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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 이태영 작품 4-24-2020 잠원한강공원


나는 알 것 같았다 / 김영교 


답답한가? 배가 고픈가? 코로나 '거리두기'가 어슬렁 댄다. 집콕, 방콕시간에 이것 저것 정리하던 손에 작품 하나 잡혔다. 오가다 옛날 작품 여물통을 발견하고 방치했었던 내 게으름이 탄로났다. '나는 알것 같았다'란 옛글 하나 만났다. 이리저리 찔러 보고 훌터보며 그때 그 상념에 잠겨본다.   


- 시내에 나가면 여자 가득한 곳 세 곳이 어딘지 나는 알고 있었다. 여탕, 손톱 미장원, 고급식당, 여성 전성시대를 놀라면서 바라본 그날의 감회, 오돌도돌 별미였다. 모두가 보통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생기펄펄 넘치고 윤기 찰찰 반짝이고 있었다. 당당함으로 출렁대는 햇빛 가득한 여자의 바다였다.' 


부쩍 마른 막내 누이를 뭘 좀 먹이겠다고 별러온 큰 오라버니의 배려, 그날 우리 가족 외출 계획은 무참히 꺾이었다. 어떤 모임의 단체예약 때문에 점 찍었던 전통 한식 식당행은 차질을 빚었다. 그날 우리의 막힌 발걸음을 부랴부랴 예약으로 불러준 곳이 그 유명하다는 샤브샤브 이 음식점이었다. 


우리는 친절하게 안내되었고 식당 실내는 냉방도 쾌적했었다. 우선 화장실 부터 청결했다. 색깔도 깨끗한 실내장식- 여백을 강조, 조잡스럽지 않은 균형감각이 나의 호감을 샀다. 종업원들의 서비스도 전문성을 띠고 친절한 미소와 낮은 말소리는 금상첨화였다. 고객의 필요에 즉각 친절반응을 보이며 움직이는 동작 역시 민첩했다. 분위기도 격조있는 일류식당의 면모를 골고루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단골들의 빈번한 발길이 짐작이 갔다. 오히려 이 식당에 오기를 잘했다 싶었다. 왜냐하면 음식 맛이 훌륭해 나같은 국외손님에겐 안성맞춤이었다.  


내가 놀란 일은 그 커다란 식당 홀 가득 그 분주한 점심시간에 식사하는 손님들 전부가 여자들이라는 점이었다. 젊고 나이 들고의 차이는 있을망정 모두 옷 잘 입은 세련된 여자손님들이었다. 직장 여성도 있을 것이고 가정주부도 있고의 차이, 모두가 행복한 표정들이었다. 우리 테이불의 오라버니만 남자, 주위 모두가 깔끔 반들 여성 손님들이었다.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시식해보고 아마 저녁 식탁에 올려놓을 식사준비 요리학습 차 외식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여자들 뿐 일까. 경이의 눈에 비친 여성포화 그림이 그저 놀라웠다.


넥타이들은 그러면 어디서 점심식사를 하는 걸까? 저렴한 대중식당을 선호하는 것일까? 혹시 기사식당? 밤은 남자들의 불야성, 판도가 달라질까? 지금 세상이 얼마나 속도 세상인데 싶어 성장한 옷 차림으로 점심시간을 허느적 한가하게 보내는 실태를 현장 조사라도 하고 싶었다. 이틀 후 여성 초 대만원 점심 나라를 떠나야 하는 출국날짜가 예약되어 있었다. 


훌훌 날아오면서 비행기 기내를 살펴보았다. 여자들 숫자가 역시 많았다. 위풍 당당, 그만큼 여성활동을 필요로 하는 사회 구석 구석 범위가 넓어졌다는 얘기지 싶다. 여성 전문성, 여성 우수성이 사회 한 복판으로 또 상위권으로 전이되면서 여권이 펄럭이는 축복의 땅으로 변하고 있다. 친구딸은 *최 연소 사법고시 합격자로, 아버지 뒤를 잇는다 신문이 대서특필한 기사를 기억하고 있다. 


'자녀 안가지기'가 유행처럼 번지는 요즈음이 아닌가? 점심 뿐만 아니라 기다리는 자녀가 없는 가정부재의 저녁식탁까지 어머니들이 부엌에서 과연 기다리고 있어야 할까? 스스로를 해방시킨 것일까? 키천 크로스 잇 아웃(kitchen closed, eat out)시대 도래인가? 


주부를 부엌에서 어느정도 해방시킨 패스트 푸드나 인스탄트 푸드가 일조를 하고 목하 인기를 끌고 있다. 성인병에 그 기여도도 무시 못할 수준이라고 한다. 방부제와 조미료에 건강이 위협당하는 위기감이 여성식당과 무관하지 만은 않은 것 같다, 고국의 앞날이 염려되는 게 나만의 기우일까! -


오래된 글 하나 발견해서 언젠가 그런 느낌을 가진 때가 있었구나 하고 옛 추억에 잠겼다. 지금 내가 사는 이 미국도 한국도 코로나 창궐로 겪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원격 진료를 감당할 인력이 부족,최전방에서 분투하던 의사와 가호사들의 과로, 사망 뉴스를 접한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자가격리 기간이나 '거리두기' 다 불편한 적응일 수 있다. '기본'을 복구, 그 끝을 낙관시하고 싶다. 암튼 코로나, 이것 또한 사그라져 사라질것이다. 기필코 오고야 말 그날이 어서오기를 기대해 본다. 

*윤승은 판사 (현)

5-2-2020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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