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의 창작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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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묵은지의 깊은 맛으로
이희숙
Jun 04, 2020 40
묵은지의 깊은 맛으로 찬 바람이 불어오면 어머니는 월동 준비를 하셨다. 빨간 고무장갑을 낀 이웃 아주머니들이 어우러져 김장하며 음식 맛과 함께 사람의 정(精)을 만들어내는 큰 행사였다. 밭에서 얻은 정기를 머금고 실려 온 배추는 꽉 찬 노란 속이 쪼개...  
64 화장대 앞에서
이희숙
Jun 04, 2020 40
화장대 앞에서 이희숙 가족 앨범을 보던 딸이 까르르 웃었다. "엄마, 머리가 이게 뭐야, 얼굴에 화장도 좀 하고 찍지." 젊었을 땐 으레 부스스한 머리에 민낯으로 사진을 찍었다. 미용실에 갈 시간도 없고, 화장품값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얼굴에 끈적한 액...  
63 한류 호미 2
이희숙
Jun 04, 2020 42
한류 호미 (K Homi) (5월 2일 중앙일보 열린광장에 실림) 이희숙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학교 문을 닫은 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시간이 있었다. 수입도 없이 학교를 운영해야 하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컸지만, 무엇보다 아무 대책도 없이 막연하게 기다려...  
62 두꺼워지는 돋보기 속 세상
이희숙
Aug 06, 2020 34
두꺼워지는 돋보기 속 세상 (그린에세이 7월호에 실림) 이희숙 어릴 적에 나는 눈이 자주 아팠다. 몸이 허약했고 가장 취약한 부분이 눈이었다. 칠판 글씨가 또렷하게 보이지 않아 초등학교 2학년부터 안경을 써야 했다. 안과 의사는 꼬마 단골 환자를 친절하...  
61 자연에서 찾은 여유 2
이희숙
Aug 06, 2020 36
자연에서 찾은 여유 (중앙일보 열린광장 7/23/2020, 그린에세이 9월호에 실림) 이희숙 아침 하늘이 흐리다. 거세어지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때문에 재 봉쇄령이 내려졌다. 집에 거한 지 어언 넉 달이 지난다. 내가 아침 여섯 시에 출근하면 아침과 점심 식사...  
60 교육의 '현장'이 사라진 시대
이희숙
Aug 26, 2020 31
교육의 ‘현장’이 사라진 시대 (8/26/2020 중앙일보 이아침에 실림) 이희숙 새 학기가 시작되는 절기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졸업과 입학을 축하하는 행사를 할 수 없다. 한 과정을 시작하고 맺는 메시지도 전할 수 없다. 설렘이 사라져 아쉬움...  
59 홀로 서는 아이들
이희숙
Oct 23, 2020 27
홀로 서는 아이들 ( 9/14/2020 중앙일보 열린 광장에 실림) 이희숙 날씨가 뜨겁다. 폭염 주의보가 내려지고 지구가 끓는 듯하다. 화씨 110도를 넘나들며 정전 사태가 벌어진다. 에어컨까지 꺼지게 하는 비상사태를 초래한다. 바깥 놀이를 못 해 몸을 비트는 ...  
58 배려를 담은 '까치밥'
이희숙
Oct 23, 2020 31
배려를 담은 ‘까치밥’ (10/23/2020 중앙일보 이 아침에 실림) 이희숙 몇 년 전 앞뜰에 아기 감나무를 심었다. 한 해 두 해를 지나며 키를 더하고 어깨를 넓힌 나무는 따스한 봄볕을 마주 보며 올해는 노란 감꽃을 피웠다. 마치 아가 볼에 있는 보...  
57 투석 2
이희숙
Oct 23, 2020 58
투석 이희숙 피하고 싶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의사의 권면에 이어 마지막 경고까지 견디었는데 더는 위험하다고 했다. 식이요법만으론 한계에 이른 것이다. 남편의 43년 외길 목회자의 삶이 긴장과 고난의 길이었던가? 한국전쟁 시 갓난이로 엄...  
56 '가난한 동네'는 '나쁜 동네'가 아니다
이희숙
Nov 12, 2020 45
'가난한 동네'는 '나쁜 동네'가 아니다 (11.12.2020 중앙일보 이 아침에 실림) 이희숙 애너하임에서 백인 원장으로부터 인수한 어린이학교를 어언 30년 동안 운영하고 있다. 나름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한글 '어린이학교' 간...  
