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말

 

 

 

 

 "배나무가 없는데 마을 사람들은 우리 집을 배나무 안집이라 불렀다.

 은은한 배꽃향기가 그해는, 유난스레 짙었단다.

 뜰을 출렁이는 배꽃향기 사이로 달빛이 함박눈처럼 쏟아질 때다섯 살배기 아이는 잠도 안 자고 툇마루에 앉아 밤새 울기만 했다.

 

 아버지는 다음 날 동티가 났다며, 아름드리 배나무를 베어버리고 고사를 지냈단다.

 

 그날 밤, 그 아찔하고 아득했던 순간 때문에 평생을 방황하고 허둥대며 살았다.

 그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미혹(迷惑)과 열망이었다. 알 수도, 채울 수도 없는 목마름에 헉헉거리며 여기까지 왔다."(나의 아름다운 열망과 좌절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속에는 개똥밭도 있었다. 개똥밭 속의 나는 음침하며, 자기중심적이고, 까칠하였음으로 늘 괴로웠다.

 

 비록 배꽃향기 나지 않지만 내 온몸 찢고 나온 것들이다. 차마 버릴 수 없기에 이름 지어 세상에 내보낸다. 매우 초라하고 빈약하다.

 

 부디, 귀한 시간 빼앗지 않는 글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