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재배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포도 강의 - 김영교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이육사의 시가 생각나는 7월이다. 

오늘은 7월 마지막 날, 읊조리는 시 구절에 피어나는 고향!


그 해 7월 주말 Seal Beach에 있는 Leisure World에서 대학 선배 시인의 시집 출판기념 잔치가 있었다. 뜻 깊고 즐거운 팔순 모임이었다. 모두 밝은 표정으로 축하해주었다. 정다운 많은 만남들이 참석, 미소는 꽃피고 웃음소리와 대화는 고조되어갔다. 여흥순서는 이 즐거운 모임을 더욱 즐겁게, 멀리 푸른 하늘도 부러운듯 햇빛도 빛났다. 실내를 가득 채운 대학동창, 문인친구들, 교회식구들, 이웃사촌, 모든 축하객들은 입구서부터 밝은 표정으로 질서있게 프로그램에 응해줬다. 


무엇보다도 축복받은 직계 8명의 손주들, 5형제의 맏며느리의 생애... 가족소개 및 사진 촬영도 질서있게 진행되었다. 행복하고 흐믓한 시간이었다. 이경원 젊은 목사의 감동의 기도가 더욱 의미 깊게 내 가슴에 와 박혔다. 다채로운 프로그램 중 이대 중창단의 노래는 압권이었다. 축하의 자리에 맞는 선곡이 가슴을 맴돌아 지금도 기억에 남았다. 


운전이라면 늘 남편을 의존해 왔다. 길눈이 어두운 나는 이곳에 올 때도 일찍 출발, 일찍 도착했다. 갈 길이 먼 나는 평생친구 기숙이와 영희에게 작별을 고하고 먼저 그 자리를 떴다. 이런 기분이라면 지구 끝까지도 기분좋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차를 운전하고 집으로 가는 장거리 고속도로 405 Fwy N 역시 조금도 힘들지 않을것이었다. 이 좋은 기분이라면 집에 단숨에 가 닿을 것 같은 자신감이 나를 휩쌌다. 

 

주차장에 나왔을 때다.

주차법규위반 딱지가 꽂힌 내 차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통행증을 대시보드(dash board)에 펼쳐놓는 것을 (display) 깜빡 잊었다. 실수였다. 불법주차로 여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잘못을 인정하고 벌금을 내면 그뿐인데 왜 이렇게 기분이 갑작스레 개운치 못해질까! 몇 분 전 까지만 해도 나는 행복한 분위기에서 행복한 공기를 마시고 있었는데.....


운전해오던 아침나절 긴 시간 행복하고 즐거웠는데 주차위반(parking ticket)종이 한 장에 좋았던 감정이 사라져서는 안 되지 싶어 CD 볼륨을 높혔다. 그래야 될것 같았다. 늘 즐겨듣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이다. 반복해서 들었다. 오늘 따라 내 기분을 알기나 하듯 나를 up시켜 준다. 음악 힐링인가, 어느듯 차분해지는 나는 평상심을 찾았다. 사람의 기분이란 게 믿을 게 못된다고 한참동안 나를 어이없어 했다. 나의 행복은 외부에서 오는 기분에 좌우되었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비가 많이 오든 적게 오든, 바람이 불든 해가 내려쬐든 청포도는 껍질도, 안의 육질도 항상 청포도다. 애써 청포도인체 하지 않는다. 사람인 나는 포도 알에 비해 집체만한 거인이다. 덩치 값도 못할 뻔 한 기분파였던 오늘, 나는 청포도 무언의 강의를 들었다.

(2017년 7월 29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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