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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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울고 싶어라
최숙희
Feb 07, 2017 97
울고 싶어라   수영장 사우나에서 받은 명함을 한참 만지작거리다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네 번 울리고도 안 받기에 얼른 끊었다. 연결이 안 되면 그만두자 생각이었으니까. 전화를 끊고 십 분쯤 되었을까, 리턴콜이 왔다.   “소개받고 전화 드리는데요. 피...  
25 이제 너무 늦었다(친구 H를 추억하며)
최숙희
Feb 07, 2017 155
이제 너무 늦었다(친구 H를 추억하며) 숙희야, 안 좋은 소식인데, H가 오늘 저세상으로 갔데. 밴드엔 게시 안 했어. 아프다 가는 친구 뒷 담화 하게 만들기 싫어서. 내일 나랑 민, 유, 영 이렇게 네 사람만 조문 가려고, 안 좋은 소식 전해서 미안. 갑자기 받...  
24 우리 같이 걸을까요
최숙희
Feb 07, 2017 84
우리 같이 걸을 까요     어젯밤 모처럼의 단비로 초록 봄기운이 더욱 짙어졌다. 공기가 촉촉한 이런 날은 산책하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집 근처에 여러 산책로가 있지만, 몇 년 전 한 친구가 이곳을 안내한 이후로는 여기만 찾게 되었다. 길 전체가 키 큰 유...  
23 친정엄마와 열흘
최숙희
Feb 06, 2017 143
    친정엄마와 열흘   친정엄마는 성격이 급하다.  어떤 생각이 들면 금세 행동에 옮겨야만 한다.  "내일 가려는데, 뭐 필요한 거 있냐?  아침에 바쁠 테니 나올 거 없고 택시나 셔틀타고 들어가마"  항상 도착 하루 전에 전화하고 자기말만 하고는 끊는다.  ...  
22 플러머 리카르도
최숙희
Feb 06, 2017 62
                                    플러머 리카르도   유난히 잦은 목욕과 샤워를 즐기는 아들애는 제 누나가 대학으로 떠난 뒤 집안의 온 목욕탕을 돌아가며 어지럽힌다.  뭐든 아까운거  모르는 전형적인 요즘아이로, 양치질하며 물도 마냥 틀어놓기 일쑤...  
21 엄마가 미안해
최숙희
Feb 06, 2017 124
엄마가 미안해 잠자는 딸의 방문을 살며시 열어본다. "엄마?" 아이의 목소리에서 불안함과 해방감의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얼른 자야 내일 일찍 일어나지." 대학을 졸업하고 집에 돌아온 딸과 6개월을 같이 지냈다. 멀리서 학교에 다녀 일 년에 고작 두서...  
20 춤바람
최숙희
Feb 06, 2017 187
춤바람 몸을 움직이는 운동은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싫어한다. 좁은 운동장 대신 수영장이 있는 국민학교를 다녀서 할 줄 아는 운동은 학교건물 옥상에서 하던 피구와 수영이 유일하다. 중고교 때 체육은 주로 체력장 연습과 자율학습으로 때우기 일쑤였다. 제...  
19 부부라는 이유로 2
최숙희
Feb 06, 2017 91
부부라는 이유로 텔레비전을 덜 보자고 케이블을 끊었는데 더 많은 한국 채널이 24시간 내내 잡힌다. 아침 설거지를 하며 한국 텔레비전 보는 것이 어느덧 일과가 되었다. 오늘은 'TV 특종 놀라운 세상'을 보게 되었다. 루게릭병에 걸려 거동 못하는 ...  
18 또 다른 축제
최숙희
Feb 06, 2017 45
  또 다른 축제   교회의  92세 원로 장로님이 소천 하셨다.  개인적 친분은 없으나  몇 년 전 장로님의 결혼 70주년을 축하하는 기사를 우연히 한국 신문에서 읽고 그분의 이름을 기억 했기에 추모예배에 참석하고 싶었다.    그토록  오랜 시간을 해로하다니...  
17 두 갈래 길
최숙희
Feb 06, 2017 373
                                    두 갈래 길   부부만 달랑 살아 절간 같던 집이 복잡해졌다.  대학을 졸업한 딸이 부친 짐이 도착하여 현관에 쌓여있다.  부모와 떨어져 지낸 아이의 4년이 궁금하여 짐을 풀러 보았다.  독특한 취향의 옷가지와 구두, 가...  
