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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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어머니의 등 2
신순희
Sep 09, 2017 6244
어머니의 등 신순희 돋보기 벗고 보청기 떼고 틀니 빼고, 거래가 많으시다. 어둠이 무서운가, 불을 켠 채 모로 누우신다. 둥글게 휘어진 등이 희미하게 비친다. 내가 언제 어머니 등을 이처럼 바라본 적이 있던가. 그 등에 업힌 기억도 기댄 기억도 없다. 어머...  
71 엄마의 루비반지
신순희
Jul 23, 2018 819
엄마의 루비반지                                                                                                       신순희     엄마의 결혼반지는 루비다. 만주에서 살던 아버지와 결혼한 엄마가 받은 그 반지는 길쭉한 팔각형이다. 누런 금에 물린 ...  
70 다이아반지
신순희
Apr 27, 2017 667
다이아반지 신순희 올여름 뒤뜰에서 잡초를 뽑다가 나는 다이아반지를 뽑아버렸다. 처음으로 시애틀 우리 집을 방문하러 오빠가 한국에서 오기 바로 전날, 정원손질을 한다고 부산을 떨었는데 그때 사건이 발생했다. 실장갑을 낀 채 작은 꽃삽으로 뒤뜰 화단을...  
69 무과수제과에서 생긴 일 1
신순희
Sep 09, 2017 649
무과수제과에서 생긴 일 신순희 철없던 시절, 어떤 미팅에서 만났던 그 남학생은 더벅머리에 우직한 사투리를 썼다. 그는 상영 중인 영화 ‘러브 스토리’를 같이 보자고 했다. 감미로운 영화음악과 눈물을 자아내는 남녀 대학생의 사랑이 그려진 화...  
68 새끼토끼와 까마귀
신순희
May 04, 2017 532
새끼토끼와 까마귀 신순희 봄이 되면 우리집 뒤뜰에 모습을 드러내는 야생 토끼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뒤뜰에는 나무로 된 창고가 하나 있다. 그 창고 밑으로 토끼가 들락날락한다. 그 속 깊숙이 토끼굴이 있는지 작년에는 어미도 보이고 새끼도 두 마...  
67 땅벌에 쏘이다 4
신순희
Sep 09, 2017 421
땅벌에 쏘이다 신순희 뒷마당이 너저분하다. 가뭄에 타들어 가는 잔디는 누렇게 탈색되고 채리나무 잎은 말라비틀어져 나뒹군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얼마나 건조한지 알겠다. 여름 두 달 동안 비 한 방울 오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사...  
66 버스 44
신순희
Oct 15, 2016 398
버스 44 신순희 한적한 시골길에 버스 한 대가 달리고 있다. 저만치 서 있던 중년 남자가 두 손을 휘저으며 버스를 세운다. 44번 버스, 운전사는 젊은 여자다. 버스 안은 승객이 적당히 차있다. 중년 남자를 태운 버스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조금 더 달리던...  
65 우물은 어디에 있을까
신순희
Jun 30, 2016 395
우물은 어디에 있을까 신순희 그곳에 우물이 있었다. 우리 집 골목길을 나와 큰길을 조금 걸어 올라가 고개를 넘으면 쌍우물이 있었다. 우물 위에는 ㅅ자 모양의 지붕이 있었다. 그 지붕에는 도르래가 설치되어 있었고 거기 두레박이 두 개 매달려 있었다. 친...  
64 막다른 길, 데드 엔드
신순희
Apr 27, 2017 372
막다른 길, 데드 엔드 신순희 막다른 길로 들어서면 돌아 나와라. 그 길은 데드 엔드(DEAD END)) 죽음의 끝이다. 더는 갈 곳이 없다. 끝을 보지 않으려면 돌아서야 한다. 막다른 길 처럼 절망적인 말이 있을까. 길은 열려 있어야 한다. 길에서 길로 연결되어 ...  
63 레 미제라블
신순희
Apr 22, 2016 372
레 미제라블 신순희 혹시나 매진될지 모른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빠른 걸음으로 걷다보니 뛰는 남자가 보인다. 작년 1월1일엔 저녁먹고 느긋하게 극장에 갔다 낭패를 당했다. 보려던 영화가 매진되어 다른 영화에 눈을 돌렸으나 역시 매진, 결국 맘에도 없는 ...  
