)'라는 말에서 주는 느낌의 미신적인 처방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논리다. 주위 환경이 청결하면 몸의 건강은 물론 마음도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글을 읽으니 문득 우리 마음에도 이런 풍수 인테리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뭉텅뭉텅 쓰레기가 발에 채이고 먼지가 펄펄 날리는 생각 속에서는 내 영혼이 안락할 수가 없다. 마음의 재배치와 정리정돈, 환기 때로는 영혼을 위한 청결 작업도 필요하다.
영혼이 청결한 사람은 어떤 인격일까. 청결을 한자로 풀어보면 맑을 청(淸), 깨끗할 결(潔)이다. 맑고 깨끗하다는 것은 다른 색깔이 섞이지 않아 빛이 선명하고 순결하다는 뜻이다. 순결한 마음에는 시기심이나 탐욕이 없다. 그래서 무엇에나 긍정적이고 포용하며 화합할 여지가 있다. 자신이 정직하므로 사람에 대한 불신도 없다. 자신의 불행에는 용감하지만 남의 서러움에는 많이 아프다. 이런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풍겨 나오는 향기가 있다.
굳이 풍수 인테리어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해마다 새해가 되면 집안 대청소를 한다. 너저분한 잡동사니들을 치우고 낡은 옷이나 신발을 버리고, 냉장고와 냉동고에 꽉 찬 음식물을 꺼내어 버린다. 냉장고 문을 열면 발간 불빛 아래 환해진 빈자리가 숨통을 틔워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것 같다. 산뜻해지는 집안처럼 마음의 청소도 함께하는 느낌이라서 좋다. 어지러운 생각과 버리고 싶은 기억까지 굳이 끌어안고 새해를 가고 싶지 않아 쓰레기를 치우듯 의식적으로 지워 버린다. 내가 감당할 일과 가치관의 위치를 바꾸기도 하고 기억의 창을 열어 환기도 한다. 한층 청결해진 내 마음자리를 새해가 가져다 줄 사람과 사건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채운다. 미지의 기대와 희망을 본다는 것은 설렘이다. 나는 청소를 하며 그 설렘을 즐긴다.
신문을 덮으며 내 영혼의 풍수 인테리어도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진중하고 도도한 내 삶을 위하여 이제는 그 작업도 즐길 것이다. <2월 15일 중앙일보 '이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