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희의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을 읽고 / 이정호
최숙희의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 아로마 센터에서 열렸는데 장소가 아담하였다. 아주 넓지도 않고 좁지도 않아 적절하게 손님들로 꽉 차여졌다. 이 출판기념회를 축하해 주기 위해서 유명한 유행가 ‘너’를 작사, 작곡한 서세건 작곡가도 와서 ‘너’를 직접 노래도 불렀고 다른 연주도 하였다. 특이한 체험이었다. 멋있는 곡을 창조한 사람이 대단하게 보였고 이 행사가 더 돋보이는 것 같았다.
최숙희의 수필은 보편적으로 짧지만 간결하고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한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을 유머스러하게 풀어 나가며 긍정적으로 끝을 맺는다. 신세대가 사용하는 언어도 사용하면서 독자들을 더 젊게 이끌어 준다. 꾸미지 않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 글을 읽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낸다. 글이 길지 않아서 좋으며 재미있고 쉽게 읽힌다.
그녀는 미국으로 와서 뷰티서플라이 가게를 운영하며 열심히 일했다. 가발과 미용 재료를 파는 일이 재미있었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서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기도 했다. 그렇게 일구어 온 정든 가게를 떠날 때가 되었다. ‘비즈니스를 닫으며’에서 아쉽지만 고마움을 표현했다. ‘비즈니스를 닫으며 권리금을 주고 산 비즈니스를 되팔지 못하고 빈손으로 나가야 하니 억울했다. 하지만 20여 년이 넘도록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를 벌었으니, 그만두어도 크게 가슴 아플 일은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아이들도 제 앞가림은 하고 곧 연금도 나오니 가게를 접기로 결심했다.’
객지에 나가 있는 딸을 걱정하고 항상 보살펴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이 나타난다. 그런데 지나치면 집착으로 된다. 작가는 ‘집착을 버린 자리엔 자유라는 바람이 분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에서 ‘아이가 어려서 빠릿빠릿하지 못하다며 달팽이라고 놀리곤 했었는데, 우연히 읽은 시 한 구절이 딸에게 다녀온 후 심란해진 나를 위로한다. ‘라고 말한다. ‘다친 달팽이를 보거든 도우려 들지 말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쟝 루슬로의 시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일부
작가는 인터넷을 적극 활용해서 연락이 끊겼던 친구도 찾아내고 엄마의 오래된 인연도 찾아 드린다. 60여년전 삼선교에서 자취했던 학생 두 사람을 알아내어 만나게 해드린다. 두 사람 다 미국에서 정착하여 살아왔다. 한 사람은 현재도 의사로 활동하고 있고 또 한 사람은 은퇴하고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엄마의 오래된 인연’에서 ‘6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엄마의 오랜 인연을 찾아 두 분을 만난 것이 기적 같다. 엄마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오랜만에 효도를 한 기분이다. ‘라고 말한다.
작가는 수필속에서 그녀의 착하고 순수한 심성이 드러난다. 비어 있는 펫 스토어 앞에 노숙자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에 대한 안스러운 마음을 ‘라이샤가 있는 풍경’에서 ‘한뎃잠이 석 달이나 지속되니 아무리 기후 좋은 캘리포니아라지만 밤에 콘크리트 바닥이 얼마나 차가울까. 담요라도 하나 갖다줘야겠다.’ 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장애가 있는 삼촌에 대한 미안함도 표현한다. ‘뒤늦은 사과’에서 ‘뜨거운 한 여름 날씨와 무거운 짐으로 땀 범벅인 된 뇌성마비 삼촌이 부끄러웠다. 얼른 달려가서 삼촌의 짐을 들고 집으로 가는 대신 나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장미분식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 ‘내년에 한국에 나가면 늦었지만 삼촌을 꼭 만나 어리 날의 철없던 일을 사과하고 용서를 빌고 싶다.’
작가는 남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건강에도 좋고 질리지 않은 아내의 집밥이라는 남편을 위해 한 시간만 더 일찍 일어나자. 부지런해지자’ 라고 말한다. 복부초음파를 하다가 남편 간에서 5밀리의 혹이 발견 된 후에 치료를 위해 남편을 돕고 정성을 다한다. ‘사랑이라면’에서 그녀는 이야기한다. ‘요즘 남편을 생각하면 어디서고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눈물의 의미를 생각해 보니 그것은 사랑이다. 사랑이라면 사랑으로 이겨낼 테다.’
사람이 다 각자의 개성이 있듯이 작가의 수필은 그녀만의 특성이 있다. 간결하고 유머스러하고 읽고 나면 그녀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들어온다. 앞으로 재미있고 멋있는 다음 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참되게 착하게 헌신적으로 살아오셨을 최숙희 선생님의 책을 읽고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 번도 뵌 적은 없으나 이정호 선생님의 글을 보니 작가의 사랑 가득한 삶이 보여지네요.
최숙희 선생님, 늦게나마 출판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