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의 창작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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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여행길에서 만난 다리
이희숙
Nov 22, 2019 54
여행길에서 만난 다리 이희숙 고국 방문길에 올랐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차창을 내다보니 강이 흐른다. 서울이 조선 시대 한양으로부터 최대 도시가 된 중심엔 한강이 있었다. 민족의 젖줄인 한강 물결이 지나온 세월을 말하는 듯했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  
64 이별과 그리움을 넘어 4
이희숙
Feb 03, 2021 53
이별과 그리움을 넘어 이희숙 막새 바람이 분다. 나무 몸통에 붙어 있던 잎을 미련 없이 털어내며 이별한다. 지구의 중심을 향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무욕의 계절이다. 하늘은 잎새 한 장도 허투루 떨구지 않는다고 하던가. 벌거벗은 나무들 사이로 뒷집의 형...  
63 백신 맞는 날 2
이희숙
Mar 19, 2021 51
백신 맞는 날 (3. 20. 2021 중앙일보 이아침에) 이희숙 경쾌한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들려왔다. "나, 지금 코로나 백신을 맞고 왔어." 건강하고 행동이 민첩한 50년 지기 친구다. 그녀의 정보를 알려주는 소식이 고마웠지만 한편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코로나...  
62 마추픽추의 비밀 4
이희숙
May 04, 2021 51
마추픽추의 비밀 이희숙 구름이 벗겨지며 산의 형체가 드러난다. 구름이 비상하는 하얀 움직임을 바라본다. 신비에 싸인 산마루를 오르는 설렘에 심장의 박동이 빨라진다. 몇 년 전 우리 부부는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올 만큼 심한 건강 악화를 겪었다. 힘든 ...  
61 남태평양에서
이희숙
Nov 25, 2019 51
남태평양에서 이희숙 가슴이 두근거렸다. 강렬한 태양이 올라오며 붉은 기운이 바다를 덮는 모습이라니. 비행기 창밖의 풍경에 나는 흠뻑 빠져들었다. 하늘 위에서 날짜 변경선을 지나며 이틀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일과 책임을 내려놓고 ...  
60 막힌 하수구와 마음속 응어리
이희숙
Jan 22, 2022 49
막힌 하수구와 마음속 응어리 (2.14. 2020 중앙일보 이아침에 ) 이희숙 물이 거꾸로 올라온다. 우리 학교 건물에 발생한 사고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이치인데 하수구가 왜 막혔을까? 수돗물을 잠그며 기다린다. 시간이 지난 후 조심스레 손잡이를 눌...  
59 물뿌리개 (7/8/2022 중앙일보 이아침에) 2
이희숙
Jul 08, 2022 48
물뿌리개 이희숙 비가 오지 않는다. 강과 댐이 메말라 있고 흙이 갈라져 거북이 등을 연상케 한다. 로스앤젤레스는 사막기후로 겨울철이 우기가 되어 강수량을 채워 주었다. 지난 겨울엔 비 온 날이 몇 손가락이나 꼽혔을까? 넓은 뜰 덕분에서 코로나19팬데믹...  
58 [이 아침에] 영상으로 떠나보낸 어머니/이희숙 2
이현숙
May 12, 2020 48
[이 아침에] 영상으로 떠나보낸 어머니 이희숙 / 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20/05/12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20/05/11 17:24 영상으로 떠나보낸 어머니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다. 구순 생일에도 건강하고 고우셔서 수년은 더 사실 거라고 장담했던 때가 ...  
57 흐르는 강물처럼
이희숙
Oct 19, 2021 46
흐르는 강물처럼 먼 산이 하얗다. 올겨울엔 비가 많이 온 탓에 반가운 선물을 받은 듯하다. 로스앤젤레스는 일 년 내내 따뜻하지만, 비가 오면 인근의 높은 산이 눈으로 덮이는 장관이 연출된다. 우리는 그 하얀빛에 매료되어 눈을 찾아 떠난다. 연말 휴가를 ...  
56 불구경만 하고 있었나?
이희숙
Nov 26, 2019 46
불구경만 하고 있었나? (5월 2020년 한국 그린에세이 신인상) 이희숙 전화벨이 울렸다. 그날 소파에 편안히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일과의 긴장을 푸는 늦은 밤이었다. 한국에 사는 동생이 다급한 목소리로 산불에 대피했는지 물었다. "응? 대피령? 어디에...  
