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의 창작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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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화장대 앞에서
이희숙
Jun 04, 2020 40
화장대 앞에서 이희숙 가족 앨범을 보던 딸이 까르르 웃었다. "엄마, 머리가 이게 뭐야, 얼굴에 화장도 좀 하고 찍지." 젊었을 땐 으레 부스스한 머리에 민낯으로 사진을 찍었다. 미용실에 갈 시간도 없고, 화장품값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얼굴에 끈적한 액...  
44 묵은지의 깊은 맛으로
이희숙
Jun 04, 2020 40
묵은지의 깊은 맛으로 찬 바람이 불어오면 어머니는 월동 준비를 하셨다. 빨간 고무장갑을 낀 이웃 아주머니들이 어우러져 김장하며 음식 맛과 함께 사람의 정(精)을 만들어내는 큰 행사였다. 밭에서 얻은 정기를 머금고 실려 온 배추는 꽉 찬 노란 속이 쪼개...  
43 연장된 기회 4
HeeSookYoo
Jan 17, 2019 40
연장된 기회 이희숙 운전면허 실기 시험을 2년마다 본다. 매번 정밀 시력검사를 받아 결과를 제출했다. 올해도 안과를 예약하고 보험회사의 허락을 기다렸다. 세 번의 병원 방문으로 겨우 결과 기록을 받았다. DMV에서는 무려 세 시간을 기다려 접수하고, 운...  
42 숫자 ‘3’의 의미 (3.14.2023 / 중앙일보 이 아침에) 2
이희숙
Mar 14, 2023 39
[이 아침에] 숫자 ‘3’의 의미 이희숙 ‘삼겹살 데이 세일’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3월 3일, 삼이 겹쳐 삼겹살 데이라고 한단다. 기발한 상술이다. ‘3’이라는 숫자는 많은 의미로 쓰인다. 어릴 적 가위바위보나 내기를 하면...  
41 7월에 만난 인디언 어린이 (7/14/23 중앙일보) 3
이희숙
Jul 14, 2023 38
7월에 만난 인디언 어린이 이희숙 뜨락에 핀 장미 향내로 마음이 들뜨는 계절이다. 벗어 던진 마스크가 하늘길을 여니 반가운 얼굴이 또렷하게 다가온다. 단절되었던 만남이 이루어진다. 두 팔 벌려 부둥켜안는다. 한국에서 친구 내외, 캐나다에서 옛 교우 부...  
40 '구름을 뚫은 산'의 기상으로
이희숙
Jan 10, 2020 37
‘구름을 뚷은 산’의 기상으로 (1.10.2020 중앙일보 열린광장에 실림) 올겨울엔 비가 많이 왔다. 반가운 겨울 선물이다. 로스앤젤레스의 높은 산이 눈으로 덮이는 매력이 있다. 먼 산이 하얗게 보인다. 피부에 닿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마음마저 상쾌하게 한다. ...  
39 자연에서 찾은 여유 2
이희숙
Aug 06, 2020 36
자연에서 찾은 여유 (중앙일보 열린광장 7/23/2020, 그린에세이 9월호에 실림) 이희숙 아침 하늘이 흐리다. 거세어지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때문에 재 봉쇄령이 내려졌다. 집에 거한 지 어언 넉 달이 지난다. 내가 아침 여섯 시에 출근하면 아침과 점심 식사...  
38 빨강 신호등 앞에서 2
이희숙
Oct 21, 2021 36
빨강 신호등 앞에서 이희숙 하굣길에 어린이를 태우고 조심히 운전하고 있었다. 주변의 차와 같은 속도로 흐름을 유지하며 가는데 갑자기 앞차가 비상등을 켜며 섰다. 서 있는 차를 비켜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 순발력이 필요했다. 깜빡이를 켜고 수신호를 ...  
37 연결의 소리
이희숙
Jul 13, 2021 35
연결의 소리 이희숙 '으앙!' 울음소리가 공기를 흔든다. 한 생명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터지는 소리다. 손자가 태어나는 날에 나는 딸을 걱정하며 병실 안을 안절부절 서성였다. 의사와 간호사는 아기의 숨쉬기를 확인한 후 바쁘게 가위로 아...  
36 모국의 숨결 (중앙일보 이 아침에 2022. 12. 17) 2
이희숙
Dec 17, 2022 34
모국의 숨결 (중앙일보 이 아침에 2022. 12. 17) 이희숙 모국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봇물 터지듯 모국을 향하는 발걸음들이 바쁘다. 망설이며 설렘 속에 기다렸다. 예전과 다른 마음 자세로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남편의 신장 투석...  
