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마당

Articles 72
No.
Subject
Author
32 첫눈 오는 날 만나자 4
신순희
Jan 17, 2018 289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신순희 새해 들어 처음으로 눈이 내렸다. 첫눈이다. 눈길 걱정이 앞서면서도 은근히 반갑다. 눈이 오면 강아지와 아이들만 좋아하는게 아니다. 흰머리가 희끗거리는 나이에도 첫눈은 애틋하다. 무언가 설레이고 기다려진다. 어린 시절, ...  
31 이브의 산책
신순희
Jan 17, 2018 129
이브의 산책 신순희 한 걸음만 빨리 걷자. 새해라고 특별히 계획 세우지 않는다. 꼼꼼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게 벅차도록 내 마음과 달리 몸은 느리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게 아니라 시간에 비례해서 나의 대응이 느리다. 알면서도 움직이는 게 더딘 걸 어쩌...  
30 저무는 하늘에는 별이 있다
신순희
Dec 07, 2017 307
저무는 하늘에는 별이 있다 신순희 추수감사절이 지나고나니 바로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리기 시작한다. 성탄절 의미는 뒤로 밀린 채 거리는 분주하게 흔들린다. 상점마다 파격세일을 한다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주머니 사정이 힘들어도 이때는 작은 소비라도 ...  
29 소치아리랑
신순희
Dec 07, 2017 223
소치아리랑 신순희 1 빅토르 안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지난 2월 7일부터 23일까지, 러시아의 작은 도시인 소치에서 개최된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최후의 승리는 주최국인 러시아다. 금메달 13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9개, 총 33개로 종합순위 1위를 차지했...  
28 어머니의 등 2
신순희
Sep 09, 2017 6244
어머니의 등 신순희 돋보기 벗고 보청기 떼고 틀니 빼고, 거래가 많으시다. 어둠이 무서운가, 불을 켠 채 모로 누우신다. 둥글게 휘어진 등이 희미하게 비친다. 내가 언제 어머니 등을 이처럼 바라본 적이 있던가. 그 등에 업힌 기억도 기댄 기억도 없다. 어머...  
27 땅벌에 쏘이다 4
신순희
Sep 09, 2017 421
땅벌에 쏘이다 신순희 뒷마당이 너저분하다. 가뭄에 타들어 가는 잔디는 누렇게 탈색되고 채리나무 잎은 말라비틀어져 나뒹군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얼마나 건조한지 알겠다. 여름 두 달 동안 비 한 방울 오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사...  
26 수프를 끓이다
신순희
Sep 09, 2017 154
수프를 끓이다 신순희 아침에 일어나니 부엌이 지저분하게 어질러져 있다. 아들아이 탓이다. 어제 저녁 사다 놓은 한국산 양송이 수프가 먹고 싶었던 모양이다. 어쩐지 열심히 수프 포장지를 들여다본다 했다. 맨날 미제 수프만 보다 신선하기도 했겠다. 학교 ...  
25 무과수제과에서 생긴 일 1
신순희
Sep 09, 2017 649
무과수제과에서 생긴 일 신순희 철없던 시절, 어떤 미팅에서 만났던 그 남학생은 더벅머리에 우직한 사투리를 썼다. 그는 상영 중인 영화 ‘러브 스토리’를 같이 보자고 했다. 감미로운 영화음악과 눈물을 자아내는 남녀 대학생의 사랑이 그려진 화...  
24 그 여름의 풍경화 4
신순희
Aug 30, 2017 292
그 여름의 풍경화 신순희 8월에 들어서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이 좋은 날이 곧 가버릴까봐 벌써 아쉽다. 시애틀의 여름이라해야 쨍하고 강하게 쪼이는 한낮의 햇살이 전부일 뿐, 서늘하니 물에 들어가기도 으스스하다. 어쩌다 몇일 화씨90도가 넘는 날씨를 ...  
23 8월의 어느 날
신순희
Aug 30, 2017 204
8월의 어느 날 신순희 일 년 중 가장 더운 8월의 어느 날, 나는 태어났다. 어머니는 자식 셋을 한여름에 낳았다. 오빠 생일을 차리고 보름이 지나면 내 생일 그리고 또 보름이 지나면 동생 생일이다. 여름에 생일을 맞이한 사람은 알겠지만 도통 먹을 음식이 ...  
22 우리 집에는 오래된 물건이 많다.
