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업

 

 

 

독일과 프랑스 국경지대에 위치한 알자스와 로렌지방은 오랜 세월 동안 두 나라 갈등의 원인이 되어왔다.

여러 세기 동안 독일 영토였던 이곳은 ‘30년 전쟁’으로 프랑스 땅이 되었다가 ‘보불 전쟁’에서 승리한 독일이 빼앗았다. 제1차 세계대전 후에는 다시 프랑스 영토가 되었고 1941~1944년 동안에는히틀러의 독일이 점령했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령으로 남아 있다.
  
프랑스로서는 이 지역이 국내에 몇 안 되는 중요 석탄 매장지이고 독일은 젓줄인 라인 강 유역 이 지역을 넓게 확보하려 한다.
 
‘보불전쟁’은 오랜 세월 분열되어 있던 독일이 통일되어 프랑스에 당했던 치욕을 되 갚아준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나폴레옹 3세는 독일에 포로까지 되었고 승자인 빌헬름 1세는 '프랑크푸르트 조약'을 자국 땅이 아닌 적국의 심장부 베르사유 궁전에서 체결하며 프랑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았다.           

<마지막 수업>은 이 무렵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가 쓴 단편 소설이다. 
알자스 소년 프란츠는 공부 시간에도 새 둥우리를 찾으러 쏘다니고 강에 나가 미끄럼을 타며 놀고 싶은 개구쟁이다. 그날도 프란츠는 학교에 지각했는데 여느 때 같으면 수업이 시작될 무렵에는 길에서도 들릴 만큼 왁자지껄 시끄러운데 그날은 일요일처럼 조용하고 학교 전체가 알 수 없는 긴장에 싸여 있었다.
  
바로 그날 정오부터 알자스와 로렌 지방에서는 프랑스어를 가르칠 수 없다는 훈령이 베를린에서 내려 온 것이다.  제재소 뒤쪽에 있는 목장에서 점령국 프로이센 군인들이 
훈련하는 소리에도 아무런 느낌도 의식도 없던 철부지 프란츠는 오늘이 프랑스어 마지막 수업 임을 알고 그동안 게으름 부린 것을 크게 후회한다.


도데는 이 글에서 아멜 선생의 입을 빌어 “프랑스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표현력이 뛰어난 언어다.
잘 간직하여 잊지 말아야 한다. 한 민족이 남의 식민지가 된다고 하더라도 자기 말을 잘 지키면 손에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한다. 프랑스 사회에 반독일정서가 극에 달했던 그 무렵, 그의 애국심과 자국어에 대한 자긍심과 애착이 잘 나타나 있는 명작이다.

이 작품은 러시아가 점령한 폴란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마리 큐리의 일화를 생각나게 한다. 폴란드 문화와 언어를 가르치는 것이 금지된 학교에 어느 날 러시아 장학사가 불시에 들이닥친다. 폴란드 선생님은 뛰어 난 생도인 마리를 지목했고 그녀는 굴욕감을 억누르며 장학사가 원하는
러시아 차르의 족보를 외운다. 
  
도데는 <마지막 수업>과 <별>을 위시해 시적 정서가 넘치는 단편을 여러 편 썼다. 그의 작품에는 간결한 문체와 탁월한 심리묘사로 그려 낸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서정성이 녹아 있다.
  
가까이 지내던 에밀 졸라와 함께 자연주의 파에 속했지만 섬세한 시인 기질과 민감한 감수성을 갖고 있던 도데는 같은 애국심과 민족의식이 강한 글이면서도 졸라가 <나는 고발 한다>를 발표한 반면 그는 <마지막 수업>을 썼다.

정오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아멜 선생은 돌아서서 칠판에 커다란 글씨로 썼다.
< VIVE LA FRANCE>  (프랑스 만세)
그리고 머리를 벽에 기대며 손짓한다. "다 끝났다. 돌아들 가거라."
제목과 더불어 글 전체의 주제를 하나로 묶은 작품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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