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단상(斷想) / 김영교

2018.03.08 01:11

김영교조회 수: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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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8 01:01

수필 창작 - 3월의 단상(斷想) /김영교 

   간밤에 비가 왔다. 속 시원하게 내리는 비는 통쾌했다. 

 퍼덕이던 이웃들이 병들어 고통 중에 있는가 하면 조용히 세상을 떠나는 이별을 여럿 경험한 지난 겨울이었다. 모두들 아가미 벌렁벌렁 출렁 대해를 해엄치던 사람 생선 떼였다. 꿈 저 높이 싱싱한 청춘시절은 누구나에게 다 있었다. 그것이 지극히 ‘잠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돌아보는 때다.

 바다 가까이 사는 나는 비치에 잘 간다. 푸른 바다에 가면 발랄한 젊음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해풍 마주하는 저 늠름한 기백이 어느 틈에 나를 움추러들게 한다. 나는 맨발이기를 사절한다. 지난번 크루스도 젊음과 열정, 흥이 빠져나간 듯 버거웠다. 그 때 알았다. 식욕도 몸도 안 따라주는 것을. 왕성한 근육질 운동신경이 나를 떠나고 있었다.

 은퇴 삶은 안정되고 쉼이 많아 즐거운 때도 많다. 지나면서 보니 모임도 많고 갈곳도 많아 바쁜 일과의 연속이다. 결혼식 보다 더 많은 주위 장례식을 다녀오면서 더욱 그렇게 느낀다. 반갑고 웃는 날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씸풀하지만 갑갑하지는 않다. 병원도 여러 의사 만나 서 단조롭지 않다. 외로운 밤보다 편안한 밤이 더 많고 일 가야한다는 스트래스 없이 TV시청은 마음대로이다. 원할 때 마다 편안한 휴식에 잠겨서 좋다. 역시 은퇴 삶은 감사 이불을 시간에 맞추어 한 올 두올 깁는 죽을 때 까지 느리지만 연속 흐름이다.

 살아온 세월보다 이제 남은 시간을 가늠하며 조심스레 가야 할 내리막 길이다. 두달 전 차사고로 나는 혼줄이 났었다. 주인목숨을 살릴려고 차는 만신창이 폐차로 헌신했다. 그 사건이 가족이나 이웃의 응급상황에 최선으로 다가가기로 마음먹었다. 

 얼마전 새벽 문득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내 의식은 정상이고 아프지도 열도 없었다. 그래 정리할 그 때가 온 것이야. 심상치 않는 조짐이구나. 평생 따라다니는 질긴 욕심을 털어 버려야 한다는 의식이었다.

 베풀기도 나누기도 잘 하는 주위 사람들을 본다. 그들도 가는 세월 소리를 들었을까. 앞서거니뒤서거니 이제 서둘러 정리할 일만 남았다는 판단이다. 정리 후 과연 생의 끝자락에 설 때 의연할 수 있울까? 사회에 환원하던가 또는 모든 걸 자식에게 넘겨주는 게 잘하는 처사일까. 쌀알 한 알갱이로 남는 자아는 의식있는 살아있음일까?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나무로 서서 유익한 숲을 이루는 어머니 꿈* 하나 생각난다. 아낌없이 햇볕을 나누는 사람 나무, 선교의 나무이고 싶은. 함께 한 시간, 산새 소리 아름다웠던 추억들, 호흡 상쾌했고 누렸던 가슴 은혜로웠던 순간들, 빛나서 이렇게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데 말이다.

 세월의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마음의 귀가 고맙다.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자기 몫이 아닌가.  3월 2일 금요일은 계속 비오는 밤이었고 고즈녁해서 음악을 옆에 끼고 잠에 빠져들었다. 참 좋았다. 정원이 함초롬이 젖었으니 내일 새벽에는 자동 스프링클러 스위치를 꺼야겠다.

 3월은 가방 메고 학교에 가서 자연의 이치를 배운적 없다. 아름답게 꽃 피우는 봄, 3월은 진즉에 훤히 다 알고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3월답게 움도 싹도 틔울 것을!

 

*장학재단


윗 작품/ 동창 문구님의 소래포구에서 2-27-2018 화

제주살던 친구 동연의 정원 꽃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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