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도 코로나

 

 

 

                                                                                           신순희

 

 

럭키는 지금 떨고 있다. 병원을 다녀온 뒤 이상한 행동을 하는 너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꼭 밖에서 볼일을 봤는데, 집에 돌아와 거실에서 오줌을 보다니. 코로나바이러스는 럭키한테도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두문불출하고 있는데 럭키가 설사병이 났다. 지금 사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는데 어떡하나. 며칠 기다려봤지만 안 되겠다. 더는 참을 수가 없다. 말 못 하는 동물이라고 병원에 안 데려다준다고 원망할 것만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강아지도 팬데믹 사태를 피해 갈 순 없는 모양이다.

동물병원 여닫이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안에서 다급히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지 마세요. 예약했는데요. 그냥 거기 있으면 우리가 나갑니다. 절대 들어오지 마세요. 의아한 표정으로 멈칫하고는 그제야 나는 정문 유리에 써 붙인 안내문을 읽었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안으로 들어오지 말고 밖에서 기다리면 전화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모두 격리상태인 것을 상기시킨다.

차 안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자니 마스크 쓰고 장갑을 낀 여자가 차 앞으로 다가왔다. 보호자는 밖에서 기다리라며 럭키만 병원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럭키는 애절하게 나를 바라보며 낯선 사람에게 안겨 갔다. 나의 손을 떠난 럭키는 의료진을 믿고 의지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까.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 참다 못해 병원에 전화해보니 럭키는 아주 잘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근데 뭐 하느라 아직도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 지루하게 기다리는데 다시 안에서 전화가 왔다. 몇 가지 검사를 해야 하는데 진료비가 얼마라며 결제하겠느냐고 묻는다. 크레딧카드 번호를 알려주자 통화가 끊겼다. 병원문을 사이에 두고 안과 밖의 분위기가 다르다. 안쪽의 상황을 모르는 바깥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드디어 럭키가 나왔다. 젖은 갈색 몸에서는 소독 냄새가 코를 찔렀다. 우리의 치와와 럭키는 잔뜩 겁먹은 눈으로 돌아왔다. 나를 보자마자 한숨을 쉬더니 갑자기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 마치 경기 발작이라도 하듯 혓바닥은 길게 늘어져 입 밖으로 빠져나오고 쉬지 않고 침을 질질 흘렸다. 이런 모습 처음 봤다. 무엇이 그토록 두려운 것일까?

우리의 일상이 무너진 것처럼 럭키도 평소와 다른 상황이 못 견디게 힘들었을까, 아니면 세상이 느끼는 세균에 대한 공포심이 강아지에게 전염됐을까. 사람과 함께 사는 한 너도 똑같은 환경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 우리는 지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별세계에 살고 있다.

 

[2020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