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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은퇴 남편의 아르바이트 수입 1
최숙희
Feb 23, 2024 53
은퇴 남편의 아르바이트비   최숙희   나는 셈이 느리다. 막연히 불필요한 지출과 낭비만 안 하면 은퇴 후라도 어찌어찌 살아지겠거니 했다. 학창 시절에도 노트필기를 싫어하던 나는 가계부를 써본 적이 없어 생활비로 얼마를 쓰는지도 잘 모른다. 반면 남편...  
85 무사하게 보낸 어느 날
최숙희
Oct 02, 2016 127
무사하게 보낸 어느 날 점심을 먹은 후 깜박 졸았나 보다. 언제 가게로 들어왔는지 모르는 건장한 체격의 여자가 마네킹 하나를 들고 계산대 옆에 서있다. 마네킹이 쓰고 있는 가발을 빨간색으로 달라고 한다. 재고가 마침 없어 주문해준다고 했으나 내일 아...  
84 뒤늦은 사과
최숙희
Oct 02, 2016 156
뒤늦은 사과 친정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막내삼촌의 외아들이 목사안수를 받고 개척교회를 시작했단다. 오랫동안 내 가슴을 누르던 묵직한 돌덩이가 치워진 느낌이다. 엄마는 신혼 초부터 여중생이던 고모를 떠맡아 약대에 보내고 결혼시킬 때까지 십 여 년 ...  
83 버리고 나니 행복감이 생겼다
최숙희
Oct 02, 2016 195
시작은 식탁이었다. 식탁이 도착할 터이니 자리 마련해놓으라는 갑작스런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팔순이 내일모레인 친정엄마가 이제 살림을 줄여야겠다고 건조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아끼려고 천으로 덮어만 두었던 것이라 운송료가 들어도 미국의 나에게 ...  
82 라이샤가 있는 풍경
최숙희
Nov 03, 2016 74
Laisha가 있는 풍경 Buzz Pet Store를 운영하며 10년 넘게 이웃해 있던 베티가 떠난 지 벌써 8개월이다. 그녀는 개훈련 학교와 애견미용센터를 같이 운영해서 가게가 꽤 분주했으나 대형 매장의 높은 임대료 감당을 힘들어했다. 이혼한 아들이 사춘기 딸을 데...  
81 운수 좋은 날
최숙희
Dec 28, 2016 71
운수 좋은 날 책 반납기일을 알리는 이메일을 받고 서둘러 동네도서관으로 가는 길이었다. 주차하고 뛰어가는 나를 뒤에서 누가 부른다. 쌍꺼풀진 동그란 큰 눈이 선량한 인상을 주는 필리핀계 남자이다. 내가 파킹할 때 그의 차를 부딪쳤다고 한다. 나는 마치...  
80 주인을 잘 만나야
최숙희
Dec 28, 2016 96
주인을 잘 만나야 화창한 토요일 오후 쇼핑을 마치고 나오니 넓은 주차장에는 클래식자동차 전시가 한창이다. 오색 풍선이 바람에 휘날리고 아마추어밴드의 경쾌한 연주에 구경 나온 이들이 몸을 들썩인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주황색 소형차는 동그란 지붕을...  
79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최숙희
Jan 28, 2017 199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붉으죽죽한 비로도 커튼이 에어컨 바람에 펄럭인다. 지금은 찾아보기조차 힘든 벽걸이 에어컨, 골드스타 상표이다. 금성, 메이드인 코리아를 다른 곳에서 보았으면 반가웠겠지만 딸이 두 명의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맨해튼 변...  
78 사랑이라면
최숙희
Jan 28, 2017 89
사랑이라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다 못해 가슴이 저린 사람과 결혼을 꿈꾸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꿈일 뿐 현실은 내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주말마다 성사율이 높다는 리버사이드호텔 커피숍에 나가 맞선보기에 진력이 날 때쯤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  
77 레몬 디톡스
최숙희
Jan 28, 2017 438
레몬 디톡스    친정엄마가 한국서 나의 결혼사진을 들고 오셨다.  20여 년 전 것인데도 배경을 뿌옇게 처리해서 인지  인물이 뽀샤시 돋보인다.   자기 아버지를 닮아 머리가 많이 벗겨진 남편과 중년 이후 몸이 불어  두루뭉술해진 나를 사진 속 인물과 연결...  
