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의 창작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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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빨강 신호등 앞에서 2
이희숙
Oct 21, 2021 36
빨강 신호등 앞에서 이희숙 하굣길에 어린이를 태우고 조심히 운전하고 있었다. 주변의 차와 같은 속도로 흐름을 유지하며 가는데 갑자기 앞차가 비상등을 켜며 섰다. 서 있는 차를 비켜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 순발력이 필요했다. 깜빡이를 켜고 수신호를 ...  
24 남태평양에서
이희숙
Nov 25, 2019 51
남태평양에서 이희숙 가슴이 두근거렸다. 강렬한 태양이 올라오며 붉은 기운이 바다를 덮는 모습이라니. 비행기 창밖의 풍경에 나는 흠뻑 빠져들었다. 하늘 위에서 날짜 변경선을 지나며 이틀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일과 책임을 내려놓고 ...  
23 햇살 좋은 가을을 떠나보내며
이희숙
Nov 25, 2019 55
햇살 좋은 가을을 떠나보내며 (퓨전수필 가을호 2019) 이희숙 수확이 끝난 늦은 가을이다. 이른 아침 우리 내외는 오크 글랜 Oak Glen 사과 과수원 산기슭으로 오른다. 한철에는 자녀의 손을 잡고 사과를 따는 체험을 하기 위해 많은 가족이 찾아오는데 그들...  
22 우리를 청춘으로 살게 하는 것들
이희숙
Nov 22, 2019 61
우리를 청춘으로 살게 하는 것들 (11. 19. 2021 중앙일보 이아침에) 밤새 바람이 불었다. 곱게 물들었던 감잎이 우수수 떨어져 늦가을의 쓸쓸함을 더해준다. 토요일 아침, 사람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일찍 미용사와 예약했다. 너무 이른 탓인지 미용실 안은 ...  
21 여행길에서 만난 다리
이희숙
Nov 22, 2019 54
여행길에서 만난 다리 이희숙 고국 방문길에 올랐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차창을 내다보니 강이 흐른다. 서울이 조선 시대 한양으로부터 최대 도시가 된 중심엔 한강이 있었다. 민족의 젖줄인 한강 물결이 지나온 세월을 말하는 듯했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  
20 귀 빠진 날
이희숙
Aug 08, 2019 372
귀빠진 날 이희숙 진달래가 온 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메말랐던 산천초목이 부활하는 계절이다. 내 귀가 빠진 날은 봄 한가운데 있다. 자연이 새롭게 피어나듯 작은 생명이 태어났다. 세상에 나와 한 달 후 엄마의 품에 안겨 부활절 예배에 참석했다고 한...  
19 추억의 음식
이희숙
Jan 08, 2022 19
추억의 음식 내가 운영하는 어린이 학교를 졸업하며 떠나는 외국 엄마의 질문이다. "프리스쿨에선 잘 먹는데, 집에서 내가 해주면 안 먹어요. 이제 공립 킨더가든에 진학해서 점심 도시락을 싸 주어야 하는데 샌드위치 속에 어떤 재료를 넣었어요?"라고 묻는...  
18 열쇠가 주는 의미
이희숙
Aug 08, 2019 123
열쇠가 주는 의미 이희숙 나는 여러 개의 문을 열며 하루를 시작한다. 밤새 잠겼던 철문을 활짝 열고, 돌아가며 교실 문을 연 다음 창문을 젖히어 시원한 바람으로 환기를 시킨다. 곧이어 현관문을 열며 엄마 손을 잡고 등원하는 아이를 반갑게 맞이한다. 열...  
17 울타리가 없는 집
이희숙
Aug 08, 2019 164
울타리 없는 집 (4. 15. 2021 중앙일보) 이희숙 우리 집은 울타리가 없다. 비가 갠 후, 탁 트인 옆집의 잔디가 한층 푸르게 보인다. 가끔 멀리서 말 울음소리가 ‘히이잉’ 들려온다. 빈 마당엔 옛 마구간의 여물통이 놓여 있다. 넓은 공간은 산토...  
16 금메달의 땀
이희숙
Dec 02, 2021 32
금메달의 땀 이희숙 떠나는 여름이 기승을 부린다. 더위가 절정에 올라 수은주가 화씨 95도를 넘나든다. 노동절 연휴 아침 교외의 넓은 축구 경기장으로 향한다. 손녀가 Labor Day Tournament의 결승전 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말할 나위 없이 손주의 행사는 ...  
15 무엇에 감사하는가?
