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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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1월에 생각나는 친구
LenaLee
May 07, 2016 202
11월에 생각나는 친구 이리나 꿈을 꿨다. 벨 소리에 문을 여니 K였다. 이십여 년이 넘도록 한 번도 보지 못한 내 친구 K. 예의 그 수줍은 미소를 띠며 긴 생머리 뒤로 묶은,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새로 이사 간 집을 어찌 알고 찾아왔느냐며 반갑게 맞...  
24 나는 누구인가
LenaLee
May 07, 2016 34
나는 누구인가 이리나 “Who do you think you are? (당신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TV 프로그램을 봤다. 사회 저명인사들을 초대해서 그들이 누구의 후손인가를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에는 자기 조상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이 나라...  
23 산다는 것은
LenaLee
May 07, 2016 103
산다는 것은 이리나 컴퓨터를 켰다. 아가도 천사도 잠이 든 이 밤에 왜 나는 깨어있는가. 며칠 피곤이 겹쳐서 낮잠을 잔 탓인가. 이메일 체크를 하다가 물건을 싸게 사는 경매 사이트에 갔다. 믿을 수 없는 가격에 물건들이 팔리고 있었다. 역시 경매는 경쟁이...  
22 차라리 작은 꽃이 되고 싶다
LenaLee
May 07, 2016 311
차라리 작은 꽃이 되고 싶다 이리나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다. 여름은 가고 메마른 가을이 느껴진다. 무심코 손을 비빈다. 낯익은 엄마의 손이 보인다. 세월의 흔적이 지나간 자리가 역력한 손이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갑자기 사람들의 시선...  
21 내 나이 다섯 살
LenaLee
May 07, 2016 224
내 나이 다섯 살 이리나 큰 맘 먹고 앨범 정리에 나섰다. 연도 별로 아이들 사진 정리를 마치고 내친김에 내 사진까지 정리하기로 했다. 몇 년간 손도 대지 않은 앨범을 들추었다. 백일 사진, 돌 사진 옆에 어려서 찍은 사진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어느 사진...  
20 시간 잡기
LenaLee
May 07, 2016 103
시간 잡기 이리나 복잡했던 하루의 일과가 끝났다.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방문을 연다. 어둡다. 불 꺼진 이 방. 지금 난 세상과 단절되었다. 어둠이 살랑대며 살갗을 스친다. 침대 옆에 앉는다. 잠시 후 어두움에 익숙해지자 이젠 무섭기보단 편안해지기...  
19 비 오는 날에
LenaLee
May 07, 2016 246
비 오는 날에 이리나 가을이다. 밖에는 비가 온다. 캘리포니아는 가뭄이 한창인데 잠시나마 그 가뭄을 해갈시켜 줄 단비다. 수요일은 아니지만 이런 날엔 빨간 장미 한 다발을 사서 곁에 두고 싶다. 짙은 장미 내음이 눅눅한 공기에 섞여서 방안을 가득 채울 ...  
18 노라 - 나의 엄석대
LenaLee
May 07, 2016 52
노라 - 나의 엄석대 이리나 스캇이 또 한 다발의 서류 뭉치를 들고 왔다. 신입사원이라 모르는 사항이나 의문 나는 일이 있으면 찾아와서 묻곤 한다. 벌써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지도 거의 이십년이 되었다. 간혹 삼십년, 사십년씩 일한 사람들도 보이지만, 이...  
17 고국의 하늘
LenaLee
May 07, 2016 305
고국의 하늘 이리나 한국엘 다녀왔다. 나에겐 20여년 만에 가는 나들이였고 엄마는 근 30년 만이었다. 이번 여행엔 한국을 TV와 인터넷을 통해서만 아는 미국에서 태어난 나의 두 딸들도 같이 갔다. 물론 이 둘에겐 첫 방문이다. 원래 계획은 남편과 함께 온 ...  
16 새가 난다 - 미발표작
LenaLee
May 07, 2016 370
새가 난다 이리나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 기침 소리가 들린다. 예배가 시작되었다. 음악 소리가 들린다. 안개가 흔들린다. 아! 새가 있다. 새는 솟구치더니 날개를 퍼덕인다. 두터운 안개가 퍼덕이는 날개 짓에 흩어지기 시작한다....  
