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송기호 작품 3-22-202099F12D385E89AD9427024E


누워서 감사하며-김영교

 

9주의 목발 탈출이 딱 2주 전에 있었다. 잘 견뎌냈다. 그 불편한 기간이 왜 필요했었을까?   


거리두기’ 시간은 분명 언덕길을 내려가고 있다. 만성 기관지염으로 살아가던 시선은 연속 통계 숫자에 신경을 모은다. 4월이 봄물을 퍼 나른다봄을 느낄 만한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닌데 안정감 없는 요즈음 일상이다. TV 는 코로나 바이러스 점염과 사망 숫자를 바쁘게 화면에 올린다집안에만 있으니 24시간 동안 쉴 시간이 많은 듯하다. 쉬고 안정을 취하는데도  처방약 만큼 결과는 보이지 않으니 이상하다

 

무언가 하고 또 해야 할 일들은 끝이 없다정리정돈 앞서 버리고 비워야 그다음 채워야  순서인듯 한데 돌아보면 아니다. 사들이기부터 한다. 나로 살아가지 못했다. 몸이 아프다는 것이 약점이었다. 하늘 아래, 지붕아래   듯한  삶은 그냥 그렇게 누운 모습이다안타까운 마음이  때다편안하고 나른한 오후가 싫지는 않다. 왠일인가 가슴저리는 뉘우침이 싸하게 올라온다. 생각이 짧았나. 지난 그때 그 순간을 사죄한다. 사랑 결핍인가, 가슴 커다란 구멍 숭숭 찬바람이 들낙인다. 진정 자유로워 지고 싶었던가. 속마음 하나가 용기있게 디딛고 있는 현실을 박차고 창공을 향해 날아오른다

 

3월 15일 2020년을 트럼프대통령이 기도의 날로 정했다. 면허 시험을 앞두고 시력이 악화되어 다음날 3월 17일 왼쪽 눈 백내장 교정 수술을 받았다. 술렁이는 현실은 3월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등 당국의 방침이 떠들석 보도됐다. 안과 책업 가는 고속도로가 뻥 뚫려있었다.

  

드디어 봄기운 가득한 4월이 됬다. 철딱서니 없는 우리집 뒷마당은 집 앞 집 옆 뒤 군자란 봄꽃이 아주 화사하다. 주황색 꽃 찬란한, 잎줄기 푸른 계절이  줄창 옹골지게  매달려 있다. 안과를 다녀온 후 눈이 시리다. 집밖에서는 빛차단 검은 안경과 친하다. 밝은 대낯에 침실 셔터를 내리고 매일  끈적이는 안약 3회 3가지 투약침대에 몸을 뉘이고 있다. 그냥 쉬는게 본업이 된듯 편해도 되는 기간이다. 귀는 열려있고 애꾸눈은 반사적으로 덩달아 감겨 진다. 입까지 비뚤어진다. 바쁘게 살아야만 했던 리듬과 스케쥴바로 건강한 삶이라고 믿고 살았는데 지금 이 불편한 쉼, 적응이 좀 그렇지만 고맙기도 하다. 4월 14일 오른쪽 눈 수술, 연기할 수 없는 상황이. 기다림이 긴 유명한 그 안과 대기실,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뿐, '쇼셜 거리두기' 때문에 많이 줄어든 기다림이 었다. 그래도 기다림은 길었다. 안 아프고 싶은 것 마음대로  수도 없고 병원 치료,   수도 없는 현실ㅡ 삶은 참으로 묘해서 다행한 쪽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나를 위해 계획하고 기쁘게 살아가 삶, 나의 선택이다. 기쁘게 살아갈 일- 어떤 것일까이 난세 한 복판- 나와 함께하는 모든  안에 나의 존재가 연결되어 있다.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지속, 운용해야 하는 게 가능했던가때로 의무감이 커지면서 삶의 의미와 가치가 부담스럽고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다.  안에서 우러나는 행복감보다는 남에게 보여지는 행복을  원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때로는 이런  모든 것이 나를 힘들게 한다. 내가 누구인지   있을까내가 나로 살아갈  있도록의미를 주고 살아갈 힘을 주는  모든 것을 진심으로  것이라고 주장할  있을까 시간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내일을 살고 싶어도 못산다. 살고저 하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일상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평범한 일상으로 가고 싶은 것이다. 본능처럼 이 간절한 마음을 대면하게 될 때 막살아서는 안된다는 내면의 소리가 들려온다. 

 

비가 내렸다. 지금도 내리고 있다. 헝클어진 마음이 씻긴다.  인간을 놀래키는 눈도 코도 없는 고약한 놈, 코로나 그 놈도 씻겨나가 흔적도 없이 지구별에서 사라지기 기도한다.  저항력 낮고 면역성 약한 내 자신도 올인 기도한다. 생명의 계절 4월의 품 안이다.

4-7-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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