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의 창작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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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그 시절, 그 물건, 그 마음
이희숙
Jun 12, 2021 33
그 시절, 그 물건, 그 마음 이희숙 요즈음 나는 긴장된 시간을 산다. 과학과 IT산업의 발달로 생활이 편리해지긴 했지만 새로운 지식을 취득하느라 숨이 가쁘고 벅차기 때문이다. 신발명품이 옛것을 밀어낸 탓에 유효하게 사용하던 물건도 사라진 지 오래다. ...  
44 어머니의 홍시
이희숙
Feb 03, 2021 24
어머니의 홍시 (8/17/2020 중앙일보 독자 마당에 실림) 이희숙 봄비가 내렸다. 예년과 다르게 메말랐던 남가주가 촉촉하다. 죽은 듯 보였던 나뭇가지는 연한 순을 틔우며 숨을 고르고 내면에 잠재했던 힘으로 더욱더 세게 물을 빨아올린다. 빗방울이 영롱하게 ...  
43 '가난한 동네'는 '나쁜 동네'가 아니다
이희숙
Nov 12, 2020 45
'가난한 동네'는 '나쁜 동네'가 아니다 (11.12.2020 중앙일보 이 아침에 실림) 이희숙 애너하임에서 백인 원장으로부터 인수한 어린이학교를 어언 30년 동안 운영하고 있다. 나름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한글 '어린이학교' 간...  
42 투석 2
이희숙
Oct 23, 2020 58
투석 이희숙 피하고 싶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의사의 권면에 이어 마지막 경고까지 견디었는데 더는 위험하다고 했다. 식이요법만으론 한계에 이른 것이다. 남편의 43년 외길 목회자의 삶이 긴장과 고난의 길이었던가? 한국전쟁 시 갓난이로 엄...  
41 배려를 담은 '까치밥'
이희숙
Oct 23, 2020 31
배려를 담은 ‘까치밥’ (10/23/2020 중앙일보 이 아침에 실림) 이희숙 몇 년 전 앞뜰에 아기 감나무를 심었다. 한 해 두 해를 지나며 키를 더하고 어깨를 넓힌 나무는 따스한 봄볕을 마주 보며 올해는 노란 감꽃을 피웠다. 마치 아가 볼에 있는 보...  
40 홀로 서는 아이들
이희숙
Oct 23, 2020 27
홀로 서는 아이들 ( 9/14/2020 중앙일보 열린 광장에 실림) 이희숙 날씨가 뜨겁다. 폭염 주의보가 내려지고 지구가 끓는 듯하다. 화씨 110도를 넘나들며 정전 사태가 벌어진다. 에어컨까지 꺼지게 하는 비상사태를 초래한다. 바깥 놀이를 못 해 몸을 비트는 ...  
39 교육의 '현장'이 사라진 시대
이희숙
Aug 26, 2020 31
교육의 ‘현장’이 사라진 시대 (8/26/2020 중앙일보 이아침에 실림) 이희숙 새 학기가 시작되는 절기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졸업과 입학을 축하하는 행사를 할 수 없다. 한 과정을 시작하고 맺는 메시지도 전할 수 없다. 설렘이 사라져 아쉬움...  
38 자연에서 찾은 여유 2
이희숙
Aug 06, 2020 36
자연에서 찾은 여유 (중앙일보 열린광장 7/23/2020, 그린에세이 9월호에 실림) 이희숙 아침 하늘이 흐리다. 거세어지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때문에 재 봉쇄령이 내려졌다. 집에 거한 지 어언 넉 달이 지난다. 내가 아침 여섯 시에 출근하면 아침과 점심 식사...  
37 두꺼워지는 돋보기 속 세상
이희숙
Aug 06, 2020 34
두꺼워지는 돋보기 속 세상 (그린에세이 7월호에 실림) 이희숙 어릴 적에 나는 눈이 자주 아팠다. 몸이 허약했고 가장 취약한 부분이 눈이었다. 칠판 글씨가 또렷하게 보이지 않아 초등학교 2학년부터 안경을 써야 했다. 안과 의사는 꼬마 단골 환자를 친절하...  
36 공간의 여유
이희숙
Oct 19, 2021 26
공간의 여유 미지의 공간으로 여행을 떠났다. 낯선 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설레며 가방을 꾸렸다. 늘 똑같은 일상으로 잔잔하던 가슴에 파문이 일렁였다. 처음엔 간편하게 작은 가방을 선택했지만, 방문하는 세 나라가 위도의 차이로 날씨 변화가...  