15 이들만의 사랑
LenaLee
Sep 16, 2017 48
이들만의 사랑 이리나 어느 일요일,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려고 오랜만에 코리아 타운에 갔다. 일요일 저녁이라 식사하는 곳은 상당히 붐볐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혹은 친구끼리 나온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 식구 넷이 앉아서 식사할 장소를 찾기가 쉽지 ...  
14 개똥 위의 꽃 2
LenaLee
Sep 16, 2017 163
개똥 위의 꽃   이리나   재스민 향기가 요란한 길을 걷는다. 점심 먹고 나른해진 몸을 추스르려고 일하고 있는 빌딩의 뒷길을 걷는다. 작은 하얀 별무늬의 재스민은 빌딩의 벽을 타고 한없이 올라간다. 그 앞으로 핑크빛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철쭉꽃이 만발한...  
13 바람의 뒷모습 2
LenaLee
Jun 27, 2019 61
바람의 뒷모습   이리나   지난밤에는 바람이 몹시 불었다. 내가 사는 샌퍼낸도 밸리에는 산에 나무가 없다. 높은 산이라도 민둥산이니 그냥 높은 언덕처럼 보인다. 나무는 사람이 사는 곳에만 있다. 간밤에 집 근처 나무와 가로등을 스쳐 가는 바람이 사나운 ...  
12 너 그동안 잘했어 2
LenaLee
Jul 04, 2019 51
너 그동안 잘했어 이리나     별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의 CD도 여러 개 있고, 콘서트도 간 적이 있기에. 특히 지난 콘서트에서는 그가 쓴 책, ‘나는 박종호입니다.’와 시리즈로 만든 CD도 또 샀다. 책은 읽었지만, CD는 고스란히 뜯지도 않은 채 한쪽 ...  
11 낡은 앉은뱅이 상을 보며
LenaLee
Sep 02, 2019 61
낡은 앉은뱅이 상을 보며 이리나     계절로 치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였고 스무 살에서 몇 번의 봄이 지난 시절이었다. 고래 한 마리 정도는 너끈히 잡을 것 같았던 그때, 만만해 보인 인생 위에 설계된 나의 완벽한 계획에는 실패란 없었다. 하지...  
10 시원한 야자수 그늘에서
LenaLee
Sep 04, 2019 64
시원한 야자수 그늘에서 이리나   시원한 야자수 그늘이 있는 해변에서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학교에 있는 딸을 픽업하러 가는 중에 무심코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나온 문구이다. 하와이 관광을 선전하는 듯하다. 곧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고, 하늘은...  
9 행시 모음
LenaLee
Nov 28, 2019 43
첫눈 오는 날 – 이리나     첫 아이가 두 살 때 눈 을 처음 봤다. 오 는 눈을 손에 받으며 는 까? (뭘까?) 날 보며 함빡 웃었다   갈대의 춤                                                                      이리나   갈 바를 모른 체 헤메이는 대 우...  
8 [수필] 바람의 뒷모습/ 이리나
이현숙
May 22, 2020 30
[수필] 바람의 뒷모습 아리나 / 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20/05/22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20/05/21 18:56 “그 많은 나뭇잎은 어디로 갔을까 간밤에 불어온 바람이 낙엽을 모아 놓고” 지난밤에는 바람이 몹시 불었다. 내가 사는 샌퍼낸도 밸리에는 산에 나...  
7 실버 교회 2
LenaLee
Jan 30, 2021 26
실버 교회   그 도시에 갈 때마다 출석하는 교회가 있다. 목사님 혼자서, 삼십여 년 전에 콜링 받은 후, 전도사도 없이 가족들과 함께 운영하는 작은 교회다. 끊임없는 재정난에 허덕여서 그동안 수십 번도 넘게 장소를 옮겼다. 이번에는 변두리에 있는 상가건...  
6 그 해 겨울의 풍경소리 2
LenaLee
Mar 06, 2021 40
그해 겨울의 풍경 소리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천수경 읊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온다. 오늘도 새벽 예불을 드리지 못했다. 한 번쯤은 꼭 참석하려고 했는데, 미안한 마음에 방에서 나왔다. 산 중턱에 있는 작은 산사는 앞이 트여 있어 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