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캠프에 다녀와서

 

                                                                                                                                                               이희숙

 

  커리어가 바뀌어 집 간호사로 살아온 지 3년째다. 모처럼 온 기회인데 망설였다. 염려 속에 집을 비웠다. 몸이 편치 않은 남편과 열여섯 살이 되어 아픈 개 때문이다.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던 돌봄의 손을 털고 가볍게 떠나기로 했다. 무더위와 맞물려 답답했던 공기를 밀고 나왔다.

 

  5년 전 신인상으로 등단 후에 문인협회에 몸을 담갔다. 문인협회가 왜 필요한지, 왜 가입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협회는 문학의 향상과 발전을 위해 작가의 권익을 옹호하고 한국문학과의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 시조, 소설, 수필, 아동문학, 한영 문학 등의 분과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활동 사항은 계간지를 발간하고, 문학 강좌를 열어 작가들과 한인 동포가 문학으로 만나는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작가로 문학 활동을 원하는 우수하고 참신한 신인을 발굴하고 시상한다. 타주와 다른 나라에서 참여하는 작가를 볼 수 있다. 디아스포라 문학이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예가 되지 않는가. 더불어 훌륭한 작품을 발표하고 미주 문학 발전에 기여한 문인을 찾아 그 공적과 창작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문학상을 수여한다.

 

  나는 글쓰기를 늦게 시작한 탓에 더 부지런히 자판을 두드렸나 보다. 은퇴 후 글쓰기에 몰두했고, 그 결과 책 세 권을 출판했다. 두 번의 출판기념회를 치르고 나니 인지도가 생겼다고 할까? 올해엔 협회에서 웹 관리국장이라는 임원과 이사직을 요청받았다. 몇 차례 사양하기도 미안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게다가 지난날 내가 운영했던 어린이학교에서 웹사이트를 직접 관리했기 때문에 익숙한 분야로 흥미 있게 임할 수 있었다.

 

  올해 여름 문학 캠프 장소는 태양 아래 들끓고 있는 팜스프링스였다. 난 준비물을 챙기며 걱정이 앞섰다. 허리케인이 멕시코 바다에서 북상한다는 주의 경보 메시지가 난무했다. 자녀들의 만류에 회원 여러분이 예약을 취소하기도 했다. 다행이라고 할까. 위상이 약화 된 허리케인이 캘리포니아를 지나는 덕분에 비가 뿌려 오히려 시원해진 날씨가 좋았다. 우리가 행사를 마치고 서둘러 떠난 후 폭우가 쏟아졌다고 하니 하늘도 우릴 도운 게다.

 

  지난 몇 해 동안 코비드 19로 인해 여름 문학 캠프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LA 시내에서 당일치기 행사로 아쉬웠는데, 드디어 12일 일정으로 팜스프링스에서 열리게 되어 가슴이 설렌다는 이사장의 축사로 캠프는 시작했다.

 

  강사는 단국대학교 박덕규 교수와 이야기 발명연구소 소장 이정록 시인이었다. 박덕규 교수는 줌 강의를 통해 수필을 지도했고 내 수필집을 평해주고 출판을 도와주었던 분이다. 또 이정록 시인은 내 고향 충남 홍성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시와 동시를 쓴 시인이라고 하니 뵙기도 전부터 반가움으로 들떴다. <소설과 수필의 창작 원리를 찾아서><나의 시를 돌아보다>라는 강의를 들으며 재정비하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책이나 신문에서만 보았던 선배 문인과 인사를 나누고 교제의 기회를 가졌다. 캐나다, 시카고, 텍사스에서 멀다 하지 않고 참석한 열성파 문인도 있었다. 저녁 식사 후 뒤풀이 시간으로 개인 장기자랑과 훈훈한 담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노래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숙맥이지만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 흥겨웠다. 대신 떡볶이를 비롯한 음식을 제공하는 부엌 봉사로 만족했다. 다른 사람의 인생관을 보며 배우는 바가 크니까.

 

  둘째 날, 강사와 질의 및 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우리의 관심을 끈 중요한 안건이 있었다. 미주 작가들은 한국에서 시민권자라서 제한받고 있다는 현실이다. 나도 새로 입문한 동화 부문의 신인 공모전에 응모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인증이 되지 않아 제출조차 하지 못했다. 국가기관뿐 아니라 출판사 주체 문학상 공모에도 자격조건이 대한민국 국적자다.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기에 국적 제한을 둔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디아스포라 문학도 한국문학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러므로 한국문학에 대한 범위를 재설정해야 하지 않을까. 캠페인을 하고 작가들의 동의 사인을 받아 한국의 문화예술위원회에 큰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의견에 모두 결의의 힘찬 박수를 보냈다.

 

  우리의 정신을 이어주는 고귀한 유산인 한국문학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협회 회장과 임원들의 봉사와 노고에 고개가 숙어졌다. 앞으로 문학이 창조의 기쁨을 나누며 미래를 위해 살아가는 힘이 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삶이 함께하는 문학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