신순희
Jul 28, 2017 360
우리 집에는 오래된 물건이 많다. 신순희 저건 내가 시집오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거였어. 저건 결혼하고 처음으로 산 거야. 나도 대단해, 저걸 미국까지 가지고 왔다니. 일 인당 두 개씩 짐을 부칠 수 있어 이민 가방 여덟 개에 꾹꾹 눌러 담아 왔다. 고국을 ...  
21 해바라기
신순희
Jul 28, 2017 157
해바라기 신순희 이글거리는 꽃잎. 해를 닮은 꽃. 꽃집에서 해바라기를 발견하면 언제나 사고 싶다.그냥 한 송이 굵은 가지를 아무 병에나 꽂아 두면 된다. 고운 꽃이라 망가질까 신경 쓸 필요없고 금세 시들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바라만 봐도 가슴이 시원...  
20 오레곤 바다를 가보셨나요
신순희
Jul 28, 2017 249
오레곤 바다를 가보셨나요 신순희 시원한 태평양으로 탁 트여있는 바다. 오레곤에 살때는 노상 바다를 찾았다. 고국을 떠나 마음 붙일 곳 없던 시절이었다. 철 지난 바다는 늘 성이 나 있었다. 차갑게 끈적이는 바람과 시퍼렇게 밀려오며 뒤집히는 파도. ‘나는...  
19 새끼토끼와 까마귀
신순희
May 04, 2017 532
새끼토끼와 까마귀 신순희 봄이 되면 우리집 뒤뜰에 모습을 드러내는 야생 토끼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뒤뜰에는 나무로 된 창고가 하나 있다. 그 창고 밑으로 토끼가 들락날락한다. 그 속 깊숙이 토끼굴이 있는지 작년에는 어미도 보이고 새끼도 두 마...  
18 성은 민이요 이름은 들레 8
신순희
Apr 27, 2017 349
성은 민이요 이름은 들레 신순희 내가 아는 사람의 딸 이름이 민들레이다. 성은 민이요 이름은 들레. 그때 든 생각은 하필이면 밟아도 밟아도 다시 일어선다는 잡초를 곱고 귀한 딸 이름으로 지었을까, 였다. 한국에 살 때 나는 아파트 베란다에, 바깥 어디선...  
17 막다른 길, 데드 엔드
신순희
Apr 27, 2017 372
막다른 길, 데드 엔드 신순희 막다른 길로 들어서면 돌아 나와라. 그 길은 데드 엔드(DEAD END)) 죽음의 끝이다. 더는 갈 곳이 없다. 끝을 보지 않으려면 돌아서야 한다. 막다른 길 처럼 절망적인 말이 있을까. 길은 열려 있어야 한다. 길에서 길로 연결되어 ...  
16 집닭의 최후
신순희
Apr 27, 2017 229
집닭의 최후 신순희 무공해 달걀, 먹을 땐 좋았다 집에서 키우는 닭이 낳았다며 갈색 알을 몇개 내게 가져다주곤 했던 K가 닭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알을 낳지 못해 이제는 쓸모없는 3년생 닭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 그냥 풀어주면 안 될까, 하는 내 말에 그...  
15 양화대교
신순희
Apr 27, 2017 316
양화대교 신순희 모르는 가수다. 처음 보는 그가 텔레비전에서 부르는 노래가 가슴을 파고 든다. 검은 선그라스를 쓰고 있어 눈을 볼 수는 없으나 젊은이임에 틀림없는데 어찌 나같이 나이든 여인의 마음을 울리나. 단순한 멜로디를 중얼대듯 읊조린다. 노랫말...  
14 반성문
신순희
Apr 27, 2017 56
반성문 신순희 수필 하나를 썼습니다. 제 딴엔 제법 그럴듯하여 흐뭇해집니다. 다음날 다시 읽었습니다. 오자도 나오고 문맥도 나 혼자만 이해할 것 같은 게 보입니다. 글을 읽는 이는 무슨 소리인지 모를 겁니다. 내용도 새로울 것 없고 깊이가 없습니다. 한...  
13 바람 부는 시장은 어디 있을까
신순희
Apr 27, 2017 249
바람 부는 시장은 어디 있을까 신순희 외로울 때 시장에 간다. 어머니는 그랬다. 머리를 싸매고 누워도 가슴이 답답할 때면 어머니는 동네 시장엘 갔다. 낡은 전깃줄로 엮어진 장바구니를 들고서 집을 나섰다. 한동안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장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