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와 동우회
매주 금요일마다 모이는 그림 동우회가 있다. 그림에 취미와 소 질을 가진 사람들이 의기투합한 모임이다. 처음에는 미술학원을 빌려 그림을 그렸는데, 그곳은 작 업 능률이 오를 오후 2시쯤이면 접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방 과 후 학생들이 몰려오기 전에 비워주어야 했기 때문 이었다.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실컷 그림을 그릴 만 한 장소가 없을까 물색을 하던 중 이웃 교회의 교실 하나를 빌리자는 의견이 나왔다. 고맙게도 문의한 교 회 측에서 연락이 왔다. 빌려주기는 하되, 커뮤니티 에도 개방하여 그림에 관심과 취미가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조건이라고 했다. ‘커뮤니티에 개방하다.’ 그 말이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우리 협회도 마찬가지다. 정관에 있는 회원자격은, 등단을 한 정회원과 등단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는 준회원으로 나뉘어져 있다. 준회원은 투표권과 의결 권이 없을뿐더러 협회의 이름으로 작품 발표를 못하 게 되어있지만 회원으로서의 의무나 권리, 혜택 등은 정회원과 동등하다. 협회는 등단 작가들의 모임이기 는 하나, 수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도와 함께 공부 를 하고 그들이 등단이라는 과정을 거쳐 작가가 되기 까지 도움을 주기도 한다. 등단 작가들이 어찌 동호인들하고 함께 활동을 하느 냐 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런 분들은 마음 맞는 등단 작가끼리 모여서 동우회 활동을 하면 된다. 실제로 지금 엘에이 문단에는 삼 삼오오 모여 글공부를 하며 작품을 나누는 모임도 있 고, 더 적극적인 활동으로 동인지를 출간하는 작가들 도 있다. 그들만의 특별하고 깊은 소통과 교류를 통 하여 좋은 글이 많이 발표된다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 한 일이며, 미주문단의 발전을 위하여 꼭 필요한 일 이기도 하다. 그러나 협회는 그 차원이 아니다. 등단 작가들의 활동 본부가 되는 것은 물론이며, 글을 쓰 고자 하는 작가 지망생들을 도와주고 함께 걸어가 주 는 든든한 후원자다. 척박한 환경에서 글쓰기에 목마른 사람에게 우물이 되어주기도 하고 어떻게 글을 써야할 지 오리무중인 사람에게는 길잡이가 되어주 기도 하는 곳이다. 그것은 곧 한인 사회를 위한 협회 의 봉사활동이며 나눔의 실천이다. 새로 탄생한 수필 가에게 우리 협회가 글쓰기의 영원한 친정이자 고향 이 된다는 것은 보너스로 얻는 보람이기도 하다.
얼마 전, 박봉진 전 회장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이끌 고 계시는 <가든수필문학회>에 참석하여 수필특강 을 해 달라는 말씀이셨다. 수필 강의라니? 전혀 자격 은 없지만 모임 장소가 우리 집과 가까운 곳이기도 하고, 또한 선배 회장님을 오랜만에 뵙고도 싶어 흔 쾌히 응했다. 아담한 건물에는 교실마다 문이 활짝 열려, 서예, 컴 퓨터 등 나이를 상관하지 않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배움의 열기가 햇빛 환한 파킹랏에도 꽉 찬 느낌이었 다. 수필교실에 들어서니 그곳 역시 사춘기 소년 소 녀들의 눈망울을 가진 분들이 앉아 계셨다. 처음 대 하는 얼굴들이었지만 소박한 표정과 글에 대한 때 묻 지 않은 열정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열렸다. 한 시간 여의 대화가 오고가는 가운데 정도 듬뿍 들어버린 느 낌이었다. 우리 집으로 한번 초대하겠다는 말까지 해 버렸다.
어떤 분이 물었다. “수필을 쓰는 목적이 무엇인가요?” 다른 회원이 말했다.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어서요. 목적 같은 건 없어 요.” 묵직한 감동이 가슴에 얹혔다. ‘그래,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들. 우리 협회는 이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해. 종이 위에 꼭꼭 눌러쓰 여진, 아니 종이에서 툭툭 튀어나와 사람들의 마음밭 을 철벅이며 돌아다닐 그런 좋은 글이 쏟아지도록. 엉덩이가 아프도록 글을 써 댈 ‘글 노동자’들을 위해 서... 그래, 협회는 뭔가를 해야해.’ 나는 속으로 중얼 거렸다. <퓨전수필 2015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