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

 

                                                              신순희

 

싸이가 누구야? 언젠가 군 문제로 시끄러워 다시 입대한 그 가수아냐? 근데 12년간 활동 중이라는데 무슨 노래를 했었지? 모르는 것 투성이인 이 남자가 요즘 난리났다. 텔레비를 틀었다하면 볼 수 있다. 대단한 인기다. 한국의 연예인 누가 미국에서 인기라는 말을 종종 듣지만 실감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말하듯 가사를 읊조리며 리듬을 타는 랩음악 ‘오빤 강남 스타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나온다. 유튜브 조회 1억이 넘었다고 화제가 되더니 연일 TV방송을 타고 이젠 조회수 3억을 넘본다.


내가 싸이를 텔레비전에서 처음으로 접한 것은 발빠른 연예뉴스 TMZ보도다. 그러더니 심야 인기 토크쇼인 ‘제이 르노’에 공화당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로 분한 개그맨이 말채찍을 휘두르며 나타났다. 그 뒤 뮤직방송인 MTV 음악 시상식에 싸이가 등장해 강남스타일의 히트 소감을 묻는 옆사람에게, 알아듣지도 못하게 한국말을 하더니 끝에가서는 ‘죽이지?’라는 엉뚱한 말을 해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사라졌다. 그러게 이름이 싸이지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한국말 끝에 영어로 통역은 하는게 예의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낮시간대 토크쇼 ‘엘렌’에 깜짝 등장해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사회자 엘런에게 말춤 동작을 가르쳤다. 싸이는 그전에 엘런에게 자기 자신을 소개하면 안 되겠느냐고 묻더니 "나는 남한에서 온 가수 싸이입니다."라고 국적을 확실하게 밝혔다.

 

지난 화요일에는 NBC TV 아침 뉴스쇼 ‘투데이’에서 금요일 싸이가 나온다고 예고를 했다. 그러니 경쟁사인 ABC TV는 수요일 아침 뉴스쇼 ‘굿모닝 아메리카’에서 싸이가 부른 ‘강남 스타일’을 틀어놓고 댄서들이 나와 말춤을 추는것이 아닌가. 그들의 춤은 싸이에 비해 조금 느글거렸다.

 

여름에 열리는 NBC TV 금요 콘서트는 미국의 인기가수들이 공연하는 무대이다. 여기에 드디어 싸이가 등장했다. 뉴욕 록펠러 센터에 설치된 야외무대 주변에는 한인 젊은이들이 대거 몰렸다. 태극기도 보이고 한복을 입은 여인의 모습, 한글 팻말도 보였다. 이것이 진정한 한류다. 싸이는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여기서도 인터뷰 도중 ‘대한민국 만세’를 나직한 목소리로 툭 던졌다. 어딜가나 한국을 앞세운다. 네 명의 앵커들에게 말춤을 가르치며 함께 춤을 추고 히트곡 ‘강남 스타일’을 두 번 연거푸 불렀다. 신사복 입고 막춤을 춘다. 이건 보통일이 아니다. ‘완전 대박’이다.


미국인들이 말채찍을 휘두르며 손등을 겹치고 춤을 추는 이 동작을 너무나 좋아한다. 카우보이 아닌가. 딱 미국 정서다. 왜 이런 춤을 미국은 진작 생각하지 못했을까. 멀리 동방의 한국이 어떻게 이런 춤을 개발했을까. 코믹하고 깔끔하고 덜 관능적인 뮤직 비디오는 군더더기없어,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춤동작이라 더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여기까지 읽으시면 어떻게 그렇게 방송에 출연한 싸이에 대해 잘 아는가 의아해 하실 수 있겠다. 우리 집은 거의 종일토록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있다. 주변이 너무 조용하면 기분이 처지기 때문이다. 아침에는 꼭 뉴스쇼를 본다. 내가 좋아하는 프로다. 요즈음 텔레비전을 배경으로 틀어두고 집안 일을 하다보면 ‘싸이’라는 말과 ‘갱남 스타일’이라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급기야 싸이가 NBC TV토요일 밤 인기코미디 프로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까지 진출했다. 이제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 바쁜 스케줄을 감당하느라 그새 싸이는 살이 빠진 것 같다. ‘강남 스타일’은 싸이가 작사, 작곡하고 뮤직 비디오 연출에도 관여했다. 그는 버클리 음대에서 공부를 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런 음악적 배경이 그의 춤과 노래에 어우러져 미국인들의 감성을 움직인 모양이다. 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비디오에는 꼬맹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나온다.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하게 웃기는데 싸이의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가사 내용은 다소 불편한 면이 있다쳐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뭘 좀 아는 놈"을 들으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주에는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보고 있는데 남편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살짝 보여주었다. 교회 주차장에서 푸른 눈의 엄마와 딸이 말춤 동작을 흉내내며 즐거워 하는 것을 찍었다. ‘갱남 스타일’이라고 가사까지 따라 하는 백인 모녀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제 더이상 강남스타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 가사에 별 의미를 둘 건 없다고 본다. 쉬운 멜로디와 춤, 노래제목(별별 스타일이 다 나온다)그리고 가수 이름까지 맞아 떨어진 것이 국제적으로 히트한 것이 아닐까. 거기엔 물론 유튜브같이 세계가 공유하는 인터넷의 역할이 크지만, 한국이 그만큼 국제적으로 위상이 커진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시애틀에 살고 있는 나도 덩달아 자신감이 넘친다.


한국 뉴스를 보니 싸이에게 누군가 독도 스타일의 노래를 부탁하려 한다는 말이 들린다.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까. 그냥 싸이는 강남 스타일이면 된다. 그러지 않아도 싸이는 지금 충분히 애국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오빤 강남 스타일’을 듣기만하면 신이 나는 걸 보면.

 

 

[2012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