76 반성문
최숙희
Jan 28, 2017 78
                                              비누 곽을 닦는다. 솔로 박박 문지르니 원래의 고운 분홍빛이 살아난다. 세면대위 거울 속에는 걱정을 털어내려고 손을 바삐 움직이는 낯익은 여자가 나를 바라본다. 십년 넘게 가게를 하면서 화장실 청소를 한...  
75 고마워요, 영옥씨
최숙희
Feb 05, 2017 82
고마워요, 영옥씨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혼혈인가 했을 정도로 서구적인 인상이었다. 은빛의 매우 짧은 커트머리가 잘 어울리는 작은 얼굴이 예뻤다. 그녀가 혼자 배낭여행한 경험담을 들으며 같이 산행할 때는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등과 가슴에 배낭 하...  
74 건망증
최숙희
Feb 05, 2017 68
건망증 집을 나온 후 차고 문을 닫았나 긴가민가 하며 다시 돌아가는 일이 종종 있다. 대개의 경우 차고 문은 잘 닫혀 있으나 집에 다시 가서 확인할 때 까지는 불안하다. 가스불은 껐나, 뒷 마당으로 나가는 문은 잠갔나 집을 나선 후 걱정된다. 쇼핑몰에서 ...  
73 아버지의 약장
최숙희
Feb 05, 2017 223
아버지의 약장 내복에 조끼만 입고 계셨다. 은행이나 동사무소 갈 때조차 정장을 챙겨 입고 모자까지 쓰시던 멋쟁이셨는데. 환자 수발에 지친 노인이 오랜만에 보는 며느리에게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침대에 누워계신 시어머니는 차라리 곱다. 큰아들을 잃은...  
72 아버지의 구두
최숙희
Apr 02, 2017 131
  아버지의 구두 최숙희   신장을 정리하다가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쓰고 있는 구두를 보았다. 여름에 한국의 시부모님이 왔다가 두고 가신 것이다. 수선해 두겠다고 했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에 샌들을 신으신 어머니 발이 ...  
71 외모인가 내면인가
최숙희
Apr 02, 2017 71
외모인가 내면인가   수영장에서 자주 뵙는 영감님이 갑자기 두꺼운 뿔테안경을 쓰고 오셔서 연유를 물었다. 쌍꺼풀 수술을 받은 것이 어색해 안경을 썼다고 하신다. 의사가 미용목적이 아닌 안검하수증, 즉 눈꺼풀이 처져 시야를 가려서 일상생활이 불편하다...  
70 남편은 갱년기
최숙희
Feb 05, 2017 188
남편은 갱년기 내가 알기로 가장 고루한 직장인 은행에 수 십 년 다니신 친정아버지는 집에 돌아오면 손 하나 까딱 안하셨다. 전화벨이 아무리 울려도 절대로 먼저 받는 법이 없어서 김치 버무리던 엄마가 손을 씻고 뛰어와서 받을 정도였다. 물을 마시려면 안...  
69 POSTAL SOLUTION 에서
최숙희
Feb 06, 2017 49
                                      Postal Solutions 에서      공증할 일이 있어 POSTAL SOLUTIONS에 갔다.  9시까지 운동교실에 가야 하기에 8시에 여는 가게의 첫 번째 손님이 되려고 부지런을 떨었다.  항상 나보다 발걸음이 빠른 남편이 먼저 성큼 ...  
68 조금씩 놓아주기
최숙희
Feb 06, 2017 110
조금씩 놓아주기 아기 때 말이 좀 느렸던 것을 빼놓곤 한번도 기대를 저버린 적 없던 아들이었다. 말문이 터지고 청산유수로 능청스레 말을 잘 하는 것을 보고, ‘아, 이 아이가 자존심 강한 완벽주의자라서 그동안 말을 아꼈구나’하며 대부분의 ...  
67 두 갈래 길
최숙희
Feb 06, 2017 374
두 갈래 길 부부만 달랑 살아 절간 같던 집이 복잡해졌다. 대학을 졸업한 딸이 부친 짐이 도착하여 현관에 쌓여있다. 부모와 떨어져 지낸 아이의 4년이 궁금하여 짐을 풀러 보았다. 독특한 취향의 옷가지와 구두, 가방에 놀랐다. 예술하는 아이라서 그런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