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봄은 오고 있는가>

                                           

 

 봄은 젊음이요 희망이다. 미래가 밝게 보인다. 봄을 맞이하는 기분은 젊음을 맛보는 기분이다. 눈깜짝 할 사이 가버린 젊음을 만난 다는것은 얼마나 가슴이 벅차고 희망이 솟아 나는지 모른다.  

젊음은 봄처럼 잠깐 머물다가 언제 가는줄도 모르지만 그 짦은 젊음의 추억만은  쌓이고 쌓였는지 영원히 머리속에 각인되여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봄은 침묵속에 자연을 변화시키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봄비가 내리나 했더니 봄의 전령들은 기지개를 편다. 고요속에 대자연이 화음을 이루어 낸다. 정말 아름답고 신기하다.  깊고 굳은 땅을 뚫고 살며시 고개드는 봄의 전령들.  작고 미미하게 보이지만 우렁차게 행진하고 있다. 바로 그것이 젊음이요 용기이다. 그 용기가 있기에 세상을 바꿀수 있는것이다. 감추었던 숨소리를 마음것 내쉬며 온몸을 활짝펴고 나타난다.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린다.

봄은 겨울이 남기고간 모든 오물들을 편린의 불평도 없이 용서와 사랑으로 포용하고  있다가 새로운 생명의 힘을 창조하며  희망을 안고 찾아온다.  모든 봄의 전령들은 바로 칠전팔기, 각고의 인내를 감내한  용사 이리라.    

내가 어렸을때 잠시 살던 곰배라는 시골 마을은 봄이 오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동산 중턱은 완전히 진달래꽃으로 울끗불끗 분홍색으로 물들여 진다.  감미로운 꽃향기와 색갈에 반해  동네 어린 아이들은 떼를 지어 기를 쓰고 산 중턱까지 올라간다.  헐덕 거리는 숨을 죽이고 한포기의 그림같은 멀리 내려다 보이는 마을를 바라보며 소리도 질러보고  꽃을 꺽어 가지고 내려오던 그 먼 옛날 추억이 제법 잊어지지 않는다. 여자 아이들 중에는 진달래 꽃잎으로 손톱에 예쁘게 물을 들여 본다고 수다를  떠는 아이들도 있었다. 비가오면 제법 한달 동안이나 좔좔 소리내어  흘러가는 마을 한가운데로 흐르는 맑은  개울가에서 종이배도 띄우며 재미있게 놀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넓은 들과 밭은 온통 새순이 파릇파릇 나오고 소떼들은 여기 저기 음매음매 화음을 맞추며 주린배를 채우느라 여념이 없다. 어린시절 그때는 그것이 나의 봄이라고 느꼈고 내 눈에 보이는 봄이었다. 계절이 바뀌고 봄이오면  그저 좋았다.

 지금의 나의 봄은 모든것이 다 보인다. 들의 꽃들도 보이고 오솔길에 피어있는 보잘것 없는 이름 없는 꽃들도 보이고 길가 한모퉁이의 거들떠 보지도 않던 잡초도  위대하게 보인다. 나에게도 한평생 살아 오면서 인생의 봄을 알리는  많은 봄의 전령들이 찾아 왔으리라. 귀한줄 모르고  스치고 지나간 보잘것 없는 전령들은 얼마나 서운 했을가.  젊고 잘 나갈때야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인생의 쓴맛도 보고 바닥에도 딩굴어도 보고 아픔과 고통의 맛을보고서야 하찮은 것들이 다 보인다.  보잘것 없는 골목길가 한구석에 솟아난 잡초도 보이고 그 위대한 생명력도 보이니, 아 이런 것들이 다 보일때  진정한 봄이 오는것을 보리라.  지금도 세상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곳에  인생의 어둠속에서 살아가는 봄의 전령들은  진정한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올 봄도 어김없이 진달래 산개나리 인동꽃 파리꽃 찔레꽃 들꽃들이 피어 날것이며 그윽한 봄의 향기는 바람따라 강남 강북으로 퍼저 여의도에도 진정한 봄이 와야 할텐데…