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Angel), 내 사랑아 2/12/2019

 

전화 한통이 굵은 선을 그었다, 그날은 입양된지 9개월이 된 날이었다.

남편의 병상을 지키느라  지친듯 밥맛도 밤잠도 멀리 강건너 가 있었다.

집안에 생기를 부어주고 입을 터 말을 주워섬겨 주었다.

이 몸 구석구석 차지하고 있던 너의 선한 눈빛 살아있어 

하나하나 그 숫한 의미있는 흔적은 가슴을 데피는 고마운  시간 뿐이었다.


바람이 마구 불었다. 

켜켜이 껴 입은 옷이 가슴을 떠나 훌러덩 벗겨져 아득히 놀난 눈은 뜰 수 없었다.

몽땅 흘러가 혼절시킨 그 날 마져

텅 비었는데 꽉 채우던 너

무너져 내리는 굉음사이에 여린 호흡이 가늘게 지속되고 있었다.

우리는 루시아의 코암덩어리 증발을 함께 기도한 사이가 아니던가!


체온은 뿌리처럼 남아 지금도 뼈 속에서 가지를 뻗어 내 심장을 뛰게한다.

 

교감이 오가는 흑진주 눈망울 

냄새에 민감한 오뚝한 봉오리 코

네 가즈런 이빨과 뺨의 열림

기대면 호수같이 잔잔한 너의 등과 가슴

버들가지  화살촉 시바(Shiba) 머리털에

노래 같은 목소리 꽂히고

초원 가슴 설레던 뒤뜰의 뜀박질 추억은 아름답구나, 눈물겹도록...

 

지금은 멀리 두어 어쩌지 못하는 확고한 슬픔 하나가

이렇게 아려, 이렇게 저며지며 아파 내자리에서 내가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게 무척 속상하다,울먹이는 것 외에

네가 비운 자리에 체온은 남아 

특별한 사명, speech therapist 임명장이 높이 나붓낀다.

 

너의 체취는 출렁이는 바다, 집안 구석구석, 아래윗층 가득

특별히 파견나온 아름다운 전령 가족 관계

파도 한 겹씩 철썩, 기억 떠올리고 또 떠올리고 철썩

다가왔다간 또 밀리듯 다가와 안긴다.

 

고마웠던 시간들 품으며 기리며 그리며

윌슨 공원 벤치에 앉아 떨어저 내리는 나무잎을 바라본다

우기가 지났는데도 가슴은 마냥 젖어 

이렇게 아린 젖음에 고요히 침잠한다, 네가 쉬는 그곳에 지극한 편안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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