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의 창작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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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내 이웃이 되어 줄래요 2
이희숙
Aug 01, 2021 42
내 이웃이 되어 줄래요 이희숙 멀쩡하던 유치원 입구 강철 대문이 쓰러져있다. “아니, 이게 웬일이야?" 월요일 아침 출근한 나는 열쇠를 꺼내다가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지난 주말에 누군가가 차로 들이박은 흔적이다. 철공소에 전화하고 구부러진 철...  
24 제맛을 유지하려면
이희숙
Aug 12, 2021 26
제맛을 유지하려면 수평선 위로 둥근 해가 기지개를 켠다. 잠자던 바다는 붉게 상기된 볼처럼 반짝인다. 어두움이 물러가는 시간에 내가 즐겨 찾는 곳이 있다. 뉴포트 비치에 있는 120여 년 된 '도리 어시장'이다. 그곳을 찾을 때마다 나의 가슴은 콩...  
23 까치발을 하면 보이는 세상
이희숙
Aug 12, 2021 31
까치발을 하면 보이는 세상 이희숙 아빠가 아이에게 묻는다. "다음 중 종류가 다른 것은? 금붕어, 고등어, 상어, 사자 중 무엇일까?" 네 가지 동물 중에서 관계가 없는 다른 것을 고르는 사지 선다형 문제다. 아빠는 네 가지 동물 중에서 물고기가 아닌 사자...  
22 내 나이처럼 메모 노트도 변한다
이희숙
Aug 12, 2021 33
내 나이처럼 메모 노트도 변한다 이희숙 병실에서 홀로 지내던 무료한 시간이었다. 골반 골절 수술 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아무도 방문할 수 없었다. 혼자 견뎌야 하는 두려움으로 병실의 공기는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침대에서 움직일 수 없는 처지였...  
21 흐르는 강물처럼
이희숙
Oct 19, 2021 46
흐르는 강물처럼 먼 산이 하얗다. 올겨울엔 비가 많이 온 탓에 반가운 선물을 받은 듯하다. 로스앤젤레스는 일 년 내내 따뜻하지만, 비가 오면 인근의 높은 산이 눈으로 덮이는 장관이 연출된다. 우리는 그 하얀빛에 매료되어 눈을 찾아 떠난다. 연말 휴가를 ...  
20 팔레트(Palette) 위의 열정
이희숙
Jan 10, 2022 19
팔레트(Palette) 위의 열정 이희숙 해마다 어린이와 함께 작품전시회를 준비한다. 그들은 서투른 고사리 손놀림으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자신만의 빛깔을 뽐내며 자태를 선보인다. 비뚤어진 눈, 코, 입에도 각자의 개성이 숨겨져 있다고 할까. 짜인 틀이 아닌...  
19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희숙
Jan 08, 2022 20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희숙 어릴 적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를 했다. 술래가 "무궁화꽃이 ..." 외치며 눈을 감고 있으면 우리는 몰래 발걸음을 떼어 술래에게로 다가갔다. 구호가 끝나면 부동 상태로 정지해야 하는데 이때 동생은 ...  
18 이중 언어를 사용하면 (Bilingual)
이희숙
Jan 18, 2022 41
이중 언어를 사용하면 (Bilingual) 이희숙 우리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가 형이 되었다며 기뻐했다. 볼이 뽀얀 갓난아기가 찾아왔다. 나는 반가워 큰소리로 환영했다. 아가는 놀랐는지 큰 소리로 울었다. 울음으로 감정과 의사를 표현하는 듯. 6개월이 지나니 ...  
17 독립기념일에 비친 한인의 긍지
이희숙
Jan 20, 2022 27
독립기념일에 비친 한인의 긍지 이희숙 7월 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다. 거리와 주택은 성조기로 장식되어 화려한 물결을 이룬다. 별과 줄무늬의 파란색은 단결, 빨간색은 희생, 흰색은 충성을 의미한다. 또한 별은 50개의 연방 주를 상징한다. 성조기 문양...  
16 물뿌리개 (7/8/2022 중앙일보 이아침에) 2
이희숙
Jul 08, 2022 49
물뿌리개 이희숙 비가 오지 않는다. 강과 댐이 메말라 있고 흙이 갈라져 거북이 등을 연상케 한다. 로스앤젤레스는 사막기후로 겨울철이 우기가 되어 강수량을 채워 주었다. 지난 겨울엔 비 온 날이 몇 손가락이나 꼽혔을까? 넓은 뜰 덕분에서 코로나19팬데믹...  
