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김영화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 국립공원(Ngorongo National Park, Tanzania)에서 때 묻지 않은 원시의 대 자연에서 천지창조 때를 연상하게 하는 사파리 투어를 마치고 동물의 에덴동산이라 불리는 세렝게티 국립공원(Serengeti National Park, Tanzania) 내에 있는 세레나(Serena) 호텔에 도착했다. 노을 진 저녁, 주황색 하늘이 비취는 호수를 낀 숲 속에 있는 연 녹갈색 호텔이다.

 

 울창한 숲과 파란 잔디 사이 길 양 옆에는 야간 조명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다. 이곳 에도 야생동물이 들어온다고 한다. 방 밖을 나설 때는 직원을 불러 에스코트를 부탁하라고 한다. 지는 해에 붉게 물들인 와인과 함께 마사이(Maasai) 족들이 자연에서 방목하여 기른 소로 만든 올개닉 스테이크로 저녁을 아프리카식이 아닌 고급 서양식으로 먹었다. 방목해서 자란 소고기 라서 좀 질기다. 식사 후 손 전등을 든 호텔 직원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방으로 돌아오니 두개의 퀸 사이즈의 침대에 모기장이 쳐져 있어서 공주님 침대 같다. 아프리카에 우기가 지나는데도 가물어서 비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반가운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잘 자고 일어났다.

 

 밤새 내리던 비는 말갛게 개였다. 아침을 먹으러 나무 계단을 걸어 올라가 식당 가까이에 이르자 새들의 청아한 합창소리가 들린다. 떠오르는 붉은 햇빛에 눈이 부신 이른 아침이다. 빗방울을 이고 있는 파란 나뭇잎은 더욱 파랗게 반짝거린다. 호텔 지붕 높이까지 자란 잔가지가 무성한 나무 위에서 노란색 몸통에 파란색 날개를 단 수 십 마리의 암컷 새들이 즐겁게 노래하며 춤을 추듯 날아다니고 있다. 나뭇가지마다 새들이 만든 빛 바랜 갈색의 큰 조롱박 모양의 낡은 집들이 달려있다. 자세히 보니 수컷 새 들은 소리 없이 열심히 파란 잎을 주어다 새로운 집을 짓고 있다. 노래하고 춤을 출 겨를도 없는 듯하다.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이 머스크위버 라는 이 새에 대해 말해준다. 암컷은 예쁘게 잘 지은 집 주인을 선택하여 신랑을 삼는다. 그래서 수컷은 짝을 만나기 위해서 신부 마음에 들도록 정성을 다해 집을 짓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 한국에 사는 조카가 십년 넘게 오랜 기간을 연애한 첫 사랑과 결혼을 했다 열심히 돈을 모아 집을 장만하느라 늦었다. 공부도 잘 했고 성실한 조카는 대 기업에 취직하여 부모의 도움 없이 집을 마련하여 사랑하는 사람과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조카의 늦은 결혼 사연을 듣고 자랑스러우면서도 마음이 짠 했다. 어찌하여 한국의 젊은 사람들은 미국처럼 결혼하여 작은 월세 아파트에서 시작하지 못 할까?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에 사는 아름다운 머스크위버 라는 새들처럼 한국의 남자들도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해야만 장가를 갈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 부모가 아들을 위해 집을 장만해 주지만 부모 형편이 여의치 못하면 내 조카처럼 자신이 준비하여야 하는데 그게 아주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못하다 보니 아기 출산율이 낮아 사회의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머스크위버 수컷 새도 열심히 파란 잎을 물어다 정성으로 보금자리를 만든다.

한국의 젊은이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파란 잎을 물어올 여건을 사회제도로 만들 수는 없을까?

 

03/15/2023, 세렝게티, 탄자니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