62 망설이다가 떠나간 사랑
신순희
Jun 30, 2016 364
망설이다가 떠나간 사랑 신순희 옆집 할머니가 혼자 되었다. 그전까지 함께 살던 보이 프렌드(할머니는 그렇게 말했다)하고 헤어졌다. 흐릿한 푸른 눈의 할머니는 동네 아이들이 조금만 떠들어도 ‘셧 업’ 소리를 지르곤 했다. 그 성미 맞추고 살던...  
61 우리 집에는 오래된 물건이 많다.
신순희
Jul 28, 2017 360
우리 집에는 오래된 물건이 많다. 신순희 저건 내가 시집오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거였어. 저건 결혼하고 처음으로 산 거야. 나도 대단해, 저걸 미국까지 가지고 왔다니. 일 인당 두 개씩 짐을 부칠 수 있어 이민 가방 여덟 개에 꾹꾹 눌러 담아 왔다. 고국을 ...  
60 설날 풍경 2
신순희
Feb 15, 2018 354
설날 풍경 신순희 어린 시절 설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마당을 쓴다. 바깥에서 안쪽으로 비질을 한다. 복 들어오라고. 그새 한 쌍의 복조리가 담 넘어 던져져 있다. 조리값은 며칠 뒤 받으러 온다. 첫날부터 바쁘면 일 년 내내 일하게 된다. 복잡한 웬만한 일...  
59 성은 민이요 이름은 들레 8
신순희
Apr 27, 2017 349
성은 민이요 이름은 들레 신순희 내가 아는 사람의 딸 이름이 민들레이다. 성은 민이요 이름은 들레. 그때 든 생각은 하필이면 밟아도 밟아도 다시 일어선다는 잡초를 곱고 귀한 딸 이름으로 지었을까, 였다. 한국에 살 때 나는 아파트 베란다에, 바깥 어디선...  
58 주책바가지 럭키
신순희
Apr 22, 2016 341
주책바가지 럭키 신순희 우리 집 말썽꾸러기 럭키 얘기를 할까 한다. 이 녀석은 정말 주책바가지다. 지난여름 가족과 함께 럭키를 데리고 집 근처 공원에 갔다. 작은 행사가 공원에서 벌어지고 있어 공원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푸른 잔디밭에 앉아 주변을 둘...  
57 양화대교
신순희
Apr 27, 2017 316
양화대교 신순희 모르는 가수다. 처음 보는 그가 텔레비전에서 부르는 노래가 가슴을 파고 든다. 검은 선그라스를 쓰고 있어 눈을 볼 수는 없으나 젊은이임에 틀림없는데 어찌 나같이 나이든 여인의 마음을 울리나. 단순한 멜로디를 중얼대듯 읊조린다. 노랫말...  
56 저무는 하늘에는 별이 있다
신순희
Dec 07, 2017 307
저무는 하늘에는 별이 있다 신순희 추수감사절이 지나고나니 바로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리기 시작한다. 성탄절 의미는 뒤로 밀린 채 거리는 분주하게 흔들린다. 상점마다 파격세일을 한다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주머니 사정이 힘들어도 이때는 작은 소비라도 ...  
55 그 여름의 풍경화 4
신순희
Aug 30, 2017 292
그 여름의 풍경화 신순희 8월에 들어서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이 좋은 날이 곧 가버릴까봐 벌써 아쉽다. 시애틀의 여름이라해야 쨍하고 강하게 쪼이는 한낮의 햇살이 전부일 뿐, 서늘하니 물에 들어가기도 으스스하다. 어쩌다 몇일 화씨90도가 넘는 날씨를 ...  
54 강남스타일
신순희
Apr 22, 2016 291
강남스타일 신순희 싸이가 누구야? 언젠가 군 문제로 시끄러워 다시 입대한 그 가수아냐? 근데 12년간 활동 중이라는데 무슨 노래를 했었지? 모르는 것 투성이인 이 남자가 요즘 난리났다. 텔레비를 틀었다하면 볼 수 있다. 대단한 인기다. 한국의 연예인 누가...  
53 첫눈 오는 날 만나자 4
신순희
Jan 17, 2018 289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신순희 새해 들어 처음으로 눈이 내렸다. 첫눈이다. 눈길 걱정이 앞서면서도 은근히 반갑다. 눈이 오면 강아지와 아이들만 좋아하는게 아니다. 흰머리가 희끗거리는 나이에도 첫눈은 애틋하다. 무언가 설레이고 기다려진다. 어린 시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