55 '가난한 동네'는 '나쁜 동네'가 아니다
이희숙
Nov 12, 2020 45
'가난한 동네'는 '나쁜 동네'가 아니다 (11.12.2020 중앙일보 이 아침에 실림) 이희숙 애너하임에서 백인 원장으로부터 인수한 어린이학교를 어언 30년 동안 운영하고 있다. 나름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한글 '어린이학교' 간...  
54 만두 빚는 날 (1/10/2024 중앙일보 이 아침에) 4
이희숙
Jan 10, 2024 44
만두 빚는 날 이희숙 새해 설날이 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어릴 적 엄마를 따라간 방앗간에서 몽실몽실 김이 피어나며 두 줄기로 내려오던 떡가래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하얗고 보드라운 촉감은 은은한 맛이 있었다. 며칠 후 야들야들하게 굳어진 떡가래...  
53 페니를 쌓으며 (1.27.2023 중앙일보 수필) 4
이희숙
Jan 27, 2023 43
페니를 쌓으며 이희숙 쌓는다. 탑처럼 조심스레. 매년 이맘때면 하는 일이다. 유리병에 모았던 코인을 책상 위에 쏟는다. 수북하게 쌓인 코인을 종류별로 구분한다. 여섯 가지 크기에 색깔과 무게도 다 다르다. 달러(Dollar), 하프 달러(Half Dollar), 쿼터(Q...  
52 내 이웃이 되어 줄래요 2
이희숙
Aug 01, 2021 42
내 이웃이 되어 줄래요 이희숙 멀쩡하던 유치원 입구 강철 대문이 쓰러져있다. “아니, 이게 웬일이야?" 월요일 아침 출근한 나는 열쇠를 꺼내다가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지난 주말에 누군가가 차로 들이박은 흔적이다. 철공소에 전화하고 구부러진 철...  
51 한류 호미 2
이희숙
Jun 04, 2020 42
한류 호미 (K Homi) (5월 2일 중앙일보 열린광장에 실림) 이희숙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학교 문을 닫은 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시간이 있었다. 수입도 없이 학교를 운영해야 하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컸지만, 무엇보다 아무 대책도 없이 막연하게 기다려...  
50 글을 쓰는 시간 3
HeeSookYoo
Jan 17, 2019 42
글을 쓰는 시간 어릴 적, 알프스산에서 뛰놀던 하이디를 좋아했다. 오두막 다락에 올라 창가의 마른 풀로 만든 침대에서 꿈꾸던 하이디가 된 양 ‘알프스의 소녀’ 동화책 속에 빠져들었다. 단발머리 시절에는 문학 전집을 머리맡에 두고 잠드는 밤이 많았다. 여...  
49 청지기의 사역 (Rentalism) 2
이희숙
Sep 18, 2023 41
청지기의 사역 (Rentalism) 이희숙 남편은 쇠약해진 몸으로 일흔 중반을 버티어 왔다. 그가 아픔을 견디어 낸 일 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우리 가족은 아빠가 곁에 있어 주어 안도하며 감사한다. 가족 중심으로 생일잔치를 열기로 했다. 축하하는 분위기를 ...  
48 문학캠프에 다녀와서 3
이희숙
Sep 18, 2023 41
문학캠프에 다녀와서 이희숙 커리어가 바뀌어 ‘집 간호사’로 살아온 지 3년째다. 모처럼 온 기회인데 망설였다. 염려 속에 집을 비웠다. 몸이 편치 않은 남편과 열여섯 살이 되어 아픈 개 때문이다.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던 돌봄의 손을 털고 ...  
47 이중 언어를 사용하면 (Bilingual)
이희숙
Jan 18, 2022 41
이중 언어를 사용하면 (Bilingual) 이희숙 우리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가 형이 되었다며 기뻐했다. 볼이 뽀얀 갓난아기가 찾아왔다. 나는 반가워 큰소리로 환영했다. 아가는 놀랐는지 큰 소리로 울었다. 울음으로 감정과 의사를 표현하는 듯. 6개월이 지나니 ...  
46 내일의 나무를 심는다 2
이희숙
Feb 03, 2021 40
내일의 나무를 심는다 (12/31/2020 중앙일보 이 아침에 실림) 이희숙 나이 탓일까? 그동안 해오던 일상이 벅차게 느껴져 손을 놓고 싶다. 몸도 약해져 의욕을 잃고 침울해진다. 복막투석을 집에서 하는 남편의 간호사 역할도 큰 몫을 한다. 은퇴해야겠다는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