35 한류 호미 2
이희숙
Jun 04, 2020 42
한류 호미 (K Homi) (5월 2일 중앙일보 열린광장에 실림) 이희숙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학교 문을 닫은 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시간이 있었다. 수입도 없이 학교를 운영해야 하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컸지만, 무엇보다 아무 대책도 없이 막연하게 기다려...  
34 화장대 앞에서
이희숙
Jun 04, 2020 40
화장대 앞에서 이희숙 가족 앨범을 보던 딸이 까르르 웃었다. "엄마, 머리가 이게 뭐야, 얼굴에 화장도 좀 하고 찍지." 젊었을 땐 으레 부스스한 머리에 민낯으로 사진을 찍었다. 미용실에 갈 시간도 없고, 화장품값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얼굴에 끈적한 액...  
33 묵은지의 깊은 맛으로
이희숙
Jun 04, 2020 40
묵은지의 깊은 맛으로 찬 바람이 불어오면 어머니는 월동 준비를 하셨다. 빨간 고무장갑을 낀 이웃 아주머니들이 어우러져 김장하며 음식 맛과 함께 사람의 정(精)을 만들어내는 큰 행사였다. 밭에서 얻은 정기를 머금고 실려 온 배추는 꽉 찬 노란 속이 쪼개...  
32 [이 아침에] 영상으로 떠나보낸 어머니/이희숙 2
이현숙
May 12, 2020 48
[이 아침에] 영상으로 떠나보낸 어머니 이희숙 / 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20/05/12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20/05/11 17:24 영상으로 떠나보낸 어머니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다. 구순 생일에도 건강하고 고우셔서 수년은 더 사실 거라고 장담했던 때가 ...  
31 쥐구멍에 볕들 날
이희숙
Jan 22, 2022 58
쥐구멍에 볕들 날 이희숙 올해는 경자년 쥐띠이다. 우리 가족 중에도 쥐띠가 여러 명 있어 친근한 동물이다. 옛날 설화에 하느님이 열두 동물의 순서를 정하기 위해 경주를 시켰다. 소가 맨 처음 들어왔는데, 쥐가 꾀를 피워 소뿔에 매달려 있다가 약삭빠르게...  
30 금지된 꿈
이희숙
Jan 29, 2020 55
금지된 꿈 (1.29.2020. 중앙일보 열린광장에 실림) 이희숙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토요일에 영화관을 찾았다. 미국 복판에서 우리말로 한국 영화를 볼 수 있다니 영상이 돌아가기 전부터 감동이 몰려왔다. 제목은 천문 天問 (하늘에게 묻는다), 영어로 금지된...  
29 편견과 한계를 극복한 올림픽 정신
이희숙
Sep 12, 2021 8
편견과 한계를 극복한 올림픽 정신 애초부터 그리 기대할 상황은 아니었다.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서로 화합하여 하나 되길 바라는 지구촌 축제에 불이 붙었지만, '다 같이 더 강하게! Together Stronger!'라는 슬로건조차 가슴에 와 닿지 않고 시큰...  
28 '구름을 뚫은 산'의 기상으로
이희숙
Jan 10, 2020 37
‘구름을 뚷은 산’의 기상으로 (1.10.2020 중앙일보 열린광장에 실림) 올겨울엔 비가 많이 왔다. 반가운 겨울 선물이다. 로스앤젤레스의 높은 산이 눈으로 덮이는 매력이 있다. 먼 산이 하얗게 보인다. 피부에 닿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마음마저 상쾌하게 한다. ...  
27 한여름 속 크리스마스
이희숙
Dec 26, 2019 63
한여름 속 크리스마스 (12.25.2019. 중앙일보 열린 광장에 실림) 이희숙 12월 달력을 넘긴다. 추위를 더 느끼는 계절이다. 상자를 열면서 흥분된 손이 사르르 떨리며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 조립하고 장식한다. 스타킹, 리본, 종, 루돌프 장식물을 나무에 달...  
26 불구경만 하고 있었나?
이희숙
Nov 26, 2019 46
불구경만 하고 있었나? (5월 2020년 한국 그린에세이 신인상) 이희숙 전화벨이 울렸다. 그날 소파에 편안히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일과의 긴장을 푸는 늦은 밤이었다. 한국에 사는 동생이 다급한 목소리로 산불에 대피했는지 물었다. "응? 대피령?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