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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함깨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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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Apr 01,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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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함께 사는 세상 설거지를 하느라 싱크대 앞에 서있는 나의 맨발을 로봇청소기가 계속 톡톡 친다. 사이드 브러시를 신나게 돌려 먼지를 긁어모으다 내 발을 장애물로 인식했나 보다. “나야 나, 간지러워, 저리로 가. 저기 바닥에 말라비틀어진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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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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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Feb 08,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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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가족(D-69일) 뜨거운 샤워를 하다가 물이 미지근해지며 급기야 찬물로 바뀌는 일처럼 화나는 일은 없다. 갑자기 늘어난 식구들이 물탱크의 온수를 다 써버렸나 보다. 여동생이 기러기 가족으로 LA에 온 후 마음에 드는 집을 찾을 때까지 우리 집에 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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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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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Feb 07,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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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 차고 문을 열었을 때 바닥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놀라서 위를 쳐다보니 천장에 물방울이 수없이 맺혀있고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화들짝 놀라 차고 바로 위인 식당으로 뛰어 올라가 보니 카펫이 다 젖었고 식당 천장이 얼룩져있다. 교회에서 알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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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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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Feb 07,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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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어라 수영장 사우나에서 받은 명함을 한참 만지작거리다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네 번 울리고도 안 받기에 얼른 끊었다. 연결이 안 되면 그만두자 생각이었으니까. 전화를 끊고 십 분쯤 되었을까, 리턴콜이 왔다. “소개받고 전화 드리는데요.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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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무 늦었다(친구 H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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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Feb 07,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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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무 늦었다(친구 H를 추억하며) 숙희야, 안 좋은 소식인데, H가 오늘 저세상으로 갔데. 밴드엔 게시 안 했어. 아프다 가는 친구 뒷 담화 하게 만들기 싫어서. 내일 우리 동기 네 사람만 조문 가려고, 안 좋은 소식 전해서 미안. 갑자기 받은 메시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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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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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Feb 07,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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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걸을 까요 어젯밤 모처럼의 단비로 초록 봄기운이 더욱 짙어졌다. 공기가 촉촉한 이런 날은 산책하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집 근처에 여러 산책로가 있지만, 몇 년 전 한 친구가 이곳을 안내한 이후로는 여기만 찾게 되었다. 길 전체가 키 큰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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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와 열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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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Feb 07,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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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와 열흘 친정엄마는 성격이 급하다. 어떤 생각이 들면 금세 행동에 옮겨야만 한다. "내일 가려는데, 뭐 필요한 거 있냐? 아침에 바쁠 테니 나올 거 없고 택시나 셔틀타고 들어가마" 항상 도착 하루 전에 전화하고 자기말만 하고는 끊는다. 이번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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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머 리카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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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Feb 07,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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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머 리카르도 유난히 잦은 목욕과 샤워를 즐기는 아들애는 제 누나가 대학으로 떠난 뒤 집안의 온 목욕탕을 돌아가며 어지럽힌다. 뭐든 아까운거 모르는 전형적인 요즘아이로, 양치질하며 물도 마냥 틀어놓기 일쑤고, 집을 호텔로 아는지 타월도 한 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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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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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Feb 06,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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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미안해 잠자는 딸의 방문을 살며시 열어본다. "엄마?" 아이의 목소리에서 불안함과 해방감의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얼른 자야 내일 일찍 일어나지." 대학을 졸업하고 집에 돌아온 딸과 6개월을 같이 지냈다. 멀리서 학교에 다녀 일 년에 고작 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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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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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Feb 06,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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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바람 몸을 움직이는 운동은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싫어한다. 좁은 운동장 대신 수영장이 있는 국민학교를 다녀서 할 줄 아는 운동은 학교건물 옥상에서 하던 피구와 수영이 유일하다. 중고교 때 체육은 주로 체력장 연습과 자율학습으로 때우기 일쑤였다.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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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라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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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Feb 06,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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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라는 이유로 텔레비전을 덜 보자고 케이블을 끊었는데 더 많은 한국 채널이 24시간 내내 잡힌다. 아침 설거지를 하며 한국 텔레비전 보는 것이 어느덧 일과가 되었다. 오늘은 'TV 특종 놀라운 세상'을 보게 되었다. 루게릭병에 걸려 거동 못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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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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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Feb 06,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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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축제 교회의 92세 원로 장로님이 소천 하셨다. 개인적 친분은 없으나 몇 년 전 장로님의 결혼 70주년을 축하하는 기사를 우연히 한국 신문에서 읽고 그분의 이름을 기억 했기에 추모예배에 참석하고 싶었다. 그토록 오랜 시간을 해로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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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갈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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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Feb 06,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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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갈래 길 부부만 달랑 살아 절간 같던 집이 복잡해졌다. 대학을 졸업한 딸이 부친 짐이 도착하여 현관에 쌓여있다. 부모와 떨어져 지낸 아이의 4년이 궁금하여 짐을 풀러 보았다. 독특한 취향의 옷가지와 구두, 가방에 놀랐다. 예술하는 아이라서 그런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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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놓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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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Feb 06,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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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놓아주기 아기 때 말이 좀 느렸던 것을 빼놓곤 한번도 기대를 저버린 적 없던 아들이었다. 말문이 터지고 청산유수로 능청스레 말을 잘 하는 것을 보고, ‘아, 이 아이가 자존심 강한 완벽주의자라서 그동안 말을 아꼈구나’하며 대부분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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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AL SOLUTION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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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Feb 06,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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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al Solutions 에서 공증할 일이 있어 POSTAL SOLUTIONS에 갔다. 9시까지 운동교실에 가야 하기에 8시에 여는 가게의 첫 번째 손님이 되려고 부지런을 떨었다. 항상 나보다 발걸음이 빠른 남편이 먼저 성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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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갱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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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Feb 06,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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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갱년기 내가 알기로 가장 고루한 직장인 은행에 수 십 년 다니신 친정아버지는 집에 돌아오면 손 하나 까딱 안하셨다. 전화벨이 아무리 울려도 절대로 먼저 받는 법이 없어서 김치 버무리던 엄마가 손을 씻고 뛰어와서 받을 정도였다. 물을 마시려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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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의 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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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Feb 06,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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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의 약장 내복에 조끼만 입고 계셨다. 은행이나 동사무소 갈 때조차 정장을 챙겨 입고 모자까지 쓰시던 멋쟁이셨는데. 환자 수발에 지친 노인이 오랜만에 보는 며느리에게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침대에 누워계신 시어머니는 차라리 곱다. 큰아들을 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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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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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Feb 05,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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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집을 나온 후 차고 문을 닫았나 긴가민가 하며 다시 돌아가는 일이 종종 있다. 대개의 경우 차고 문은 잘 닫혀 있으나 집에 다시 가서 확인할 때 까지는 불안하다. 가스불은 껐나, 뒷 마당으로 나가는 문은 잠갔나 집을 나선 후 걱정된다. 쇼핑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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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영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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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Feb 05,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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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영옥씨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혼혈인가 했을 정도로 서구적인 인상이었다. 은빛의 매우 짧은 커트머리가 잘 어울리는 작은 얼굴이 예뻤다. 그녀가 혼자 배낭여행한 경험담을 들으며 같이 산행할 때는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등과 가슴에 배낭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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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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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Jan 28,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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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 곽을 닦는다. 솔로 박박 문지르니 원래의 고운 분홍빛이 살아난다. 세면대위 거울 속에는 걱정을 털어내려고 손을 바삐 움직이는 낯익은 여자가 나를 바라본다. 십년 넘게 가게를 하면서 화장실 청소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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