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축제

 

교회의  92세 원로 장로님이 소천 하셨다.  개인적 친분은 없으나  몇 년 전 장로님의 결혼 70주년을 축하하는 기사를 우연히 한국 신문에서 읽고 그분의 이름을 기억 했기에 추모예배에 참석하고 싶었다.    그토록  오랜 시간을 해로하다니 축복받은 분이구나 생각하며    70주년은 특별한 명칭이 있을 듯하여  인터넷에서 찾아본 적이 있는데  50주년 이상은 모두 금강혼이라 불린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34년 전  신도 몇 명의 가정예배로  처음 교회를 시작할 때부터 우리 교회를 나오셨다고 한다.  롱비치에서 작은 사업으로 이민생활을 영위할 때 보험세일즈맨이 방문하여 의료보험과 생명보험 들기를  권유하였으나,   “나는 보험회사가 아닌  하나님께 보험을 들겠다 “ 고 결심한 후,  보험금 만큼의 액수를 오늘날 까지 헌금으로 내셨다고 들었다.   새벽예배를  하루도 거르지 않았으며  매주 화요일은 예배 후  목사님께 항상 아침식사  대접을 하셨다고 한다.  소천하신 그날도 목사님과 식사를 마치고 갑자기 쓰러지셔서  목사님 품에서 돌아가셨다고 하니 살아오신 삶과 죽음의  일관된 거룩함이 놀랍다.  그 연세에  손수 운전해 다니실 만큼 또렷한 정신과 건강을 유지한 것도 모두 축복이다. 

 

잠시 세상에 내가 살면서 항상 찬송 부르다가

날이 저물어 오라 하시면 영광 중에 나아가리         

열린 천국문 내가 들어가 세상 짐을  내려놓고

빛난 면류관 받아 쓰고서 주와 함께 길이 살리

 

평소 장로님이 좋아 하셨다는 찬송가를 부르니 눈물이 핑 돌다가,  뷰잉 후 먹고 마시며 떠드는 사람들 틈에서 문득 삶과 죽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이청준의 소설 ‘축제’가 생각난다. 삶이 축제라면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인 죽음 또한 또 다른 축제 이리라.  남아있는 사람들의 기억과 추억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한, 그 삶은 영원하리라.  후대들에게 신앙의 모범을 몸소 보여주고  떠나는 모습은 아름답고 닮고 싶은 모습이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