55 잊히고 싶지 않은 사람들
이희숙
Feb 03, 2021 19
잊히고 싶지 않은 사람들 (6. 27. 2020 중앙일보) 이희숙 '유월'하면 떠오르는 날이 있다. 현충일이다. 그날엔 어김없이 어머니와 가는 곳이 있었다. 동작동 국립묘지 한쪽에 자리 잡은 외삼촌의 묘이다. 그곳은 과거를 잊은 듯 평온한 초록 잔디 위...  
54 어머니의 홍시
이희숙
Feb 03, 2021 24
어머니의 홍시 (8/17/2020 중앙일보 독자 마당에 실림) 이희숙 봄비가 내렸다. 예년과 다르게 메말랐던 남가주가 촉촉하다. 죽은 듯 보였던 나뭇가지는 연한 순을 틔우며 숨을 고르고 내면에 잠재했던 힘으로 더욱더 세게 물을 빨아올린다. 빗방울이 영롱하게 ...  
53 운동회의 추억
이희숙
Feb 03, 2021 19
운동회의 추억 ( 9/26/2020 중앙일보 독자 마당에 실림) 이희숙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달력 속에 어린이날과 어머니날이 들어 있다. 우리 어린이학교는 매년 가정의 달이면 운동회를 개최한다. 자카란다 보랏빛 꽃그늘이 공원을 물들일 무렵. 어린이들이 엄마...  
52 그땐 그랬다 2
이희숙
Feb 03, 2021 24
그땐 그랬다 이희숙 나만의 해결 과제가 있다. 2 년마다 비전 드라이브 테스트를 치러야 한다. 왼쪽 눈의 시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12월에 예약하고 눈 정밀 검사 서류(DL 62 Vision Form)를 제출하여 4월에 운전 실기 시험 날짜가 잡혔다. 코비드 19로 인해 ...  
51 집이 주는 위로
이희숙
Feb 03, 2021 29
집이 주는 위로 이희숙 '집의 편안함을 누리세요!' ' Enjoy the comforts of home!'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신장 투석 크리닉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다. 남편이 혈액투석을 시작한 지 석 달을 지난다. 생전 처음 겪는 어려움에 긴장했지만...  
50 그분의 계획
이희숙
Feb 03, 2021 20
그분의 계획 이희숙 많은 일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새해를 맞이하며 남편의 목회 생활 43년을 마무리하는 은퇴 예배 날짜를 정했다. 그는 몸을 돌볼 겨를 없이 외길을 걸어왔기에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의 곁에서 남은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 나도 은퇴를 ...  
49 사랑의 릴레이 2
이희숙
Feb 03, 2021 22
사랑의 릴레이 (Meal Train) (12/18/2020 중앙일보, 그린에세이 1월호에 실음) 이희숙 귀를 의심했다. 딸이 알레르기 테스트를 하면서 유방암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나에게는 아직 어린아이 같은데 가정을 꾸려나가는 모습이 애처롭고 대견하게 생각했었다. ...  
48 내일의 나무를 심는다 2
이희숙
Feb 03, 2021 40
내일의 나무를 심는다 (12/31/2020 중앙일보 이 아침에 실림) 이희숙 나이 탓일까? 그동안 해오던 일상이 벅차게 느껴져 손을 놓고 싶다. 몸도 약해져 의욕을 잃고 침울해진다. 복막투석을 집에서 하는 남편의 간호사 역할도 큰 몫을 한다. 은퇴해야겠다는 마...  
47 이별과 그리움을 넘어 4
이희숙
Feb 03, 2021 53
이별과 그리움을 넘어 이희숙 막새 바람이 분다. 나무 몸통에 붙어 있던 잎을 미련 없이 털어내며 이별한다. 지구의 중심을 향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무욕의 계절이다. 하늘은 잎새 한 장도 허투루 떨구지 않는다고 하던가. 벌거벗은 나무들 사이로 뒷집의 형...  
46 '미나리' 속 할머니 3
이희숙
Feb 16, 2021 83
'미나리' 속 할머니 (2.15.2021 중앙일보 이아침에 실림, 오렌지방 합평) 이희숙 영화 '미나리'를 보았다. 1980년대 남부 아칸소 시골에 이민 온 가족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농장을 이룰 꿈을 갖고 캘리포니아로부터 이사하는 장면으로 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