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맛 / 이정호

 

  돈은 얼마나 있어야 행복한 것인가.  돈맛이란 어떤 것인가.  그리고 그 맛을 알아 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돈은 우리가 살아 가는데 우리와 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맛을 잘 못 알아 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돈맛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벼락치기로 돈을 벌어 돈맛을 아는 것이다. 그 맛은 황홀하다. 그러나 그 맛은 오래 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대부분이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다. 

 

  소액 주식투자에 매달리며 살아가던 김모 씨(52) 2003년경 로또 1등 당첨이라는 돈벼락을 맞았다. 당시 1등 당첨자 2명에게 배당된 당첨금은 약 242억 원으로 김 씨는 세금을 제외한 189억 원을 수령했다. 로또 복권 사상 역대 두 번째로 많은 1등 당첨금이었다. 그는 주식투자에 거금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일부 재산은 부동산 구입과 병원 설립 투자금 등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서류상 문제로 병원 설립에 투자한 35억 원을 회수하지 못한 데다 주식투자 실패까지 겹치면서 2008년 말 당첨금을 모두 탕진하고 말았다. 그후 그는 당첨금 영수증 보여주며 사기치다 쇠고랑을 차게 되었다.

 

  또 다른B(60) 2015년 로또 1등에 당첨됐다. 당첨금은 무려 403400여만원. 하지만 당첨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머니 C씨가 당첨금을 나눠 달라고 요구하면서 가족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머니 C씨는 자신이 손자들의 양육을 맡았는데도 당첨금을 나눠주지 않자 불만이 커졌다. 이에 2016 85, C씨는 딸 D씨 등과 함께 아들이 사는 아파트에 열쇠수리공을 불러 현관의 전자식 잠금장치를 휴대용 드릴로 파손하고 집안까지 침입했다.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이들은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목사가 돈맛을 알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 돈맛을 잘 못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한 예로 서울남부지법은 교회 돈 32억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로 서울에 있는 유명 대형교회 담임목사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판결문을 보면, 그 목사는 주일헌금 등으로 조성된 교회 자금을 자신의 계좌에 넣어 관리하던 중 2008 8월께 한 신도와 짜고 그 신도가 운영하는 회사 임원 계좌로 200만원을 이체했다.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1월까지 교회예산 326600만원을 그 계좌로 빼돌렸다

 

이곳 엘에이에서도 목사가 돈과 관계된 많은 비리가 발생한다. 대형교회인 한 곳에서 담임목사의 재정비리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물리적 충돌로 인해 구급차가 몇 번 교회로 출동했다. 재정인수를 하는 과정에 20만불 정도의 적자, 담임목사 목회 활동비 과다 지출, 9000달러 무단 인출을 발견하여 그것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다가 재장부장은 담임목사에 의해 해임되며 재정에 문제를 일으켰던 집사가 다시 재정부 차장으로 임명되면서 갈등은 더 커졌다. 담임목사 반대측은 최소한 문제가 있었던 재정담당 집사를 다시 재정담당 차장에 임명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목회활동비로 월 $1,500이 책정되어 있는데 20199월의 기록을 보면 $3,600여불이 거의 식비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목사측도 할 말은 많을 것이고 반박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재정문제로 교회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목사는 목사를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목사는 분명히 다른 직업과 다르다.  돈을 받고 우리의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다.  목사의 인격과 참된 사랑이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위로하고 올바로 인도하는 것이다. 목사의 말보다는 드러나는 행동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목사도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생계에 얽매이지 않고 목회활동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리고 세상사람들이 어떻게 힘들게 돈을 버는 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더 다가올 수 있는 설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돈맛을 잘 못 알면 안된다.  복권에 당첨되어 벼락치기로 돈을 벌어 불행하게 된 사람, 목사를 단지 직업으로 생각해서 돈을 추구하는 성직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 돈의 노예가 되서는 안된다.  없으면 없는 데로 그 처지에 맞게 살면 될 것이다. 그래서 돈에서 해방되어 바로 이 순간의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