35 두꺼워지는 돋보기 속 세상
이희숙
Aug 06, 2020 34
두꺼워지는 돋보기 속 세상 (그린에세이 7월호에 실림) 이희숙 어릴 적에 나는 눈이 자주 아팠다. 몸이 허약했고 가장 취약한 부분이 눈이었다. 칠판 글씨가 또렷하게 보이지 않아 초등학교 2학년부터 안경을 써야 했다. 안과 의사는 꼬마 단골 환자를 친절하...  
34 내 나이처럼 메모 노트도 변한다
이희숙
Aug 12, 2021 33
내 나이처럼 메모 노트도 변한다 이희숙 병실에서 홀로 지내던 무료한 시간이었다. 골반 골절 수술 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아무도 방문할 수 없었다. 혼자 견뎌야 하는 두려움으로 병실의 공기는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침대에서 움직일 수 없는 처지였...  
33 그 시절, 그 물건, 그 마음
이희숙
Jun 12, 2021 33
그 시절, 그 물건, 그 마음 이희숙 요즈음 나는 긴장된 시간을 산다. 과학과 IT산업의 발달로 생활이 편리해지긴 했지만 새로운 지식을 취득하느라 숨이 가쁘고 벅차기 때문이다. 신발명품이 옛것을 밀어낸 탓에 유효하게 사용하던 물건도 사라진 지 오래다. ...  
32 [중앙일보 이 아침에] 한 해를 보내며 / 12.20.2013 2
이희숙
Dec 20, 2023 32
[이 아침에] 한 해를 보내며 이희숙 수필가 감잎이 고운 색으로 물들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황홀한 모습도 잠시인가, 바람이 부니 힘없이 나부낀다. 뒹굴거리며 몸을 뒤척이는 모습에 가슴이 시려온다. 온몸의 진액을 빨아올려 맺었던 열매를 떠나보내고 홀가...  
31 금메달의 땀
이희숙
Dec 02, 2021 32
금메달의 땀 이희숙 떠나는 여름이 기승을 부린다. 더위가 절정에 올라 수은주가 화씨 95도를 넘나든다. 노동절 연휴 아침 교외의 넓은 축구 경기장으로 향한다. 손녀가 Labor Day Tournament의 결승전 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말할 나위 없이 손주의 행사는 ...  
30 까치발을 하면 보이는 세상
이희숙
Aug 12, 2021 31
까치발을 하면 보이는 세상 이희숙 아빠가 아이에게 묻는다. "다음 중 종류가 다른 것은? 금붕어, 고등어, 상어, 사자 중 무엇일까?" 네 가지 동물 중에서 관계가 없는 다른 것을 고르는 사지 선다형 문제다. 아빠는 네 가지 동물 중에서 물고기가 아닌 사자...  
29 배려를 담은 '까치밥'
이희숙
Oct 23, 2020 31
배려를 담은 ‘까치밥’ (10/23/2020 중앙일보 이 아침에 실림) 이희숙 몇 년 전 앞뜰에 아기 감나무를 심었다. 한 해 두 해를 지나며 키를 더하고 어깨를 넓힌 나무는 따스한 봄볕을 마주 보며 올해는 노란 감꽃을 피웠다. 마치 아가 볼에 있는 보...  
28 교육의 '현장'이 사라진 시대
이희숙
Aug 26, 2020 31
교육의 ‘현장’이 사라진 시대 (8/26/2020 중앙일보 이아침에 실림) 이희숙 새 학기가 시작되는 절기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졸업과 입학을 축하하는 행사를 할 수 없다. 한 과정을 시작하고 맺는 메시지도 전할 수 없다. 설렘이 사라져 아쉬움...  
27 뭉초가 펼친 미래를 향한 꿈 (2024.2.6. 중앙일보 이 아침에) 3
이희숙
Feb 06, 2024 30
뭉초가 펼친 미래를 향한 꿈 (2024.2.6. 중앙일보 이 아침에) 이희숙 하얀 빙판 위에서 귀여운 마스코트 뭉초가 기개를 펼쳤다. 2024 강원 동계 청소년올림픽이 대한민국 강원도에서 개최되었다. 젊은이들의 열정과 재능으로 강원의 심장이 힘차게 뛰었다. 웅...  
26 월리 Wall-E의 동생이 된 두비 DooB-E
이희숙
Jun 25, 2021 30
월리의 동생이 된 두비 이희숙 새 가족이 또 생겼다. 두 살 된 작은 마티스다. Petco 쇼핑몰 울타리 안 많은 유기견 틈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띄어 그를 입양했다. 새 식구의 이름은 이미 우리 집에서 귀여움을 받고 있는 강아지 월리 Wall-E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