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지구 살리기

 

 

최숙희

 

 

독립해 나가 살던 아들아이가 집으로 들어오니 부부만 살 때와 달리 삼시세끼 준비에 신경을 더 쓴다. 무엇을 식탁에 올릴까하는 아이디어도 고갈되고 반복되는 집밥 메뉴에 싫증이 나면 식당을 이용하게 된다. 점점 심해지는 코로나19로 캘리포니아 모든 식당의 실내외 식사는 금지되고 주문과 배달만 가능하니 식당 하는 분들의 고충이 제일 클 터이다.

 

 

1년 동안 의류, 가방, 신발 등의 쇼핑은 거의 안했지만 근근이 연명하며 버티는 지역 식당을 살려야 한다며 당당히 음식을 배달시킨다. 음식 하나만 시켜도 따라오는 그릇 개수가 어마어마하고 용기도 스티로폼에서 견고한 플라스틱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한 번 쓰고 버리기엔 아까워 씻어두니 모아둔 플라스틱으로 밥상을 차릴 수도 있겠다. 미니멀리스트로 살겠다는 새해결심은 애초에 글러버렸다.

 

 

코로나로 수영장이 닫혀서 저녁운동으로 동네를 걷는다. 쓰레기 버리는 날이면 집집마다 산더미같이 쌓인 온라인 쇼핑의 과도한 포장박스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자택 대기(stay-at-home) 행정명령이 나온 뒤 식료품까지 배달 받는 가정이 늘어 더욱 심해졌다. 나의 요즘 유일한 쇼핑 장소인 식료품점과 코스트코에 가면 마스크와 장갑이 주차장 카트에 많이 버려져 있는데 이기적 인간의 민낯을 보는 듯 부끄럽다.

 

 

팬데믹의 확산을 막기 위한 세계적 봉쇄조치로 인간 활동이 줄면서 야생동물이 귀환하고, 대기 질이 개선되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되는 등 자연이 회복되고 지구가 살아나고 있다는 반가운 기사를 읽었다. 코로나가 '생태계 복원'이라는 인류의 과제를 일깨워 주었다. 주변만 챙기기에도 많이 부족한 내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작은 실천이라도 하려는 것은 뜻밖의 수확이다. 말 나온 김에 행주 대신 쓰던 키친타월부터 없애고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해서 쓰레기를 줄여야겠다.

 

 

오늘 산책 중 작은 책장을 만들어 집 앞에 놓은 이웃을 발견했다. 유리문을 달아 무슨 책이 있는지까지 보인다. 동네 도서관도 닫힌 요즘, 이웃과 책을 나누려는 배려가 가뭄의 소낙비처럼 신선한 충격이다. 의자 두 개를 나란히 배치해 내용을 훑어보고 빌려갈지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어떤 동네는 식료품을 놓아두고 나눔을 실천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은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코로나가 인류의 지나친 과소비와 무분별한 개발에 지친 지구의 반격일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백신으로 코로나19가 잡힌다 하더라도 인간이 변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바이러스가 다시 공격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지구 살리기에 작은 노력이라도 더해야겠다. 이 우울한 인류의 재앙을 겪으며 특히 미국의 과잉 생산, 과잉 소비, 과잉 폐기의 싸이클에 몸살을 앓는 지구의 아픔에 일조하지 않았나 반성해 본다. 무심히 내 손을 거쳐 버려진 쓰레기의 양만큼 내 양심의 가책도 무겁다. 그래도 백신이 나왔다니 어둡고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듯싶어 기쁘다. 어서 내 차례가 와서 백신을 맞고 싶다.

 

 

미주 중앙일보 [이 아침에] 2021/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