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밤 / 이정호
매년 장애인 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밀알의 밤이 열린다. 2024년 올해에는 가수 하림이 왔다. 나는 그 가수를 잘 몰랐다. 밀알의 밤 포스터에서 그의 웃는 얼굴을 봤을 때 밝아 보였고 뭔가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였다. 친근하게 다가왔으며 그의 행사 출연이 기대가 되었다.
아이리쉬 휘슬의 선율이 청량하게 들렸다. 교회 예배당으로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마치 우리의 영혼을 건드리는 것 같았다. 밀알 선교단 찬양팀의 젊은 자매가 나왔다. 둘이서 같이 멋진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 다음에 그냥 무대에서 내려가려고 하는 그 자매에게 하림이 어깨를 톡 건드렸다. 둘이 포옹을 했다. 고마움을 표시하는, 격려와 위로를 주고 싶은 듯한 포옹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아이리쉬 휘슬을 그 자매에게 선물로 주었다.
지금 울고 있나요
무얼 그렇게 참고 있나요
흘려 버려요
하림은 ‘위로’라는 곡을 불렀다. 외로우면 외롭다고 말하세요. 속으로만 간직하지 말고. 힘들다면 힘들다고 말하세요. 울고 싶으면 울어 버리세요. 참지만 말고. 모든 것을 털어내고 드러내 버리면 덜 힘들어 질꺼에요. 그리고 누군가 다가와 당신을 위로해 줄 꺼에요. 하는 메시지가 다가오는 것 같았다. 이번 밀알의 밤 행사 제목은 ‘위로’이다. 이 행사와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대머리여서 더 강렬한 인상이 다가오지만 수수함을 느낀다. 말하는 것이 소박하다. 울타리 없는 집처럼 경계 없이 친근하게 다가 갈 수 있을 것 같다. 겸손함도 보인다. “제가 히트곡이 많이 없어어요. 이 노래는 불러야 될 것 같아요.” 저음의 목소리에 약간은 허스키하다. 끊어 담는 듯 하는 창법이다. ‘고래의 꿈’ 노래를 부른 바비 킴의 목소리가 엿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낮은 음으로 시작해 나중에 허공을 향해 내뱉는 강렬한 목소리, 매력을 느꼈고 호소력이 들어왔다.
그는 국경 없는 음악회를 오랫동안 해왔다고 한다. 한국에 온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음악회이다. 슬라이드로 화면에 그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그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기 위해 갔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참여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그들을 더 위로하고 치유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머나 먼 이국 땅에 와서 힘들게 살고 말 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그들일 지도 모른다. 이주 노동자들이 노래하고 춤추고 하면서 그들에게 쌓였던 아픔과 향수가 사라지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도 있다. 그러한 것들이 그 음악회를 계속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밀알의 밤은 알차게 끝났다. 하림은 자기가 살아 온 이야기, 음악과 함께 해 온 이야기 그리고 노래를 적절히 섞어서 불러 지루하지 않게 시간이 지나갔다. 그는 어느 한 인터뷰에서 노래를 부르며 공연을 하고 나면 공허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그 공허함이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보다 힘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그러나 그 위로로 인해서 그들만이 아니고 우리도 치유를 받을 수도 있다. 관중들은 위로의 밤에 와서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발걸음은 더 가벼워졌다.
이 수필을 읽고 '하림'이란 가수를 저도 이제야 알게 됐네요.
우리가 서로에게 위로를 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요.
그 위로를 다정스레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