이희숙
Aug 08, 2019 85
무엇에 감사하는가? 이희숙 빵 한 조각을 앞에 놓고 감사하는 주름 잡힌 손에 눈길이 간다. 가족이 둘러앉아 소박한 밥상 앞에서 고개 숙인 모습이 경건하게 다가오는 계절이다. 추수감사절에 정성을 기울여 터키를 굽는다. 누리끼리 구워진 칠면조의 고소한 ...  
14 부뚜막에 걸린 주머니
이희숙
Aug 08, 2019 99
부뚜막에 걸린 주머니 이희숙 내 어릴 적의 부엌 부뚜막 위에는 헝겊 주머니가 걸려있었다. 어머니는 쌀을 씻기 전, 쌀 분량의 1/10을 떼어 주머니에 담았다. 가족을 위해 기도하면서 정성을 기울였고 끼니마다 주머니 속에 쌀이 소복이 쌓여갔다. 일요일에 ...  
13 가장 따뜻한 이불
이희숙
Aug 08, 2019 231
가장 따뜻한 이불 이희숙 멀리 산에서 불어오는 눈바람 탓인가. 이른 아침에 차 문을 여는 손끝이 시리다. 유리창에 낀 성에가 두꺼워 히터를 튼 채 기다린다. 따뜻한 기온이 차 안에 퍼진다. 뉴스를 듣는다. 지구 곳곳에서 혹한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마비되...  
12 '신묘막측(新墓幕側)'이 새겨진 티셔츠
이희숙
May 29, 2021 26
'신묘막측(新墓幕側)'이 새겨진 티셔츠 (6. 14. 2021 중앙일보 이아침에) 이희숙 낭랑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아빠, 아빠!" 소리에 솔깃하여 고개를 들어보니 두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우리 집 잔디밭에서 해맑게 웃으며 뛰어논다. 아이는 &#...  
11 잊히고 싶지 않은 사람들
이희숙
Feb 03, 2021 19
잊히고 싶지 않은 사람들 (6. 27. 2020 중앙일보) 이희숙 '유월'하면 떠오르는 날이 있다. 현충일이다. 그날엔 어김없이 어머니와 가는 곳이 있었다. 동작동 국립묘지 한쪽에 자리 잡은 외삼촌의 묘이다. 그곳은 과거를 잊은 듯 평온한 초록 잔디 위...  
10 징검다리를 건너며 3
이희숙
Feb 25, 2019 93
징검다리를 건너며 이희숙 비가 그친 후 흰 눈산이 선명하게 펼쳐있다. 유난히 비가 많던 겨울, 물이 충만할 계곡을 그려 보며 폭포(Santa Anita Sturtevant Falls)를 찾아갔다. 예전에 다녀온 적이 있어 쉬운 코스로 생각하고 별다른 준비 없이 출발했다. 배...  
9 막힌 하수구와 마음속 응어리
이희숙
Jan 22, 2022 49
막힌 하수구와 마음속 응어리 (2.14. 2020 중앙일보 이아침에 ) 이희숙 물이 거꾸로 올라온다. 우리 학교 건물에 발생한 사고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이치인데 하수구가 왜 막혔을까? 수돗물을 잠그며 기다린다. 시간이 지난 후 조심스레 손잡이를 눌...  
8 관점의 차이
이희숙
Jan 28, 2019 176
관점의 차이 이희숙 커피잔에 빠진 파리 커피 내음이 온 방에 그윽이 찬다. 구수한 향이 긴장을 풀어주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 준다. 수필을 공부하기 전, 간단한 점심을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다. 어디선가 파리 한 마리가 들어와 윙윙거린다. 눈앞에...  
7 연장된 기회 4
HeeSookYoo
Jan 17, 2019 40
연장된 기회 이희숙 운전면허 실기 시험을 2년마다 본다. 매번 정밀 시력검사를 받아 결과를 제출했다. 올해도 안과를 예약하고 보험회사의 허락을 기다렸다. 세 번의 병원 방문으로 겨우 결과 기록을 받았다. DMV에서는 무려 세 시간을 기다려 접수하고, 운...  
6 글을 쓰는 시간 3
HeeSookYoo
Jan 17, 2019 42
글을 쓰는 시간 어릴 적, 알프스산에서 뛰놀던 하이디를 좋아했다. 오두막 다락에 올라 창가의 마른 풀로 만든 침대에서 꿈꾸던 하이디가 된 양 ‘알프스의 소녀’ 동화책 속에 빠져들었다. 단발머리 시절에는 문학 전집을 머리맡에 두고 잠드는 밤이 많았다.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