16 조금씩 놓아주기
최숙희
Feb 06, 2017 109
                                조금씩 놓아주기    아기 때 말이 좀 느렸던 것을 빼놓곤 한번도 기대를 저버린 적 없던 아들이었다. 말문이 터지고 청산유수로 능청스레 말을 잘 하는 것을 보고, ‘아, 이 아이가 자존심 강한 완벽주의자라서 그동안 말을 아...  
15 POSTAL SOLUTION 에서
최숙희
Feb 06, 2017 48
                                      Postal Solutions 에서      공증할 일이 있어 POSTAL SOLUTIONS에 갔다.  9시까지 운동교실에 가야 하기에 8시에 여는 가게의 첫 번째 손님이 되려고 부지런을 떨었다.  항상 나보다 발걸음이 빠른 남편이 먼저 성큼 ...  
14 남편은 갱년기
최숙희
Feb 05, 2017 187
남편은 갱년기 내가 알기로 가장 고루한 직장인 은행에 수 십 년 다니신 친정아버지는 집에 돌아오면 손 하나 까딱 안하셨다. 전화벨이 아무리 울려도 절대로 먼저 받는 법이 없어서 김치 버무리던 엄마가 손을 씻고 달려와 받을 정도였다. 물을 마시려면 안방...  
13 아버지의 약장
최숙희
Feb 05, 2017 221
  아버지의 약장    내복에 조끼만 입고 계셨다. 은행이나 동사무소 갈 때조차 정장을 챙겨 입고 모자까지 쓰시던 멋쟁이셨는데. 환자 수발에 지친 노인이 오랜만에 보는 며느리에게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침대에 누워계신 시어머니는 차라리 곱다. 큰아들을 ...  
12 건망증
최숙희
Feb 05, 2017 66
건망증     집을 나온 후 차고 문을 닫았나 긴가민가 하며 다시 돌아가는 일이  종종 있다. 대개의 경우 차고 문은 잘 닫혀 있으나 집에 다시 가서 확인할 때 까지는 불안하다. 가스불은 껐나, 뒷 마당으로 나가는 문은 잠갔나 집을 나선 후 걱정된다. 쇼핑몰...  
11 고마워요, 영옥씨
최숙희
Feb 05, 2017 79
고마워요, 영옥씨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혼혈인가 했을 정도로 서구적인 인상이었다. 은빛의 매우 짧은 커트머리가 잘 어울리는 작은 얼굴이 예뻤다. 그녀가 혼자 배낭여행한 경험담을 들으며 같이 산행할 때는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등과 가슴에 배낭 하...  
10 반성문
최숙희
Jan 28, 2017 76
                                              비누 곽을 닦는다. 솔로 박박 문지르니 원래의 고운 분홍빛이 살아난다. 세면대위 거울 속에는 걱정을 털어내려고 손을 바삐 움직이는 낯익은 여자가 나를 바라본다. 십년 넘게 가게를 하면서 화장실 청소를 한...  
9 레몬 디톡스
최숙희
Jan 28, 2017 437
레몬 디톡스    친정엄마가 한국서 나의 결혼사진을 들고 오셨다.  20여 년 전 것인데도 배경을 뿌옇게 처리해서 인지  인물이 뽀샤시 돋보인다.   자기 아버지를 닮아 머리가 많이 벗겨진 남편과 중년 이후 몸이 불어  두루뭉술해진 나를 사진 속 인물과 연결...  
8 사랑이라면
최숙희
Jan 28, 2017 88
사랑이라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다 못해 가슴이 저린 사람과 결혼을 꿈꾸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꿈일 뿐 현실은 내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주말마다 성사율이 높다는 리버사이드호텔 커피숍에 나가 맞선보기에 진력이 날 때쯤 지금의 남편을 만...  
7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최숙희
Jan 28, 2017 198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붉으죽죽한 비로도 커튼이 에어컨 바람에 펄럭인다. 지금은 찾아보기조차 힘든 벽걸이 에어컨, 골드스타 상표이다. 금성, 메이드인 코리아를 다른 곳에서 보았으면 반가웠겠지만 딸이 두 명의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맨해튼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