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논쟁을 지켜보며  

-역사는 인과관계의 서술이다.

 

   이번 역사교과서 논쟁을 보는 마음이 참으로 답답하다. 여론은 크게 국정화를 반대하는 쪽이라고 한다. 우리의 교과서 논쟁을 지켜보는 외신의 반응도 ‘미개한 국가의 행정’을 보듯 보도하고 있다.

   여론이 늘 옳은 게 아니듯 외신이 늘 옳은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매스컴이 외신보도를 그대로 전달해서 여론을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남 얘기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외부에서 보면 역사기술을 정부주도로 하는가 민간주도로 하는가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독재미화냐 친북좌파선호냐의 문제로 확인된다. 역사교과서를 핑계로 이념논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역사교육은 단순한 지식전달 차원을 넘는 교육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분단국가로서 특수한 환경에 처해있다.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은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 틀이 역사교육이다. 그런 면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사회주의 미화 교육은 자제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렇다. 

   사실 중요한 것은 국정화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어떻게 기술하느냐, 컨센서스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등이 쟁점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역사학자 뿐 아니라 정치철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헌법학자까지도 동원되어야 한다. 역사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보아야만 그 실체를 알 수가 있다. 보수냐 진보냐 하는 이분법적 논리로는 역사를 바르게 기술할 수 없다. 2003년 교과서 검정제도를 실시할 당시 정부는 역사를 보는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자는 취지였고 또, 역사를 “객관적 중립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에 사회적 동의가 있었다. 그러나 교과서 검정제도가 실시된 이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역사교과서는 좌편향 서술로 넘쳐나고 있다. 

   국정 교과서가 ‘독재를 미화할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가 담론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옹호 미화하고, 6.25 발발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듯 애매하게 기술하거나 독재체제를 유일지배체재로 부르는 등 북측의 용어를 사용하면서는 대한민국의 교과서라 부르기 곤란하다. 역사를 해석하는 시각은 제각각일 수 있으나 역사교육만큼은 한 나라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주의의 정통성이 유지되어 온 까닭에 4.19도 가능했고, 5.18도 가능했음을 주지해야 한다. 

   현 정부와 교과서 필진으로 참여하게 된 학자들은 국민의 우려를 알고 있는 만큼 공정한 역사기술을 위해 힘써주기 바란다. 성경에도 역사서가 있다. 사무엘 상·하, 열왕기 상·하, 역대기 상·하는 모두 역사서다. 왕들의 행적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이 책들은 영웅담만을 나열하고 있지 않다. 다윗은 우리아라는 장군의 아내를 간음하여 임신을 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아 장군을 전장 맨 앞에 세워 전사하게 하고 그 아내를 취한다. 역사는 그런 다윗의 행적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마태복음 1장6절에는 “다윗은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에게서 솔로몬을 낳았다”고 적고 있다. 당시 다윗의 권세대로라면 ‘다윗이 솔로몬을 낳았다’고만 쓸 수도 있는 일이었다.

   역사는 인과관계의 서술이다. 과거의 기록이지만 미래를 바라보는 거울이 된다. 우리의 근대사가 바르게 기술됨으로써 청년세대들에게 명경을 물려주는 업적을 남길 수 있기 바란다.   (11월 5일, 20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