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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창작 - 거리두기 병문안 4-5-2020
2020.04.05 19:39
프랑스 화가 마리 로랑생 그림
거리두기 병문안 - 김영교
문 열러 달라고 메인 게이트에서 연락이 왔다. PV에 사는 후배 친구다. 가정과를 나온 주부답게 정성을 담아 준비해온 죽을 전해주려 소리소문 없이 내려왔다. 내가 집에 없으면 철문 출입문 손잡이에 달아놓고 떠나려 했단다. 따끈한 통보리 잣죽 김치병 반병 가득 껴안고 전하려 왔다. 부리나케 전해주고는 얼른 떠났다. 어떨떨 처다보고 인사하는데 친구는 시동도 끄지 않은 채 훌쩍 가고 말았다.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마음 써서 준비하느라 후배친구는 부엌에 한참을 서 있었을 꺼다. 식을쎄라, 서둘런 찾아와 안겨주고 눈길만 건넸을 뿐이었다. 따끈했다. 약간 소금 간을 하고보니 더 구수하고 부드러웠다. 식지 않고 아직도 뜨거운 것을 보니 그 댁 부엌에서 우리집으로 직행 한 것이 틀림이 없다. 배도 고프고 맛도 좋아 점심도 저녁도 잣죽으로 달랬더니 속이 아주 편해졌다. 양이 엄청 많다. 작은 통 여섯에다 분산해서 날짜와 내용물 라벨을 붙인 후 냉동칸에 저장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거리두기를 종용, 6 feet 격리가 왠말인가? 사망자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즈음에 타계한 70대 중반 친구남편이 있다. 예정 약속 스케쥴에서 더 1 주일 그리고 사흘을 더 기다려야 했다. 목사를 포함해 딱 10명에 한하고 직계가족 개개인 6 feet씩 떨어져서 꽃을 헌화했다. 부탁받은 나의 조사가 망자에게 받혀져 읽혀질리 없는 장례장일 뿐이었다. 결코 장례식장의 장례예배는 아니었다. 놀랍고 어이없는 숫한 사별들, 후속 장례예배가 없어 유가족 나름의 슬픔이 질펀했다. 물한 모금도 힘드어 하는 친구의 현주소였다. 남은자들의 고별예배가 경건하게 사무친다해도 망자의 하늘나라 입성은 하나님의 영역이다.. 생각이 엄숙해진다
얼켜놓은 통보리 잣죽을 녹여 먹는다. 냉동칸에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음식물을 만난다. 때에 따라 삼식 끼니때마다 냉동칸 음식이 줄어들고 있어 기쁘다. 체소와 과일, 계란만 아들편에 사달라면 장보기는 오케이다. 희비가 엇갈리는 주변 풍경이다.
고마움에 잉태된 '통보리 잣죽'이란 시 한편이 태여났다.
그 먼거리를 단숨에 달려온 발길
사랑이 었네
김오르는 죽 한 사발 식을까
정성 보자기로 싸고 또 쌌네, 분명 사랑었네
차고 옆 출입문에 달아놓고
'거리두기'에 남겨진 그대 체온
통보리 잣죽에 흠뽁 녹아있는 정(情)
그대 속마음 삼킬 때 "캭" 목이 메이네
힘없던 손에 힘 실리고 차가운 몸은 따뜻해져
옮아오는 그대 체온에 기운이 솔깃하네
이른 아침부터 부엌에 오래 서있어
나, 속 아주 편한 하늘 죽 맛보네, 멀리 떠난 입맛이 돌아오네
곤고한 날이면 날마다
그 한복판에 날 앉히고 세포방마다 먹게하네
그대 사랑은 숭늉, 통째 마시네, 거푸 마시네
회복의 모든 날 기도죽 보듬어 안고
문병 나설 참이네, 이제 내 차례네
코로나 창궐 저 세상
이편에서
4-5-2020 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