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순의 '그림자의 반어법'을 읽고 / 이정호
수필 문학가 협회 회장에게서 이 책을 얻었다. 그녀는 이 작가가 4명의 문학동인으로 같이 출간했던 다른 책 중의 한 명이 수필가문학가협회 회원인데 그에게서 이 책을 받았다. 정동순은 현재 (제9대) 시애틀문학회 회장이다. 그녀의 수필은 쉽게 읽어 내려져 갔다.
정동순은 한국에서 교사생활을 하였고 미국인 백인과 결혼해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이민 초기에는 도서관 파트타임과 학생들 과외로 조금씩 돈을 벌어 살림에 보탰다. 도서관에서 일할 때 장학금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것을 이용해 수학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녀는 수학전공이 아니었음에도 수학은 완벽한 영어가 아니어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되어 공부하여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그녀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추진력이 있다.
그녀는 빗소리를 좋아한다. 자주 비가 내리는 시애틀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사색에 잠기며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랜다. 그녀는 ‘시애틀라이트 랩소디’에서 ‘나는 빗소리가 좋다. 산사에서 흙마당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운무에 기댄 앞산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했고, 허름한 자췻집의 양철 지붕에 요란하게 떨어지는 빗소리를 좋아했다.’ 그리고 이제 그녀가 좋아하는 시애틀 빗속에 있다. ‘빗소리를 듣는 지금의 나는 평온하다. 소나기의 열정으로 부풀지도, 옛일을 그리워하며 마냥 쓸쓸하지도 않다. 그저 빗소리의 멜로디에 집중하고 있다. 귀로 흘러간 소리가 마음으로 스민다.’
그녀의 감수성은 풍부하다. 애완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나로서는 사람들이 그 동물들에게 느끼는 감정을 잘 모른다. 애완견이 죽었을 때 그 이별이 그토록 슬프다고 한다. 개가 죽었을 때는 그렇다 하더라도 닭이 죽었을 때도 그럴까. 정동순이 그렇다. 여름이라는 닭이 죽었을 때 그녀는 무척 슬펐고 또 울었다. ‘여름이’에서 ‘사람들의 죽음에서 눈물 한 방을 흘리지 않던 내가 겨우 기르던 닭 한 마리의 죽음에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라고 말한다.
그녀는 그림자에 대해 말한다. 그 반어법으로 말한다. 실체가 생겨야 존재하는 그림자, 그런데 이제 그림자가 주연으로 느껴진다. 모든 인간에게는 영혼이 있다. 각자의 육체가 있어야 영혼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제 영혼이 주체가 되어 버린다. 육체는 그것을 따라 갈 뿐이다. 그런 것처럼 ‘그림자 반어법’에서 그녀는 ‘손으로 오리, 개, 나비 등 여러 가지 모양의 그림자를 만들며 놀 때 그림자가 주연이다. 그림자를 창조하기 위해 오히려 빛이 빛나는 건 아닐까? 빛은 그림자 때문에 그 존재가 증명되는 것이 아닐까?’ 라고 말한다.
그녀의 형제는 칠 남매이다. 어려운 생활로 큰 오빠와 둘째 오빠는 학업을 계속하지 못한다. 큰 오빠는 갖은 모든 일을 다 해가며 가족을 지키려고 한다. 그리고 스무 살 무렵에 부산에 중국집을 차린다. 그리고 거기서 번 돈으로 동생들 교육을 시키고 부모님에게도 돈을 보내 드린다. 그 오빠들의 헌신이 집안을 다시 일으키게 한다. 그 돈독하고 사랑으로 맺어진 형제애가 ‘일곱 개의 목걸이’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모처럼 칠 남매가 다 모인 중화 요릿집에서 큰 오빠는 말한다. ‘그동안 형제 여러분의 우애로 우리가 즐겁게 생활하고, 모두 자기 앞가림 잘하고 열심히 살아주어 맏이인 제가 걱정 없이 살게 해준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그 고마운 마음을 담아 동생 여러분께 감사의 선물을 드리고자 합니다. 큰 오빠는 작은 상자들을 원탁에 올려놓았다. 오빠는 한 사람씩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상자를 열어 보니 반짝이는 금목걸이였다.’
정동순의 수필은 살아 움직이듯이 쉽게 읽힌다. 그녀가 지내오면서 느낀 경험과 생각들을 표현하려는 단어와 문장을 적절히 섞어 잘 써 내려갔다. 그녀가 앞으로 발간할 다음 책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