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신순희

 

  

이글거리는 꽃잎. 해를 닮은 꽃. 꽃집에서 해바라기를 발견하면 언제나 사고 싶다.그냥 한 송이 굵은 가지를 아무 병에나 꽂아 두면 된다. 고운 꽃이라 망가질까 신경 쓸 필요없고 금세 시들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바라만 봐도 가슴이 시원하다.
  

질투하지 않는다. 태양의 신, 아폴로를 향한 요정의 서글픈 사랑이 그저 바라만 보다 꽃이 되었다. 아침에는 동쪽으로 저녁에는 서쪽으로 얼굴을 돌리는 꽃,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추위에도 더위에도 척박한 땅에서도 잘 견디고 오염된 땅을 회복시킨다. 방사능이 누출된 체르노빌에도, 공해가 심한 디트로이트에도, 지진이 일어난 후쿠시마에도 해바라기를 가득 심었다. 희망을 심었다.
  

밝은 얼굴에 기다림과 외로움이 묻어난다. 여름내 한결같은 열정이 식으면 까칠한 얼굴은 속이 탄다. 그 결실의 씨앗으로 기름을 짜고 줄기로는 종이도 만들어내며 꽃잎까지 약재로 쓰이니, 하찮아 보이지만 이렇게 쓸모있다는 걸 사람들은 알까.
  

시선을 정면에 두고 빤히 쳐다보는, 그처럼 큰 얼굴을 가진 꽃도 없다. 그 얼굴을 버티어야 하기에 줄기는 굵고 거칠다. 어찌보면 꽃이라기보다 나무같다. 일상 꽃의 한계를 벗어난 자유로움이 있다.
  

우아한 꽃병보다는 질그릇이 어울리는 풀냄새나는 이 꽃을 나는 좋아한다. 소망을 갖고 기다리는 사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꽃이라서. 아무도 원치 않는 버려진 땅을 받아 들이고 희망을 내주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눈높이를 하늘에 두고 있어서.

 

 

[2013년 6월]


--대표에세이문학회 2016 동인지  '골목길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