15 파도타기(Surfing) /8.12.2022 중앙일보 오피니언 이 아침에 2
이희숙
Aug 12, 2022 88
파도타기(Surfing) (8/12/2022 중앙일보 오피니언 이 아침에) 이희숙 고국의 광복 8월을 맞이하며 지나온 많은 이야기를 손주에게 하고픈 여름밤이다.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고요 속 긴 역사의 자부심을 이어온 할아버지의 나라에 대해서다. 이국땅에서 태...  
14 징검다리를 건너며 (9.20.22/ 중앙일보 이 아침에)
이희숙
Sep 20, 2022 20
징검다리를 건너며 이희숙 가뭄과 폭염으로 물과 전기 사용을 절제하며 힘겨운 여름을 보냈다. 지구촌의 다른 쪽에선 폭우와 태풍의 피해로 몸살을 앓았다. 유난히 비가 많던 겨울이 생각난다. 물이 충만할 계곡을 그려 보며 폭포(Santa Anita Sturtevant Fal...  
13 모국의 숨결 (중앙일보 이 아침에 2022. 12. 17) 2
이희숙
Dec 17, 2022 35
모국의 숨결 (중앙일보 이 아침에 2022. 12. 17) 이희숙 모국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봇물 터지듯 모국을 향하는 발걸음들이 바쁘다. 망설이며 설렘 속에 기다렸다. 예전과 다른 마음 자세로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남편의 신장 투석...  
12 페니를 쌓으며 (1.27.2023 중앙일보 수필) 4
이희숙
Jan 27, 2023 45
페니를 쌓으며 이희숙 쌓는다. 탑처럼 조심스레. 매년 이맘때면 하는 일이다. 유리병에 모았던 코인을 책상 위에 쏟는다. 수북하게 쌓인 코인을 종류별로 구분한다. 여섯 가지 크기에 색깔과 무게도 다 다르다. 달러(Dollar), 하프 달러(Half Dollar), 쿼터(Q...  
11 2월의 바닷가 (2.23.2023/ 중앙일보 이 아침에) 2
이희숙
Feb 23, 2023 29
https://news.koreadaily.com/2023/02/22/society/opinion/20230222192750988.html 2월의 바닷가 이희숙 시인 수필가 “엄마, 생일 선물로 무얼 받고 싶으세요?” 딸의 물음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딱히 필요한 물건도 없는 듯했다. 가지고 있던 ...  
10 숫자 ‘3’의 의미 (3.14.2023 / 중앙일보 이 아침에) 2
이희숙
Mar 14, 2023 40
[이 아침에] 숫자 ‘3’의 의미 이희숙 ‘삼겹살 데이 세일’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3월 3일, 삼이 겹쳐 삼겹살 데이라고 한단다. 기발한 상술이다. ‘3’이라는 숫자는 많은 의미로 쓰인다. 어릴 적 가위바위보나 내기를 하면...  
9 챗GPT와 글쓰기 (중앙일보 열린광장 6/17/2023) 3
이희숙
Jun 17, 2023 66
챗GPT와 글쓰기 이희숙 새롭게 맞이한 해의 그림자가 훌쩍 반을 드리운다. 칠십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문명의 기기를 손에서 다루며 따라가기에 숨차다. 그 거리를 좁혀보고자 『ChatGPT와 글쓰기』라는 책을 관심 있게 읽었다. 컴퓨터 링크에 접속하여 회원...  
8 7월에 만난 인디언 어린이 (7/14/23 중앙일보) 3
이희숙
Jul 14, 2023 38
7월에 만난 인디언 어린이 이희숙 뜨락에 핀 장미 향내로 마음이 들뜨는 계절이다. 벗어 던진 마스크가 하늘길을 여니 반가운 얼굴이 또렷하게 다가온다. 단절되었던 만남이 이루어진다. 두 팔 벌려 부둥켜안는다. 한국에서 친구 내외, 캐나다에서 옛 교우 부...  
7 만두 빚는 날 (1/10/2024 중앙일보 이 아침에) 4
이희숙
Jan 10, 2024 48
만두 빚는 날 이희숙 새해 설날이 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어릴 적 엄마를 따라간 방앗간에서 몽실몽실 김이 피어나며 두 줄기로 내려오던 떡가래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하얗고 보드라운 촉감은 은은한 맛이 있었다. 며칠 후 야들야들하게 굳어진 떡가래...  
6 문학캠프에 다녀와서 3
이희숙
Sep 18, 2023 42
문학캠프에 다녀와서 이희숙 커리어가 바뀌어 ‘집 간호사’로 살아온 지 3년째다. 모처럼 온 기회인데 망설였다. 염려 속에 집을 비웠다. 몸이 편치 않은 남편과 열여섯 살이 되어 아픈 개 때문이다.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던 돌봄의 손을 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