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을 뜨다/김영화

 

 뜨개질을 한다. 목적은 뜨개질로 수세미를 만들어 전도용으로 쓰는 것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2~3시간 동안 새로운 것을 배운다.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여럿이 모여 수다 떠는 친교의 재미도 있고,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 전도에 사용하니 일석삼조다.

 

  번째 수업은 딸기 수세미 뜨개질을 뜨는 시간이었다. 도구로는 6~7 사이즈 코바늘과 독바늘, 가위를 준비한다, 재료는 연두색, 연분홍색, 흰색, 빨간색, 노란색의 수세미 실을 필요한 만큼 준비한다. 수필을 쓰는 데도 목적이 있어야 하고 주제와 소재가 중요한 요소다. 쓰는 즐거움도 있어야 한다.

 

 아주 오래전에 코바늘 뜨개질로 목도리, 덧신, 방석을 만들어 적이 있어서 쉽게 생각하고 기초를 건너뛰고 시작했다. 번째 매듭을 만들고 사슬 5개를 만들고 빼뜨기로 원을 만든다. 사슬 3개로 기둥을 만들고 결근 뜨기로 원에 사슬 하나씩 하며 12개를 만들어 1단을 올려야 하는 , 차분히 집중하지 못하고 13개를 만들었다. 풀고 처음부터 시작하여 5~6단까지 올라가서 보니 V 사이에 사슬을 만들었다. 풀고 다시 하기를 여러 반복하다 보니 슬슬 짜증이 난다. 실을 엉켜서 풀리지 않을 때는 실을 버리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아야 한다. 수필을 쓰는데도 새로운 것을 배우겠다는 목적과 열정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뜨는 법을 기초부터 탄탄하게 익혀야 한다. 많이 읽고, 써봐야 한다.

 

 어렸을 나는 쓰는 아버지 덕분에 많은 동화책과 위인전을 읽었다. 글쓰기를 좋아해서 글짓기 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다. 오랜 세월 동안 전공 서적 외엔 독서도 많이 했고, 일기 쓰기 외에는 글을 쓰지 않았다. 뒤늦게 , 수필, 소설을 배우고 있다. 오래전에 읽었던 명작들과 최근의 시집, 수필집을 눈에서 눈물이 나올 때까지 본다. 문학반에서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열심히 공부한다.

 

 수세미 뜨개질하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어떤 모양과 색깔로 만들 인가를 구상해 놓는다. 색깔을 배합해서 코도 틀림없이 따라 해야 보기 좋고 먹음직스러운 딸기 모양의 수세미가 만들어진다. 뜨개실 색깔을 연한 색으로만 뜨니 딸기 맛도 맛도 아닌 같다. 너무 진한 색으로만 떠도 눈이 부시게 촌스럽다. 수필을 쓰는데도 문학적 구성과 상상력과 창의력이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색깔의 배합만큼 글을 쓰기 위해서도 문장에 적합한 단어의 배열과 글의 개성이 있어야 한다.

 

 긴장하고 만든 처음 딸기 수세미는 너무 실을 짱짱하게 잡아당겨 떠서 크기가 작고 단순하다. 번째 것은 너무 느슨해서 품위가 떨어져 보인다. 수필 역시 너무 긴장된 글은 단조롭고 감동이 덜하며, 풍성하게 보이기 위해 느슨하게 글은 문장이 탄력을 잃어 긴장감이 없다. 수세미 만들면 개가 다르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모양의 수필도 모방하며 본다. 없이 풀어서 다시 고쳐가며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다. 코바늘로 뜨개질하는 동안 집중하다 보니 마음에 평안함이 온다. 만들어지는 과정이 즐겁듯이 몰입해서 글을 쓰는 동안은 행복하고 시간 가는 모른다. 뜨개질하듯이 전도용으로 나갈 있는 예쁜 딸기 수세미를 생각하면서 수필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