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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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레몬 디톡스
최숙희
Jan 28, 2017 439
레몬 디톡스    친정엄마가 한국서 나의 결혼사진을 들고 오셨다.  20여 년 전 것인데도 배경을 뿌옇게 처리해서 인지  인물이 뽀샤시 돋보인다.   자기 아버지를 닮아 머리가 많이 벗겨진 남편과 중년 이후 몸이 불어  두루뭉술해진 나를 사진 속 인물과 연결...  
8 사랑이라면
최숙희
Jan 28, 2017 94
사랑이라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다 못해 가슴이 저린 사람과 결혼을 꿈꾸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꿈일 뿐 현실은 내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주말마다 성사율이 높다는 리버사이드호텔 커피숍에 나가 맞선보기에 진력이 날 때쯤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  
7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최숙희
Jan 28, 2017 201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2016년 그린에세이 등단작품) 붉으죽죽한 비로도 커튼이 에어컨 바람에 펄럭인다. 지금은 찾아보기조차 힘든 벽걸이 에어컨, 골드스타 상표이다. 금성, 메이드인 코리아를 다른 곳에서 보았으면 반가웠겠지만 딸이 두 명의 룸메이...  
6 주인을 잘 만나야
최숙희
Dec 28, 2016 97
주인을 잘 만나야 화창한 토요일 오후 쇼핑을 마치고 나오니 넓은 주차장에는 클래식자동차 전시가 한창이다. 오색 풍선이 바람에 휘날리고 아마추어밴드의 경쾌한 연주에 구경 나온 이들이 몸을 들썩인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주황색 소형차는 동그란 지붕을...  
5 운수 좋은 날
최숙희
Dec 28, 2016 72
운수 좋은 날 책 반납기일을 알리는 이메일을 받고 서둘러 동네도서관으로 가는 길이었다. 주차하고 뛰어가는 나를 뒤에서 누가 부른다. 쌍꺼풀진 동그란 큰 눈이 선량한 인상을 주는 필리핀계 남자이다. 내가 파킹할 때 그의 차를 부딪쳤다고 한다. 나는 마치...  
4 라이샤가 있는 풍경
최숙희
Nov 03, 2016 81
Laisha가 있는 풍경 Buzz Pet Store를 운영하며 10년 넘게 이웃해 있던 베티가 떠난 지 벌써 8개월이다. 그녀는 개훈련 학교와 애견미용센터를 같이 운영해서 가게가 꽤 분주했으나 대형 매장의 높은 임대료 감당을 힘들어했다. 이혼한 아들이 사춘기 딸을 데...  
3 버리고 나니 행복감이 생겼다
최숙희
Oct 02, 2016 197
시작은 식탁이었다. 식탁이 도착할 터이니 자리 마련해놓으라는 갑작스런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팔순이 내일모레인 친정엄마가 이제 살림을 줄여야겠다고 건조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아끼려고 천으로 덮어만 두었던 것이라 운송료가 들어도 미국의 나에게 ...  
2 뒤늦은 사과
최숙희
Oct 02, 2016 160
뒤늦은 사과 친정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막내삼촌의 외아들이 목사안수를 받고 개척교회를 시작했단다. 오랫동안 내 가슴을 누르던 묵직한 돌덩이가 치워진 느낌이다. 엄마는 신혼 초부터 여중생이던 고모를 떠맡아 약대에 보내고 결혼시킬 때까지 십 여 년 ...  
1 무사하게 보낸 어느 날
최숙희
Oct 02, 2016 130
무사하게 보낸 어느 날 점심을 먹은 후 깜박 졸았나 보다. 언제 가게로 들어왔는지 모르는 건장한 체격의 여자가 마네킹 하나를 들고 계산대 옆에 서있다. 마네킹이 쓰고 있는 가발을 빨간색으로 달라고 한다. 재고가 마침 없어 주문해준다고 했으나 내일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