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벌침과 손톱 때

 LA 근교에 있는 풀러턴 동네는 가을이 무척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친구 찬이네 집 뒷길이 단풍으로 풍경화를 그렸던 그 해 가을, 그 뒷산 풍광은 내 기억의 방에 지금도 아름답게 일렁이고 있다. 문학 동아리 모임이 그 동네 공원에 있는 날이었다.

문우 조엔과의 약속은 아침 7시 20분 우리집 게이트 앞에서 출발이었다. 느긋하면서도 힘찬 운전 솜씨에 91번 E. 고속도로는 비켜주는 듯 확 트여 있었다. 일찍 당도하였다. 장소 찾기가 쉬웠다. 입구 가까이 큰 글씨 베너가 걸려있었다. 우리 보다 더 일찍 도착한 임원단의 배려였다. 아주 넓고 쾌적한 picnic table을 둘이나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늘도 알맞고 경관도 탁 트인 너무 시원한 지점이었다.


입장료가 있어서 일까?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있는 공원이었다. 햇살 퍼지자 운동복 차림의 걷는 사람들이 꾀 많아졌다. 모두 활기차 보였다. 주차한 테니스 코트장 옆에서 부터 짐을 다 옮겨놓고 테이블과 벤치를 물수건으로 우리 집 밥상인양 깨끗이 닦아냈다. 준비해온 바베큐, 과일, 음료수, 간식 스낵 그리고 집밥 반찬들을 피크닉 빨간색 책크 무늬 테이블보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참외는 씨를 대충 빼고 껍질을 깎은 후 썰어 담고 뚜껑을 꼭 닫아 두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았다. 10시 까지는.


일어서서 목 부터 기본 운동을 시작했다. 허리부터 뻣뻣한 목 좌우 두리 번, 눈알도 상하 두리 번, 팔 다리 움직여주면서 심호흡을 했다. 푸른 잔디 사이 길을 돌며 걷기도했다. 뺨에 와 닿는 아침 공기가 싱그러웠다. 뭐 더 할 일이 없나 살피는 내 시야에 지저분한 바베큐 그릴이 잡혔다. 다가가 장갑 준비도 없이 맨손으로 포일을 둘둘 말아 즉석에서 쇠솔을 만들어 닦아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끝내 깨끗해진 걸 보니 내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LA갈비가 지글지글 구워지는 상상을 하며 행복 해 했다.


이미 더러워진 손은 기름 때가 질척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화장실에 가서 형편없이 더러워진 내 손과 손톱사이의 찌든 기름 땟국을 씻어댔다. 찬물이라 씻어도 씼어도,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았다. 손톱사이에 낀 기름 검댕이 문제였다. 오른 쪽 겉옷 소매에도 굴뚝 소제부처럼 군데군데 시꺼먼 기름 땟국이 묻어있었다. 단념하고 돌아와 손을 감추고 조용히 앉고 말았다.


욱어진 수풀과 나무들, 넓을 공원 초록 잔디는 아름답게 펼쳐 있었다. 저 만치 김석연 목사님이 잔디위에서 뭔가 열심히 하고 계셨다. 가까이 가서보니 손톱을 깎고 계셨다. 번개 아이디어가 떠올라 염치불구하고 nail clipper를 빌렸다. 딱 딱 딱 내 천덕꾸러기 손톱을 바트게 잘라냈다. 열쇠꾸러미에 함께 달려있는 무게 때문 여러 번 내 손을 벗어나는 손톱 깎게는 뒤뚱대며 땅에 떨어지기도 했다. 생각보다 한참 걸렸다. 나는 시간 들여 공 드려 손톱을 아주 짧게 잘라내며 오른 손, 그리고 왼손 차례로 숯 검댕이 기름 때를 성공적으로 제거했다. 손톱깎기와의 만남은 기적 같았다. 기름때로 더러워 진 옷은 세탁하면 되고 .... 가슴이 후련해졌다.


공원에서 손톱 깎는 여자, 아름다운 수필 제목같다. 내 모습은 분명 눈살 찌푸린 꼴불견이었을 것이다. 나로선 부득이했다고 변명하고 싶다. 못견뎌 한것은 마음 기름 때가 아니었을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주위에서 그렇게 이해해 주었을까? 문득 세상 살아가면서 일 처리나 사람관계에서 서뿔리 편견의 잣대로 속단 한 적은 없었는지 자신을 살펴보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나름대로의 형편과 사정이 있겠거니 설명 없어도 지금부터는 이해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살리라 그런 마음이 들었다.


정원일을 평소 많이 해서인지 오른 쪽 손마디가 아프곤 했다. 그런 손으로 오늘 기름때 질퍽한 그릴을 닦았다. 벌침을 만났다. 그 날 오른 쪽 두 번째 손가락 마디에 벌침이 꽂혀졌다. 선교 치료 벌침은 김석연 목사의 전문분야였다. 지천인 크로버 꽃 주위를 낮게 맴도는 벌을 잡아 벌침을 뽑아 옮겨 꽂는 손놀림은 참으로 섬세하고 신기했다. 처음 5-6분 동안은 강도 높은 쑤심에 정신이 아득했다. 오늘은 셋트로 손과 손톱 수난의 날이구나 싶어 혹사한 몸주인인 내가 폭군r같아 많이 미안해 졌다. 참고 견딘 보람일까 귀가 길에 그 아픔은 사라졌다. 신통하기만 했다. 후속치료차 목요일 댁으로 오라하셨다. 지금 미국사회에서 점점 확산되고 있는 동양한의학, 침술, 벌침의 신비....반가운 일 아닌가. 한 치 의심도 없이 믿고 순종하는 이 마음이 이미 회복에 한 발 다가선 느낌이 들었다. 몸속 통증을 경감시키는 이 한방 치료, 자연과의 합일에서 얻어지는 치유효과 중에 '벌침'도 있구나 싶어 놀라움은 컸다. 자연스런 접근으로 어느 듯 나는 공원의 한 가족, 한 그루의 나무가 된듯 행복한 날이었다.


ps: 돌아보니 금년 2020년 3월 중순에 시작된 코로나 침입(CNN), 지금이 8월 중순, 6개월째 여태 때려잡지 못하고 있다. 거리두기-그 공원 나무들... 해당사항 무- 나무들은 좋겠다. 마스크도 안쓰고 원래 간격 지키며 거리두기 직림 나무들. 서서 잠도 자면서...

꿈속에서 조차 그 많은 벌들의 행방이 궁금해진 지난 밤이다, 

 

 *퇴 오늘 8월 15일 광복절 토요일 집콕에 이 글을 음미한다; 마음은 그 곳에 있다. 태극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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