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회관을 가다 / 이정호
제주도에 친구를 만나러 갔다. 가는 김에 제주도 가 볼만 한 곳을 찾으니 만장굴과 한림공원이 나타났다. 그곳도 내려가는 김에 갈 계획을 세웠다. 호텔은 오래 전에 신신호텔을 예약해 놨다. 4성급 호텔이고 값도 비싸지 않아 예약을 했다. 이번에는 여유를 가지고 제주도를 다녀올 계획을 세워서 2박 3일로 다녀오기로 했다.
호텔은 생각하였던 건 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밖에 나가서 혼자 볼 일도 보고 관광도 하였다. 다음 날 아침 일요일, 원래 나는 우버를 타고 왕국회관에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친구가 교통이 불편하니 나를 호텔로 데리고 온다고 했다. 오래 전부터 나는 친구에게 제주도에 내려가면 왕국회관에 같이 참석을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최소한 옷은 단정하게 입으려고 형의 양복 윗도리를 빌려서 내려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였다. 이제 세상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기독교인들이 이단이라 말하는 여호와의 증인 집회에 참석을 할 것이다. 약속시간 보다 일찍 그는 호텔 로비에 와있었다.
그를 1년만에 만나는 것이다. 반가웠다. 왕국회관으로 가는 도중에 차에서 나는 그에게 물었다. “왕국회관에는 왜 십자가가 없니?” 그는 예수님이 십자가가 아니라 가로장이 없는 곧은 기둥에서 죽으셨다고 말한다. 또 여호와의 증인은 형상을 섬기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또 물었다. “내가 잊어 먹었는데 여호와의 증인은 육체의 부활을 믿니” 그는 자기들은 육체의 부활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겟돈 전쟁이 끝나고 천년왕국이 도래하면 그때 부활을 한다고 말한다.
나는 또 물었다. “여호와의 증인에는 왜 목사가 없니?” 그가 말하길 목사들은 따로 없다고 한다. 장로들이 나와서 공개강연을 한다고 말한다. 목사가 없으니 목사님한테 나가는 사례비가 따로 없다. 그리고 십일조도 없다고 한다. 그들은 돈 문제에 관해서는 깨끗한 편이다. 일반 교회들은 돈 문제로 얼마나 많은 분란이 일어나는가. 내가 나가는 교회도 돈이 관여돼서 많은 목사님들이 바뀌었고 또 교회가 갈라졌다.
왕국회관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그들은 서로 가족처럼 인사를 하였다. 친구 부인과도 처음으로 만났다. 보통 의자에 앉아 조용히 예배를 기다리는 데에 익숙한 나로서는 다른 분위기였다. 장소는 크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거의 꽉 찼다. 나는 그들을 존중하는 자세로 이 집회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비록 그들의 생각이 나와 다를지라도 열린 마음으로 대하기로 했다.
누군가 나와서 강연을 시작했다. 말하는 수준이 일반교회 목사님들 같이 느껴졌다. 약 30분 정도의 강연이 끝나고 파수대를 가지고 질문과 대답하는 시간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파수대는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 그 내용은 전 세계적으로 똑 같다고 한다. 예전에는 파수대를 보아도 건성으로 보았다. 그런데 질문과 대답이 1시간 동안 이어지니 처음으로 그것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가를 알 수 있었다.
집회가 끝난 후 친구부부가 나를 고깃집으로 데리고 갔다. 큰 식당이었다. 제주도 이 곳 에도 이렇게 큰 식당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친구는 정식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된 것이 10년쯤 된다고 한다. 그 친구 부인은 30년정도 됐다고 한다. 일주일에 2번 정도 선교활동도 한다고 말한다. 가가호호 방문도 하고 마켓이나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곳에서 선교활동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식사후에 그의 부인도 선교활동을 하러 가기 때문에 거기서 헤어졌다.
그 친구는 나를 데리고 관광을 시켜줬다. 나는 원래 한림공원을 구경하려고 했는데 지금 시즌은 크게 볼 것이 없다고 하면서 수월봉과 제주도 서남단에 위치해 있는 모슬포로 데리고 갔다. 돌아오는 길에 바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멋있는 카페에 들렸다.
고등학교 때문에 알아왔던 친구, 옛 추억을 이야기하며 그 시절로 여행을 떠났다. 그동안 살아온 삶이 서로 다르고 생각이 다르더라도 친구의 끈으로 이어져 온 우리들의 대화는 즐거웠다. 서로를 존중하면서 이해하면서 바다 멀리 보이는 저 구름을 타며 우리들의 정과 인연은 이어져 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