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바다는, 한반도 조국이 이웃에
양상훈
하와이군도는 약2,800여 년 전에 화산폭발로 탄생한 화산섬이다. 수도 오아후 섬을 비롯하여 8개의 큰 섬들을 포함한 137여개의 크고 작은 섬과 산호초로 이루어져있다.
하와이제도를 구성하는 군도는 화산폭발로 용암이 쏟아져 나와 빚어진 절묘한 산맥과 해변으로 대부분 형성되어있다. 1년 내내 시원한 무역풍이 에멜라드빛 바다를 타고 불어와 습도가 없는 쾌적한 날씨. 맑다 못해 투명한 하늘과 따뜻한 햇살로 인한 청명함은 하와이 아니고는 맛보기 힘들 것이다.
내가 사는 ‘하와이카이타운’은 산계곡과 해안으로 인접된 뒷동산으로 걸어갈 수 있는 조국이 반갑게 기다리는 지역이다. 마린너스리지(Mariner's Ridge) 란 동네 명칭으로 한반도 지도모양을 닮아 ‘한국지도마을’이라고 부른다. 고급주택 단지라기보다 아름다운 자연동산에 어울린 그림 같은 주택공원이라 할까. 실제로 한반도 모양을 의도적으로 조성된 게 아니라 산의 모양과 지형에 맞게 집들이 하나 둘씩 생겨지면서 신기하게 500여 가구가 지도마을로 꾸며져 버린 것이다. 까마득한 옛날 신라시대 김수로왕 때 이사부가 독도와 함께 하와이의 자투리땅을 확보하지 않았는지 뜬금없이 상상의 날개를 펴본다.
여기서 오아후 섬에서 가장 오래된 하이킹코스의 두개의 우뚝 솟은 휴화산을 가까이 즐길 수 있다. 맞은편 서쪽에 우뚝 솟은 코코헤드 분화구가 있고 다른 하나는 동쪽으로 15마일 떨어진 와이키키해안의 다이아몬드 헤드분화구가 장엄하게 서 있어 동서 대장군이 대양을 지키며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조국 방문이 생각나면 언제나 산책삼아 오를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이기에 정말 다행이다. 가끔 제주도에서 출발하여 ‘마린너스릿지’에서 15도 경사 길을 따라 40여분 정도 올라가면 백두산 기슭에 도착한다. 완만한 산비탈 길을 숨 가쁘게 걸으며 중간지점인 황해도 쉼터 언덕에 걸터앉아 싱싱한 아침을 마신다.
부드러운 햇살을 등에 지고 그윽하게 스며드는 풀꽃냄새에 취하며 가슴으로 걸어간다. 가로수 야자수머리 푸는 바람결에 새들의 청아한 노랫소리가 숲 속으로 고이기 시작한다. 베고니아 부겐빌레아 부루베리아 등 울긋불긋 각양각색의의 열대 꽃들로 화원을 장식한다. 언덕바지에 드문 선인장 덤불이 뜨락을 이룬 가운데 진달래 무궁화 목련이 서로 어울려 훌라와 아리랑에 온통 엉켜 흔들고 있다.
백두산 정상 1181번지의 마운틴뷰에서 내려다본 놀라운 遠景은 의미 있는 추억의 한 장면을 장식하게 된다. 인근 천연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하누우마베이는 물고기의 천국. 산호초서식지로 스노클링과 수쿠버 다이빙에 최적인데다가 그림 같은 해변과 얕은 바다 잔잔한 파도는 남녀노소들이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더없이 접합한 낙원이다. 코코헤드 분화구 정상까지는 약2마일 이지만 가파른 1048개의 천국계단을 밝고 올라가야하는 힘들고 재미있는 트레일이 놓여있다. 바로 주름살 산언덕아래 서핑(Surfing)과 낙시로 붐비는 Sandy Beach의 낭만이 펼쳐져있다.
Sandy Beach Park를 지나며 깊숙한 산계곡 평탄한 사격장에서 불꽃 튀는 총성이 울린다. 한때 젊은 시절에 군생활의 추억이 새삼스러이 떠오른다. 활쏘기대회와 사격대회로 코로나도 쫓겨나며 이색적인 스포츠에 정신없이 즐긴다.
해돋이로 인기 있는 마카푸푸 전망대와 등대로 향한 하이킹은 방문객들의 백미가 되고 있다. 이 지도마을 주택공원은 20년 이상 거주자가 많다. 이들은 평소 애견을 몰고 산마루 주변을 산책하며 청명한 맑은 날씨에 늘 하늘공원을 만끽하는데 익숙해진 것 같다. 멀리 태평양 수평선 넘어 하얀 물결이 몰아치는 고래 떼의 퍼포먼스. 푸른 날에는 이웃 섬들(마우이 몰로카이 등...)이 시야에 들어와 특이한 풍경에 매료되어 쉽게 이곳을 떠날 수 없는가보다.
해마다 하와이카이 타운이 주관하는 마라톤대회는 샌디비치에서 출발하여 하누우마를 향한 해변을 따라 달린다. 도중에 신비한 부로우홀(Blow Hole)을 지나간다. 여기는 고래가 등에서 물을 뿜어내는 듯 바위에서 내뿜어지는 스프레이어가 장관이다.
파도가 몰아칠 때 마다 솟아오르는 구름덩어리의 물줄기를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하와이 해변까지3000여명 정도 참여하는 이 연례 마라톤대회는 남녀노소 없이 참가하는 지역축제이며 오아후섬의 전통적인 이밴트가 된지 오래다.
이곳 모국을 산책할 때 마다 자연동산에서 함께 어울리는 모든 생명의 약동소리. 조화가 멀리 푸른 바다로 가득 채워진다. 뜨거운 노래가 되어 수평선으로 너울지는 율동에 감동하기도 한다. 서로 만남이 소중한 인연이 되듯이 여기 자연과의 인연에서 축복을 깨닫게 된다. 밀물 썰물의 리듬에 영원한 바다의 노래가 들려온다.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며 너울을 타고 한반도 조국 소식이 전해온다.
사진에 '한국지도마을'이 확연히 보이네요. 별천지에 사시는 선생님의 정보를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가보고 싶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